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글솜씨
.. 글 솜씨가 미숙한 이유도 있었지만 .. 《유선진-사람, 참 따뜻하다》(지성사,2009) 92쪽
"미숙(未熟)한 이유(理由)도"는 "모자란 탓도"나 "어리숙한 탓도"로 다듬어 줍니다. '글 솜씨'는 한 낱말이기 때문에 '글솜씨'로 붙여야 올바릅니다.
┌ 글솜씨 : 글을 쓰는 솜씨
├ 말솜씨 : 말을 하는 솜씨
└ 일솜씨 : 일을 하는 솜씨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몇 가지 '솜씨' 낱말이 실려 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익히 쓰는 솜씨라 한다면 '글솜씨'부터 '말솜씨'와 '일솜씨'가 있습니다. 손으로 보여주는 힘과 슬기, 또는 손수 보여주는 힘과 슬기를 가리키는 '솜씨'이기에, 국어사전에는 안 실려 있지만, 이밖에 몇 가지 '솜씨' 낱말을 빚어 볼 수 있습니다.
밥을 맛나게 잘하는 사람한테는 '밥솜씨'가 있습니다. 바느질을 잘해서 옷을 알맞게 잘 짓는 사람한테는 '옷솜씨'가 있습니다. 또는, 옷을 잘 갖추어 입는 사람을 두고 '옷솜씨'가 있다고 일컬어도 됩니다.
춤을 잘 추니 '춤솜씨'이고 노래를 잘 부르니 '노래솜씨'입니다. 오늘날은 연극 영화 공연이 많기 때문에 '연기솜씨'를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잘 만들거나 잘 읽거나 잘 안다면 '책솜씨'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한테는 '공부솜씨'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 밥솜씨
├ 옷솜씨
├ 춤솜씨
├ 노래솜씨
└ …
여기에다가 '솜씨'와 뜻이 거의 같은 '재주'를 넣으면서 새말을 하나둘 빚을 수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저 한자말로 '문장력(文章力)'이라 했을 터이나, 이제는 '글솜씨'와 '글재주'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언어 구사력(言語 驅使力)' 같은 골치아픈 말마디가 아닌 '말솜씨'와 '말재주'로 나타내어도 되니, 누구나 손쉽게 알아듣고 생각을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 말이란 '우리가 서로 나누는 말'입니다. 우리 글이란 '우리가 서로서로 즐겁게 주고받는 글'입니다. 내 힘을 뽐내는 말이 아닙니다. 내 슬기를 거들먹거리는 글이 아닙니다. 꾸밈없이 나누고 스스럼없이 함께하는 말글입니다. 넉넉하게 나누고 따뜻하게 함께하는 말글입니다. 차근차근 생각을 펼치는 말이요, 오래도록 마음을 가꾸는 글입니다.
ㄴ. 카페지기, 모임지기
.. 여고 선후배 동문들이 우정을 나누고 있는 사랑방도 있고, 아들이 카페지기로 있는 시댁의 산소관리 카페, 친정의 형제자매끼리 소식을 나누고 지내는 조촐한 집도 있다 .. 《유선진-사람, 참 따뜻하다》(지성사,2009) 92쪽
"시댁의 산소관리(山所管理) 카페"는 "시댁 산소를 관리하는 카페"나 "시댁 무덤을 돌보는 카페"로 다듬고, "친정의 형제자매끼리"는 "친정집 형제자매끼리"로 다듬어 줍니다.
┌ 블로그 → 누리사랑방
└ 카페 / 동호회 / 클럽 → 누리모임 / 누리동아리
글쓴이는 몇 군데 인터넷 누리집을 드나든다고 합니다. 이 글에 나오는 '사랑방' 또한 인터넷 누리집을 가리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블로그'라는 영어를 쓰기보다 '누리사랑방'이라는 말을 쓰도록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카페' 또한 다른 말로 고쳐서 쓰도록 해야 알맞을 텐데, 아직 '카페'는 마땅한 고침말이 없는 줄 압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누리사랑방'으로 고친 틀을 헤아려서 '누리동아리'나 '누리모임'쯤으로 가리키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누리사랑방'하고 길이를 맞추면 '누리동아리'가 될 텐데, 앞으로 이 같은 말이 널리 쓰일 수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침글을 마련하려는 사람들 땀방울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사이에는 '트위터'라는 새 누리마당이 생겨나서 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름을 왜 이렇게 지어야 했는지를 살피는 사람이 없고, 이러한 이름이 얼마나 알맞거나 쓰기 좋은지를 돌아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새롭게 쓰는 말이면 영어이든 한자말이든 무어든 가리지 않습니다. 아니, 우리들 누구나 손쉽게 알아보면서 받아들일 만한 낱말을 엮는 일이란 몹시 드뭅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인데, 이렇게 새 고침말을 마련해서 나누기 앞서 또다른 새 누리마당 낱말을 만들어서 퍼뜨리면 새 고침말이 나온들 옳고 바르게 쓰일 수 없습니다. 우리 말과 글을 알차고 싱그럽게 가다듬는 데에는 마음을 조금도 못 쏟으면서, 그저 새로 뭔가를 꾸며내는 데에만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구석구석 곱고 맑게 추스르는 매무새가 아니라, 자꾸자꾸 겉치레와 겉핥기에 얽매입니다.
┌ 클럽장 (싸이월드)
├ 카페매니저 (네이버)
└ 카페지기 (다음)
사람들이 누리동아리를 열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몇 군데 누리그물을 살피면, 이곳에서 쓰는 말이 조금씩 다릅니다. 굳이 똑같이 맞추어야 할 까닭이 없었을 테고, 비슷하게 얽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누리그물마다 어느 만큼 깊고 널리 톺아보면서 말마디를 알맞춤하게 가다듬는지 궁금합니다. 싸이월드에서는 '클럽장'이라 하고 네이버에서는 '카페매니저'라 하는데, '長'과 'manager'는 얼마나 어울린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다음에서는 '카페지기'라 합니다. 우리 말 '지기'를 살려 주었습니다. 어쩌면 놀랄 노릇이고 어쩌면 마땅한 일입니다. 우리들은 우리 나라에서 우리 이웃과 동무하고 동아리를 열어서 함께 즐기고 나눕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늘 주고받는 우리 말로 알맞게 써야 합니다.
아쉽다면 '클럽'이나 '카페'라는 이름입니다. 그래도 '-지기'를 뒤에 붙여 주니 고마운데, 조금 더 마음을 쏟아 '모임'이나 '동아리' 같은 말마디를 쓰기는 그토록 어려웠을까요. 우리가 우리 말을 쓰고자 한다는데 그렇게도 힘들었을까요. 우리가 우리 나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하는데 이다지도 우리 말이어서는 안 되었을까요.
┌ 클럽지기
├ 카페지기
├ 모임지기 / 동아리지기
└ …
앞으로는 어떻게 달라질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카페지기'라는 말마디마저 사라지고 또다른 영어로 쑹얼쑹얼댈는지 종알종알거릴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클럽'이든 '카페'이든, 또 '포털'이든 '트위터'이든 샅샅이 걸러내고 털어내며 싱그럽고 해맑은 말마디를 새롭게 빛어내어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는지 없는지 궁금합니다.
오늘날 우리 삶터 흐름으로 본다면 꿈 같은 노릇입니다. 참으로 꿈에서나 꿀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 어른들 스스로 옳게 말하고 옳게 생각하며 옳게 살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다를 수 있을까요? 우리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입시지옥에 밀어넣고 있어도 우리 아이들은 이 지옥구덩이에서 싱그러움과 해맑음을 잃지 않으면서 우리 삶터를 아름답게 고칠 수 있을까요? 아픔과 생채기를 딛고 서면서 우리 아이들이 저희보다 어린 아이들을 두루 살피고 걱정하면서 우리 말글과 생각과 삶터를 알차고 튼튼하게 일굴 수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11.23 16:57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