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 '솜털과 오렌지와 깍두기' 작품집 스캔 이미지
노순택
파고다 공원 맞은편 YBM 시사영어학원을 50여미터 남짓 걸어들어가면 우측에 빨간색 벽돌건물이 나타났다. 3층까지 올라가니 아담한 공간이 나온다. 전시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포토스페이스'다.
전시장 4면 벽에는 이번 전시작품들이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안쪽 한켠에는 액정TV가 걸려있고 화면 속에서는 낯선 음성이 들려나오더니 이내 서정적인 노래가 기타반주에 맞춰 구수하게 불리워지고 있었다.
미누(38, 미누드 목탄)였다. 지난 10월 한국에서의 18년 세월 끝에 출입국 관리소에 의해 강제추방된 미누가 출연했던 이주노동자방송국(MWTV)의 한 프로그램이 상영되고 있었던것. 그의 음성을 배경음악 삼아 전시장 곳곳을 돌며 작품감상에 몰입해 보았다.
작가 노순택은 '죽은자는 왜 귀환하는가', '솜털과 오렌지와 깍두기' 등 다섯여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그의 앵글은 용산참사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70년대 작가 조세희는 '난쏘공'으로 산업화에서 밀려난 도시 빈민의 참상을 우화적으로 그렸다면 노순택은 앵글로 그 같은 모습을 그려낸게 그 차이라면 차이였다. 화염이 충천한 남일당 모습과 함께 불이 다 꺼진 후 남일당 건물 끝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간판의 잔해를 흑백으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특히 그는 한 용역깡패의 모습에서 이 사회의 모순을 짚어보고 있었다. 바로 '솜털과 오렌지와 깍두기'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작품의 모습은 단순했다. 검은색 복장을 하고 있는 한 젊은이의 오른쪽 팔을 부각시켜 찍은 작품이었다.
바로 용산철거 현장에서 만난 용역직원(깡패?)의 솜털이 보송보송한 팔뚝이었다. 무슨 의미였을까? 작가의 작품해설을 읽다보니 새삼스레 그 의미가 가슴 속에 와 닿는다. 작가는 자신의 메모를 본 이웃의 말을 빌려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