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기' '걷기'...지구와 소통하기

<아름다운 지군인 플래닛 워커>의 존 프란시스의 환경이야기

등록 2009.11.26 12:20수정 2009.11.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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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표지 존 프란시스 박사는 말대신 악기를 들고, 걷는다.

침묵으로 말하고 차를 타는 대신 걷는 행위가 정보와 속도의 편리만을 추구하는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표지 존 프란시스 박사는 말대신 악기를 들고, 걷는다. 침묵으로 말하고 차를 타는 대신 걷는 행위가 정보와 속도의 편리만을 추구하는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 살림

▲ 표지 존 프란시스 박사는 말대신 악기를 들고, 걷는다. 침묵으로 말하고 차를 타는 대신 걷는 행위가 정보와 속도의 편리만을 추구하는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 살림

하루에 얼마나 걷는가. 수목원에서 매일 숲길을 돌아다니는 나 또한 만보계를 차고 확인해 보면 만보가 되지 않는 날이 많다. 사무를 위해 컴퓨터 앞에 있는 날이면 오백보도 걷지 않게 된다.


걷는 것은 이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 직장에 다니거나 개인사업을 하는 이는 물론이고 나이가 있는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의 장거리를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걸어서 십리 길을 걸어 학교를 가거나 장에 가던 일은 설화처럼 전해져 오고 하루 삼십분을 걷는 이들도 드물어 특별히 운동을 하면서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등산을 하는 일이 아니라면 걷는 수고를 자처할 사람은 없다.


걷는 일은 수행이다. 차량이 움직이는 속도의 이동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느리게 걸을때 얻을 수 있는 온갖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길가에 풀들과 나무들, 그리고 지저귀는 새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야생동물들. 그리고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와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등을 놓치고 사는 대신 좀 더 빠르게 이동해서 적은 시간에 많은 의사결정과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이다.


책의 저자 존 프란시스는 걷는 것으로 '지구 지키기'를 기원한다. 자신이 걷는 것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지 그리고 주변에 파급되는 효과에 대해 본인도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가 선택해서 걷는 일이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걷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 먹고 사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학교에 다니거나 강연을 다닐 때에도 걸어서 가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일중에 말하기는 가장 힘든 것임에 분명하다. 의사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대한 답답함은 둘째로 하고 상대방이 기대하는 대답을 듣지 못할 때의 우려가 고스란히 말을 하지 않는 나에게 억압과 고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묵언수행이라는 종교적 실천도 있지만 산속 고요한 절에서 행하는 것과 일상생활 속에서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 중에 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듯하다.


존 프란시스는 성자다. 침묵한 채 생활하거나 하루에 40킬로를 꼬박 며칠을 걷는 것은 수행에 다름 아니다. 그러한 생활을 20여년 지속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보기 드문 행동은 주변의 방해와 오해를 낳았다. 특히 부모님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고충은 더욱 컸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님과 친척들이 응원했고 박사학위 기관에서 근무하게 되었을 때서야 아버지는 아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의 자기자신과의 싸움.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좀 더 나아지고 깨끗해지고 살만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나는 행동한다. 일회용 컵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배설물을 퇴비로 활용하며 인쇄가 필요할 때엔 한 장에 4개 면을 인쇄해서 활용한다.

 

이러한 행위는 나도 신경을 써야할 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결국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에 따라 주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나는 부끄럽다.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면서 하루에 10여 리터의 기름을 태우고 있다. 자동차로 6리터, 난방기름을 때며 나머지를 태워 소비한다. 게다가 줄일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그와 걷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차를 버리고 정기적으로 출퇴근 해야 하는 직장근처에 살거나 다니지 않게 될 것이다. 혹은 자전거로 다니는 방법도 있다. 고갯길이고 험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못할 일 또한 아니다. 난방에 대한 방법도 고려하여 나무를 때거나 집의 열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그가 변화시킨 것은 그의 운동에 동참하는 미국의 일부 시민들과 이 책을 읽은 세계의 독자들뿐만이 아니다. 그로 인해 변화된 이들에게 영감을 받고 영향을 받는 것은 나로 시작해서 나의 가족, 친지와 이웃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게끔 만든다. 비록 다 같이 행동하지 못하지만 '생각하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행동하는 이들을 후원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별 지구를 대대손손 아름답게 전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는 지금도 걷고 있을까?

1971년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일어난 기름 유출사고가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을 바꾸었다. 존 프란시스는 방제작업을 돕는 것을 만족하지 않고 위기에 처한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 개인적 행동에 나섰다.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독특한 고행을 자처한 것인데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 일이었다.

기름으로 운행하는 모든 운송수단을 포기하고 어딜 가든 걸어가는 것. 그리고 몇 달 뒤엔 말하기를 끊는 수행을 시작했다. 22년 동안 걸어 다니며 17년간 말을 하지 않은 그는 걷는 여행 도중에 대학공부를 마치고,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말없이' 취득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유엔환경계획의 세계 풀뿌리 공동체를 담당하는 친선대사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환경분야의 권위있는 학자이자 교육자, 지도자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워커/ 존 프란시스 지음, 안진이 옮김/ 살림/ 16000원

2009.11.26 12:20ⓒ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워커/ 존 프란시스 지음, 안진이 옮김/ 살림/ 16000원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 - 22년간의 도보여행, 17년간의 침묵여행

존 프란시스 지음, 안진이 옮김,
살림, 2008


#걷기수행 #침묵수행 #존프란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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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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