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이자' 지원방식으로 '출자' 선택했나?

4대강 사업, 국고보조 대상사업에서 제외돼 있어... 정부조차 "법적 근거 미흡" 인정

등록 2009.11.26 18:42수정 2009.11.26 21:01
0
원고료로 응원
 4대강 사업 예산 심의를 앞두고 26일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4대강 사업 예산 심의를 앞두고 26일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남소연
4대강 사업 예산 심의를 앞두고 26일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남소연

정부가 한국수자원공사(수공)에 떠넘긴 4대강 살리기 사업비는 8조원에 이른다. 내년에만 3조 2000억원이 투자된다. 수공은 채권 발행을 통해 사업비를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공에는 '5년간 1조 5000억원이 넘는 이자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겨졌다. 정부는 수공의 사업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하천주변 개발권 부여와 함께 이자비용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출자'가 최종 선택됐다.

 

그런데 정부가 국가보조금을 통해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은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판단한 뒤 '출자'라는 변칙적인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 근거 미흡" 알고 변칙지원 결정... 민주당 등 "800억 전액 삭감해야"

 

정부가 공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에는 출자와 출연, 보조 등이 있다. 애초 정부는 '보조금'을 통해 수공의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출자'를 통해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0년도 예산안에 수공의 이자비용 지원 명목으로 800억 원의 출자금을 신규로 편성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국토해양부 국회 답변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보조금을 통한 이자비용 지원은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출자'라는 변칙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국토해양부는 "현행 수공법상 보조금 대상사업에 다목적 댐 등으로 제한돼 있고 하천사업이 포함되지 않는 등 금융비용의 보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흡해 수공업 제4조 3제3항에 의거 출자로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실 정부의 지분비율(현재 90.4%)을 높이는 방식('출자')으로 수공의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출자를 통해 공기업의 금융비용을 지원해준 사례는 없다. 그래서 '변칙지원 논란'이 제기됐는데, 국토해양부의 답변자료는 이를 '사실'로 증명해준 셈이다.

 

 김성순 민주당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4대강 사업 예산과 관련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김성순 민주당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4대강 사업 예산과 관련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남소연
김성순 민주당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4대강 사업 예산과 관련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수공법과 동법 시행령은 국가보조금·교부금 대상 사업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교부금의 경우 '관개용수·생활용수·공업용수 시설 등의 신축·개축, 기타 관리 비용', 국가보조금의 경우 '다목적댐·하구둑·다목적용수로·하수종말처리시설 건설과 그 부대사업으로 시행하는 이주단지조성 등의 이주대책사업' 범위 안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수공이 떠안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는 하천 준설과 보 설치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수공의 사업범위뿐만 아니라 국고보조금이나 교부금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민주당 등 야당은 수공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의 '약한 고리'로 2010년도 예산에 반영된 '출자금 800억원'(이자비용 지원)을 지목하고 이를 전액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수공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하면서 부담해야 할 이자부담액은 2010년 800억 원, 2011년 2550억 원, 2012년 3750억 원, 2013년 4000억 원, 2014년 4000억 원 등 5년간 총 1조 5100억 원에 이른다.

 

'수공 4대강 사업 참여는 위법' 법률검토 원본 제출 거부

 

한편 국토해양부와 수공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수공의 독자적인 사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위법 가능성'을 제기한 법률검토 의견서의 원본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김성순 의원(서울 송파병, 민주당)실에서 '법률검토를 수행한 변호사의 성명을 삭제하고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요약본만 제출한 상태다.

 

김 의원은 "국가기밀이나 대외비 문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출을 거부하는 이유는 법률 검토서에 수공의 4대강 하천사업 수행의 위법성, 부당성이 상세히 적시되어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정부가 수공의 4대강 사업 수행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앵무새처럼 말할 것이 아니라 법률 검토서 원본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9.11.26 18:42ⓒ 2009 OhmyNews
#4대강 살리기 사업 #한국수자원공사 #이자비용 지원 #출자 #국토해양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2. 2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3. 3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