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인 정미라(45)씨는 "제도 안에서 아이도 희생당하고 부모도 희생당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외고 폐지를 주장했다.
최경준
만약 정씨가 경제력이 뒷받침 됐다면 아이들을 외고 등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냈을까?
"예전에 학부모들끼리 그런 질문을 던져봤다. 우리가 돈이 있다면 과연 보낼 수 있었을까? 근데 돈이 있었으면 나는 우리나라에서 교육 안 시켰다. 그 돈 주고 왜 이런 미친 교육을 시키겠나. 외국에서 자유롭게 서양 문물 보면서 공부 시키지. 그런 심정이다."정씨에게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우리 아이들처럼 어려서부터 고액 사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정말 소질이나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 특목고에 합격해서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미리 준비하고, 특목고를 위한 공부에 올인하는 아이들만 갈 수 있다. 공부를 재미있게 하고, 재능이 있는 아이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외고나 과학고가 목적이 바뀌어서 대학을 가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 실제 그런 아이들은 못가는 것이다."정씨는 "외고나 과고가 원래 목적대로 교육을 한다면 있어야 하겠지만, 현재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차라리 없어져야 한다"며 "그것 때문에 학원비가 더 올라가고, 위기의식이 더 높아진다면 폐지하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미라씨와의 인터뷰는 지난 5일 대학로 흥사단에서 열린 '교육희망네트워크' 출범식장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외고 폐지 논란에 대한 정씨와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이젠 돈 없으면 교육 못 시켜... 패배감에 싸여 있다"- 외고 폐지 전망에 대한 생각은?"처음 한나라당 의원이 외고 폐지에 찬성한다고 했을 때, '쟤들이 왜 저러지'하며 반가웠다가, 갑자기 '어, 이건 아닌데'하면서 뭔가 방향을 잘못 가져갈까봐 걱정이 되더라. 그 뒤에 자사고 얘기 나오면서, '아, 이런 식으로 또 국민을 우롱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외고가 없어지는 대신 자사고로 가는 것은 더 반대다. 마치 선처하듯이, 좋은 방향으로 선회하듯이 하면서 다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이 자꾸 만들어지는 것은 잘못됐다. 결국 외고 등이 자사고로 전부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는 학부모들은 패배감에 싸여있다. '이젠 돈 없으면 교육 못 시켜', '돈 없는 부모는 부모도 아니냐'. 그게 주변 엄마들이 하는 말이다."
- 외고 폐지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잘하는 아이들끼리 모아서 공부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이기적인 아이들만 모아놓고 이기적으로 교육시키면 그 아이들이 장차 커서 뭘 하겠나. 판·검사 등을 한다고 해도 다시 사회를 악순환 시키는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나머지 아이들, 행복하게 자란 아이들이 과연 그 아이들과 경쟁해서 뒤처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외고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왜 똑같은 수준으로 공부시키려고 하느냐. 결국 하향평준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인데."평준화에 대한 개념이 잘못 박혀서 그런 것이다. 잘하는 놈, 못하는 놈, 같이 섞여있어야 사람을 알고, 그 아이들 간에 감정 교류가 생겨서 진정한 리더가 되지 않겠나. 어려운 사람 하나 모르는데 어떻게 리더가 되겠나.
국민들은 평준화가 마치 성적을 똑같이 밑으로 끌어내리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 단어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 평준화의 진정한 의미는 '평등하게 교육받기', '전국 동일한 교육환경에서 교육받기'라고 할 수 있다."
- '외고만큼 열심히 공부시키는 학교도 없다'는 말도 있다. "외고 다니는 엄마들도 아는데, 그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시키는 게 아니라, 전부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기본이다."
- 솔직히 자신의 아이가 외고 갈 능력(성적)이 안 되니까, 외고 폐지를 찬성하는 것 아닌가."아이들의 인생을 봐야 한다. 부모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뭘 위해서 그렇게 아이를 공부시키는지. 결국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는 것 아닌가.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과연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것일까? 부모들도 지켜보면서 힘들어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 하나가 집에 있으면 그 아이 때문에 집안에서는 아무도 말을 못한다."
- 외고는 자식의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능력(경제력)이라는 말인가?"그렇다. 그리고 지역별 할당제, 또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뽑는다고 하는데, 그 애들이 그 안에 들어가서 얼마나 힘들까. 잔인한 일이다. 지원 미달 사태가 나오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그 아이들이 거기를 왜 가겠나, 미치지 않고서야. 너무나 안일한 탁상행정이다."
- 외고 폐지 반대 집회에 나서려고 했던 학부모들을 보는 심정은?"이해한다. 좋은 대학 보내고 싶을 테니……. 사실 외고 엄마들은 '아이들이 정말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봤는데, 왜 제도 때문에 희생당해야 하느냐'며 너무나 억울할 것 같다. 제가 그 학부모라면 교과부 장관을 고소할 것 같다. 그런 일을 벌인 사람들을 고소·고발을 해야지, 왜 학부모끼리 싸우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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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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