▲병실 안...입원 첫 날...진통제를 맞고 통증을 호소했던 딸이 겨우 안정을 취하고 링거를 맞고 누운 딸의 모습...
이명화
간호사는 작은 목소리로 주사 주는 게 무섭다고 했고 딸은 '간호사가 주사 주는 걸 무서워하면 어떡해요!'하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잘 참았다. 초보인 듯 했다. 안 그래도 아픈 애를 생으로 더 아프게 하는 것 같아 서툰 간호사가 괜히 얄미웠고, 누구나 다 처음부터 잘 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지만 하필이면 혈관 주사도 제대로 못 놓는 간호사가 걸릴게 뭐람, 하는 생각에 불쾌했다.
야윈 팔 두 군데나 엉터리로 찌른 주사바늘 자국이 남았다. 안되겠는지 옆자리에 누운 환자에게 주사를 놓고 가던 다른 간호사가 딸 쪽으로 와서 다른 팔에 놔보자고 했다. 단번에 놓았다. 숙달된 솜씨였다. 안심도 순간, 진통제를 맞자마자 딸의 안색이 변하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얼굴과 목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가슴과 배, 허리, 목이 못 견딜 정도로 아프고 기침이 나오면서 침이 안 삼켜지고 목에서 냄새가 올라오는데다 토할 것 같단다. 내 눈에 보기엔 얼굴도 갑자기 커지는 것 같았고, 양쪽 뺨엔 모공이 갑자기 확장되어 마치 화장독이 오른 여자의 얼굴처럼 모공처럼 확장되었다. 주사 쇼크였다.
간호사는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얼른 주사를 빼지 않고 '어디가 아프냐'고만 자꾸 물었다. 몸을 비틀며 통증을 호소하는 딸의 말을 몇 마디 듣고서야 주사약을 뺐다. 나는 하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런 간호사가 괘씸했다. 주사약을 뺀 간호사는 링거를 꽂고 속에 남아 있는 약 성분을 빨리 빠져나가게 했다.
간호사는 '가끔 진통제약이 안 맞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면서 이 진통제는 다시 안 놓는다고 했다. 첫날 첫 시간부터 이렇게 힘들게 하니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며칠 입원치료만 받으면 나을 거라고 생각하며 크게 심려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더 병을 얻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딸은 통증이 사라지고 모공도 본래대로 여린 피부로 돌아왔다. 붉게 열이 올랐던 피부도 제 위치를 찾았다. 천만다행이었다. 딸은 처음부터 놀라서 그런지 링거를 꽂은 채 침대 깊숙이 얼굴을 묻었다. 입원 첫날 첫 시간부터 연거푸 이런 일이 일어나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마음을 놓을 수 없어서 어두워지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조금 괜찮아지자 딸은 '아마도 주사 잘 못 놨던 간호사 언니, 야단맞았을 것 같다'며 남 걱정까지 했다. 병원에서 책이나 실컷 읽을 거라던 딸은 어지럽고 힘이 없어서 제대로 책을 읽지도 못했고 3일도 채 되기 전에 퇴원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병원에 못 가는 날이면 하루에 몇 번이고 전화를 했다.
밝은 목소리를 들으면 조금 낫나보다 싶어 안심이 되었지만, 조금만 목소리가 힘이 없고 처져 있어도 가슴이 철렁했다. 일주일 동안 낸 마음은 병원에 있는 딸한테 가 있어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전화하고 또 전화했고 또 찾아갔다. 덕분에 몸살까지 나서 잠시 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