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를 보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도시빈민들의 모습.
고두환
카톨릭 교도가 80% 이상인 필리핀에서 위와 같은 상상력으로 진행되는 시위는 평화적이며, 그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있다. 1987년부터 도시빈민협회의 주최로 매년 진행된 이 행사는 도시빈민문제에 힘쓴 하원의원 몬테마욜, 변호사 마르퀘즈 등에게 상패를 전하는 시상식을 가졌고, 주제에 맞추어 가두행진 등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도시빈민들과 시위에 함께 참가한 조직가 크리거씨는 "필리핀에서 이와 같은 방식(성경구절 재현)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알려내는 것은 매우 훌륭한 방법"이라며 "이번 시위만큼은 경찰도 어찌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축제 형태로 진행됐기에 많은 시민들이 도시빈민의 처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시위의 취지와는 다르게 도시빈민들에게 닥친 현실은 그리 밝지 많은 않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메트로마닐라 개발공사(MMDA)에서는 "당분간 강제철거는 없다"고 밝혔지만, 신년 이후 "강제철거를 재개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기 때문이다.
도시빈민협회 조직가 준씨는 "집도, 물도, 학교도 없는 곳으로 가서 살라고 하는데, 그런 철거 방식을 누가 이해하겠냐?"라며 "이런 행사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내가 이 문제에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필리핀의 도시빈민들은 중장비가 동원된 철거현장에서는 팔짱을 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비폭력 시위를 올해 말 계속 진행했었으며,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들의 처지를 알려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이날 행사에서 빈민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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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도시 빈민들의 기막힌 크리스마스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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