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내년도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면, 한·미·일 3국에 선거가 있다. 한국은 6월에 지자체선거, 일본은 7월에 참의원 선거, 미국은 11월에 중간선거가 있다. 일본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북한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선거도 중요하다. 클린턴 집권기처럼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오바마 행정부 리더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창현: 1, 2차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것처럼 내년 6월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해도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일본과 미국 선거가 중요하다.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북일관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분기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선거는 왜 중요한가? 클린턴 국무장관의 평양행은 미국의 대북정책 흐름에서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4자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판문점이나 평양 또는 베이징에서 4자가 만나든 아니면 4자틀 내에서 2자(북·미)든 결국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중간선거에서 눈에 띄는 패배를 할 경우 이것이 대단히 어려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중간선거는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계기점이 될 것이다.
이건 제 얘기가 아니라 미국 외교관이 한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 평양에 갈 의사가 있느냐고 했더니, 갈 수도 있다고 하더라. 언제 갈 수 있느냐, 중간선거에 대한 전망이 서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보면 협상시한 그러니까 시간이 많지 않다. 내년 3월에 한미군사훈련이 있고, 6월에는 남측 보수진영에서 6·25 6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3월 군사훈련 전에 돌파구가 나올 경우 다만 몇 백 명이라도 훈련 규모 축소를 요구할 것이다. 보즈워스 방북 이후 한·미·일이 협의하고 1월 중순 정도에 북미채널이 가동돼서 북한이 2월에 다시 나올 때는 이번 보즈워스 방북 때보다 유연한 안을 갖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 요구에 대해 추상적이나마 '그렇게는 못하겠다가 아니라 검토하겠다, 다만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미국 쪽에서도 이런 문제가 검토돼야 한다'는 좀 더 유연한 입장으로 나올 것이다.
내년 상반기 안에 종전선언이든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진전이든 문서나 또는 접촉을 통해 확인되지 않으면 그 이후는 다시 긴장국면으로 갈 수 있다. 그런데 그 긴장국면은 올해 상반기와는 다를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면역이 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상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화폐개혁 놓고 급변사태까지 운운... 남한 사회, 북한에 대한 종말론적 시각 있어
김연철: 마지막으로 북한 화폐개혁 문제를 이야기해보자. 북한 화폐개혁에 대한 남측의 시각, 남측 언론보도는 어떠했다고 보나.
이정철: 많은 언론이 북한의 화폐개혁에 대해 '돈주'를 겨냥한 것이고, 사회주의 계획경제 복귀를 목표로 한 것이라는 두 가지 시각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2005년에 쌀값 안정화 대책을 세울 때 수매가를 올리고 전량 수매해서 배급을 했다, 그래서 수매가가 올랐다고 알려져 있다. 그때 배급 쌀값을 45원에서 600원이나 800원으로 올려서 현실화하는 것에 대해 논쟁이 있었다. 배급 쌀값을 올리면 생활비를 다 올려줘야 하는데, 북한의 재정상태에서 순환이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때는 2004년부터 남측의 쌀 지원이 중단됐던 시점이다. 당시 그 조치가 실패했는데 그것을 이번에 재실시한 것이 아닌가 한다.
북한은 쌀이 연간 100만톤씩 모자라는 상황이 누적되면서 쌀값 인플레이션이 굉장히 심해졌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 대책을 세우면서 2005년에 검토한 쌀값 인상과 생활비 인상을 실행한 것으로 본다. '좋은 벗들'과 <데일리NK> 보도를 보면, 양강도에서 생활비가 신화폐로 400원, 쌀값이 23원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환율은 신의주에서 38원이다. 기존 화폐로는 쌀값이 2300원, 생활비는 4만원, 환율은 3800원이다. 그러면 최근의 현장 시장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평양의 노동자들 임금이 구화폐로 월 3~4만원 정도 된다고 봐왔다. 그것에 맞춰서 재정을 하면, 구화폐로는 쓸 수 없고 1대 100 디노미네이션 한 화폐를 쓰는 조치다. 사실상 (2002년) 7.1조치와 비슷한 것이다.
문제는 화폐개혁을 하면서 10만원 이상은 바꿔주지 않았다는 것이 일종의 '자본 박탈'이라는 것인데, 그런 것은 북한이 '우리는 사회주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몰라도 화폐개혁에서 부수효과로 다 고려된 부분이다. 따라서 그것을 부각시키는 게 이번 조치를 보는 기본적인 시각은 아니어야 한다.
북한에서도 달러나 외화로 저축을 한 사람들이 꽤 있고, 북한 돈으로 현금을 연봉 수준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본다. 그들을 중심 대상으로 한 조치는 아니라고 봐야한다. 쌀값 안정과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나오는,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정책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김연철: 결국 임금, 쌀값, 환율을 다 리셋한 것이다. 리셋 이후에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분석, 평가, 전망이 중요하다. 7.1조치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인데, 이것을 변화론, 과정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성공이냐, 실패냐라고 보는 것은 우문이다. 지금 당장 실패해도 거기서 교훈 얻으면 나중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고, 지금 성공한다 해도 장기적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엔 북한에 대해 망할 건가 아닌가 하는, 종말론적 시각이 있다.(웃음) 화폐개혁 갖고 급변사태까지 말하는데, 왜 이렇게 종말론 시각으로 보는지 그 원인을 생각해 보면 북한을 과학이 아니라 종교적 시각으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북한 불변론, 북한 절대 핵불포기론은 일종의 믿음 같다. 7.1조치를 시행한지 7, 8년 됐는데 이것을 전체적으로 평가해보고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예측하는 게 중요하지, 지금 당장 망하냐 안 망하냐 논의하는 상황은 개탄스럽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종전선언 문제, 이명박 정부도 검토했지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