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 데리고 인사온 장애인 노총각

등록 2009.12.11 20:02수정 2009.12.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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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많은 손님들이 교회를 찾은 날입니다. 한가한 날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 출입이 잦은 날이 있습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만 주말에 찾는 발걸음이 잦은 것 같습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주말에 속합니다. 특히 주 5일제 근무가 일반화되고 나서 금요일 오후는 셔터를 내리고 철시하는 파장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이로써 공식 업무는 종결되지만 개인적으로 바쁘기는 지금부터입니다.

 

태화교회 김상갑 장로님 내외가 햅쌀을 들고 저희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이웃 교회 중 꼭 섬겨야 하겠다는 마음이 일어 가지고 오셨다는 말은 따스한 사랑의 마음의 결정(結晶)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또 부산 수영로교회 농어촌위원회에서 저희 교회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농촌에서 어렵게 목회한다는 소식을 듣고 몇 곳 교회를 탐방하는 길에 저희 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희 박 사모가 출타 중이어서 차도 한 잔 대접하지 못했습니다. 손님을 즐겨 대접해 축복받은 아브라함을 생각하며 저의 부족함을 탓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설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목사님이세요, 저 이용천인데요. 지금 댁에 계시는 거죠? 여자 친구와 인사 드리러 가겠습니다."

 

이용천 성도는 40을 갓 넘긴 노총각입니다. 약간 장애가 있는 우리교회 성도인데, 매사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임하고 있어 늘 주의 깊게 보아온 사람입니다. 교회에 일꾼이 필요할 때 연락한 것도 아닌데 나타나서 일을 깔끔하게 처리해 주는가 하면, 새벽 기도에 사람이 적을 때에도 어김없이 나타나서 힘을 보태곤 합니다. 또 제가 지난 9월 병원에서 퇴원하고 난 직후 대형 액자를 선물로 들고 왔는데, 이용천 성도가 직접 글을 새겨서 제작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를 볼 때마다 참한 아가씨가 연결되어 가정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를 위해서 기도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쁘고 착하게 생긴 아가씨를 데리고 온 것입니다. 저는 아가씨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서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이 시골 작은 교회에 나가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도를 하고 차를 한 잔씩 들면서 우린 풍요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잘 진행되어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것 아닙니다. 서로의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서로 이해하고 위해주며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교제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것이 있기 마련인데, 그 부분을 어떻게 메워줄까를 서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농촌의 큰 문제 중 하나가 노총각 결혼 문제입니다. 농촌의 건강한 사람들이 이들인데, 도회지 문화의 일방적 지배로 농촌 노총각들이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으로 귀한 일이 자고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인데, 이들에 대한 배려 없이 추진한 산업화 도시화 문제가 지금 농촌에 심각하게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동남아에서 온 아가씨들로 농촌 총각들의 필요가 해소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미미한 숫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들 다문화 가정도 또 다른 문제를 노정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이용천 성도가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 예쁜 아가씨를 데리고 와서 인사를 나눈 것은 참으로 축하해주고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이들이 주님 안에서 사랑이 소록소록 싹 터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더 기도할 것입니다.

2009.12.11 20:02ⓒ 2009 OhmyNews
#농촌 노총각 #다문화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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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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