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희생자 21세기에만 9명 늘었다"

대전충남, 열사·희생자합동 추모제

등록 2009.12.09 10:03수정 2009.12.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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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저녁 열린 대전충남 민족민주 열사 -희생자 합동추모제
8일 저녁 열린 대전충남 민족민주 열사 -희생자 합동추모제심규상

대전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가 집계한, 1980년 이후 대전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다 민주주의 제단에 생명을 바친 민족민주열사·희생자는 모두 28명이다.

첫 희생자는 충남 아산에서 영농후계자회장을 역임했던 고 오한섭(당시 28세)씨다. 천안 농고 축산과를 졸업한 후 새마을 청소년 낙농경진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남다른 축산기술로 영농의 꿈을 키웠던 그는 1986년 3월 정부의 영농정책에 항의하며 음독해 유명을 달리했다.

81년 영농후계자 자금 200만원을 받아 5년 동안 한우를 길렀지만 그의 수중엔 밀린 사료 값이 전부였다. 당시 전경환씨가 회장을 맡았던 새마을운동 중앙본부에서 외국 소와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소 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고 오한섭씨는 무책임한 정부의 영농정책에 항의하며 "용기! 폐기! 사기! 빚! 빚! 420만원!"이라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사망했다.

몸 불사른 박응수·최덕수·윤영하·윤창영·이해남

자신의 몸을 불살라 목숨을 끊은 열사만도 5명에 이른다. 고 박응수(당시 28세)씨는 1987년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군정종식'과 '야권 후보단일화'를 외치며 대전역광장에서 분신했다. 경찰은 그의 죽음이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해 시신마저 빼앗아 한밤중에 대전 동구 산내면 하소리에 몰래 안장하기도 했다.

1988년 5월 18일에는 고 최덕수(당시 20세)씨가 단국대천안캠퍼스 내에서 광주영령 추도식 도중 "광주항쟁진상규명"과 "국정조사권발동"을 외치며 분신했다. 87년 6월 항쟁에도  불구하고 5공 진상이 유야무야되는 현실에 온 몸을 던져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였다.

 합동추모제
합동추모제심규상

1991년에는 충남민주청년회에서 활동하던 고 윤영하(당시 22세)씨가 전남대에서 열린 국민대회에 참석해 "노태우 정권 타도"를 외치며 분신했다. 고 윤영하씨는 당시 피혁공장 노동자였다.          


1999년에는 고 윤창영(당시 45세)씨가 노점상에 대한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언어장애와 소아마비 2급의 중증장애인이었던 그는 대전역 지하도에서 30여 년 동안을 노점을 해오다 관할구청이 '환경정화'를 명목으로 단속과 철거를 반복하자 항의하며 분신했다.

고 이해남(당시 42세)씨는 충남 세원테크에서 민주노조결성과 임단투 투쟁을 벌이다 2003년 대구 세원정공(세원테크 본사)에서 분신했다.


2000년 이후에만 9명...경찰 폭력에 희생된 농민 전용철

21세기를 맞은 2000년 이후 등록된 대전충남 열사· 희생자만도 고 이해남씨를 포함, 9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독재정권에 맞서 제 몸을 돌보지 않고 항거하다 얻은 지병으로 사망했다. 고 남광균(당시 43세)씨는 노동운동 배후조종 혐의로 구속과 파면을 반복하다 암이 발병해 투병 중 2001년 사망했다.

고 최연진(당시 43세)씨는 대학시절 '금강회'사건으로 제적되는 등 충남 공주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다 2002년 암으로 사망했다. 충남민주운동청년연합의 창립을 주도했던 고 강구철(당시 49세)씨도 200년 암 투병 중 사망했고, 이듬해 2003년에는 고 충남 세원테크에서 구사대와 맞서 민주노조 운동을 벌이던 이현중(당시 31세)씨가 투병 중 사망했다. 

 대전충남 민족민주열사 및 희생자
대전충남 민족민주열사 및 희생자심규상

이 중에는 지난 2005년 11월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에게 구타당해 사망한 고 전용철(당시 46세)씨도 포함돼 있다. 그는 전국농민대회 당일 충남보령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전경들에게 하두 맞았더니 별이 핑핑 돌더라"는 말을 남기고 뇌출혈로 숨졌다. 이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사과 성명과 허준영 경찰청장이 사퇴, 국가배상 판결 등을 받았지만 그의 흔적은 고향 땅에 추모비로만 남아 있다.

"분노와 고통 잘 견뎌 내느라 수고 많다"

8일 밤 대전에서 열린 대전충남열사·희생자합동추모제에서 한용세 추진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군부독재에 맞서 울부짖던 그 시절로 회귀하는 일들이 주위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올해에도 내년에도 분노와 고통을 잘 견디어 내시느라 수고가 많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날 보내온 추도문을 통해 "제도적 민주주의는 성숙했지만 경제적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며 "빈부격차의 심화, 실업자 증가, 용산 참사 방치, 4대 강 정비 사업 강행 등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더욱 필요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10번째를 맞는 이날 합동추모제에는 대전충남 지역 각계에서 100 여명이 참석해 송년 다짐대회를 겸했다.
#열사희생자 #합동추모제 #대전충남 #민주주의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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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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