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과 상관없다고?"

5·18 기념식 새 노래 제정에 여야 질타...노래 제목도 모르는 보훈처장

등록 2009.12.12 10:32수정 2009.12.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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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불릴 새 노래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국회에서는 보훈처의 조치에 따가운 질타가 이어졌다. '이 노래는 5·18과는 관련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하던 보훈처장은 노래 제목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날 오후 비경제부처에 대한 정책질의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현재 5·18 기념식에서 불리는 노래의 제목을 물었는데 김양 보훈처장은 "임의 행진곡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지 않습니까"라며 정정해줬다.

유공자회와 유족회 등 5·18 관련단체들의 새 노래 제정을 재고해달라는 요청에도 보훈처는 이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새 노래 제정 추진 경위를 묻는 이 의원의 질의에 김 처장은 "5·18 관련 4개 단체가 공문을 통해 노래 제정과정 참여를 조건으로 찬성 의견을 보내왔다. 그 뒤 이 일에 대한 광주지역의 여론이 좋지 않았는지 이들 단체가 재고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그러나 내 생각은 5·18 행사는 정부행사이고 방송 중계도 나가는 행사이니만큼 새로운 노래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공식 노래로 제정될 대상 중에 '임을 위한 행진곡'도 포함되느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김 처장은 "5·18 기념식 노래는 5·18의 정신을 계승하는 노래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는 5·18이란 단어도 없고 5·18과 연결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식 "5·18 시민군의 영혼 결혼식 노래, 행정으로 역사를 대체할 수 없다"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박주선, 송영길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박광태 광주시장 등과 함께 국립 5.18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박주선, 송영길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박광태 광주시장 등과 함께 국립 5.18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주빈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과 관련이 없다는 김 처장의 논리는 2시간여 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반박당했다.

김 의원은 "나는 한나라당 의원이지만 매년 5·18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어서 아는데, 기념식 처음에 애국가를 부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가장 마지막에 부른다"며 "이 노래는 애국가를 대신해 부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노래가 누구를 위해 지어진 것인줄 아느냐. 5·18 당시 희생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씨와 또 그와 함께 했던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지어진 노래"라며 "작곡자는 전남대 출신 김종률씨가 했고 작사는 당시 광주 운남동에 살던 황석영 작가가 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으로 역사를 대체할 순 없다"고 쏘아붙인 김 의원은 "황석영 작가는 대통령의 중도실용정책을 위해 해외순방까지 동행한 분이고 대통령은 중도실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로 일거리를 만들어 국민통합을 저해하면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새 노래 제정을 위한)여론조사 비용은 다른데 써라. 옳지 않다. 이렇게 하시면 안된다"고 거듭 보훈처의 새 노래 제정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회의장을 떠난 김양 처장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던 우무석 보훈처 차장은 "의원님 말씀을 잘 알아듣겠습니다"라고 답했다.
#518 #보훈처 #이용섭 #김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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