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리포트, 한 대학에서만 나무 1600그루 버리는 셈

리포트 이메일 제출 캠페인 벌이면 어떨까

등록 2009.11.26 15:33수정 2009.11.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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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리포트 작성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어떤 교수님은 리포트 장 수로 점수를 매기는 경우도 있었다. 50장 이상은 A+, 40장 이상은 A, 30장 이상은 B+... 이런 식으로. ㅠ.ㅠ


우리 때는 컴퓨터가 활성화되어 있던 시대가 아니었다. 수작업, 즉 자필로 글을 써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가 활성화된 이후에 워드 문서로 작성하는 리포트 3, 40장은 일도 아니었다. 인터넷으로 긁어온 내용을 여기저기 붙여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펌질 내용도 리포트 복제시스템을 통해서 누가 어느 정도 복제했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대학 과제물. (e메일로 자신의 과제를 보내온 한 학생의 첫 화면을 캡쳐한 장면)
대학 과제물. (e메일로 자신의 과제를 보내온 한 학생의 첫 화면을 캡쳐한 장면) 정철상

                    
솔직히 말해 대학교수님들이 학생들이 낸 리포트를 다 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생각해봐라. 과제당 10장이라고 해도 수강인원이 100명일 경우에는 1000페이지. 학기당 학급을 최소 4, 5과목을 맡으니 4-5000페이지. 게다가 중간, 기말로 최소 2, 3번 이상 과제를 낸다고 생각하면 최소 1만 페이지를 읽어야 되는 셈이다. 이 정도라면 최소 책 20, 30권은 되는 분량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읽어야 하는 것이 담당 교수의 몫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를 거의 대다수 교수가 종이 출력물로 받는다는 점이다. 한 학생이 한 학기에 수강하는 과목이 대략 10과목 가량 된다고 치자. 과목당 중간, 기말로 해서 평균 2번의 리포트를 낸다고 치자. 평균 10장 정도의 종이 리포트로 제출한다면 얼마나 A4종이가 소모될까.

한 학기당 1인당 최소 200장이다. 1년이면 400장. 문제는 대학마다 규모는 다르지만 대략 1천명에서 1만 명의 재학생이 있다. 게다가 1학년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4학년 학생까지 있다.


그러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종이를 쓰는 것일까. 한해 1인당 4백장으로 4년을 계산하면 1인당 1600장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천 명 대학이라면 한 대학 당 160만장이 쓰인다. 1만 명이 재학 중인 대학이라면 한 대학에서만 무려 1600만장의 종이가 쓰이는 것이다.

 한 학생이 학기당 수강과목이 10과목, 과목당 2번 리포트를 낸다면 한 학기당 최소 200장이 넘는 리포트를 내게 될 것이다.
한 학생이 학기당 수강과목이 10과목, 과목당 2번 리포트를 낸다면 한 학기당 최소 200장이 넘는 리포트를 내게 될 것이다. 김대홍

무려 1600만장의 종이. 이 정도 종이라면 도대체 몇 그루 나무가 필요할까. A4용지 한 박스에 2500장이 담겨 있다. A4종이 한 장당 0.032g이니, A4용지 1박스 기준으로 대략 15kg 가량 된다. 종이를 만드는 원목 30년생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는 무게가 대략 50~60kg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A4용지 4박스에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만 장에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지니 1만 명 규모 한 대학에서만 1년에 1600그루 나무를 쓰는 셈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일까. A4용지 한 장당 2.88g이라고 한다. 1만 명 대학의 경우 4608만g의 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지구 온난화 범죄에 일조한 것이다.

한국에 대학은 몇 군데나 될까. 4년제가 대략 2백 군데. 2년제가 대략 2백 군데. 무려 4백여 대학에서 쓰는 양까지 모두 측정한다면 엄청난 종이를 대학에서 쓰는 셈이다.

지성인의 단체라는 대학에서 실로 엄청난 자원 낭비와 더불어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배출하는 지성인답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 전 국민이 하루에 A4 한 장만 줄여서 사용해도 하루에 4800그루 나무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봄철마다 고생하는 황사도 나무 때문인 이유가 크다. 종이 소비량이 많다보니 자꾸 나무를 베고, 황폐화된 토양 때문에 모래사막이 더 생기는 것이다.

대학에서 뿐 아니라 우리 가정과 사무실에서도 종이를 아껴 쓰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종이를 절약하는 실천 지침
1. 안 보는 신문, 잡지 절독
2. 행주 사용
3. 화장지 사용 줄이고 손수건이나 수건 사용하기
4. 일회용품 안 쓰기
5. 이면지 쓰기 생활화하기
6. 문서 인쇄 이전에 꼭 필요한지 생각해보기
7. 청구 및 내역서 e메일로 받기
8. 학용품 끝까지 사용하기 및 재활용 작품 만들기
9. 재생용지 사랑하기
10. 종이는 항상 분리수거하기

<출처 : 녹색연합>
참, 나는 대학 교수다. 비록 임용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내가 맡은 학과에서는 전혀 종이 리포트를 받지 않는다. 작은 실천이 환경을 아끼고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한 교수가 실천하는 것보다는 학교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각 대학 총학생회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종이줄이기 절약운동 캠패인을 벌여 대학내에 불필요한 종이 낭비를 없애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대학 교수님들이 계시면 부디 맡으신 과목 리포트를 e메일이나 다른 방법으로 제출하도록 허용 해주시길.^^

우리 모두 종이, 종이를 아껴씁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 www.careernote.co.kr과 다음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 www.careernote.co.kr과 다음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대학 리포트 E메일 제출하기 캠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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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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