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를 대표하는 호텔 4곳, 객실수 총합은 172실이다.
여수시청 홈페이지
특급호텔 민자유치 난항... 국고 지원 직접시설지구는 더 심각더구나 여수엑스포는 말 그대로 박람회 기능에 충실했던 대전엑스포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핵심 주제가 '해양과 기후'다. 최근 인류의 최대 화두인 기후변화 문제이니, 여수를 찾는 VIP들이 더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또 대회 기간에는 182개 회원국을 보유한 세계해양학·기상학합동기술위원회(JCOMM) 총회도 함께 열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조직위는 물론, 여수시와 전라남도 그리고 시민단체까지 나서 특급호텔 민자유치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허나 뚜렷한 성과가 없다. 착공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특급호텔 민자유치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단정적인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여수시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협상은 진행 중"이란 것이다. 또 "박람회가 끝난 후 적자를 우려하는 기업들에게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인센티브를 주려는 것이 시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국고가 지원되는 '박람회장 직접시설지구'의 경우는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는 듯했다. 관계자는 '정부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기업 반응을 전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관련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노코멘트. 정작 핵심 지역 특급호텔의 미래는 시유지의 그것보다 훨씬 더 불투명한 셈이다.
부산지역 특급호텔이 대안? '여수의 굴욕'?1993 대전엑스포 당시 특급호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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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대전엑스포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당시 자료를 보면 일단 수요예상 VIP는 서울지역은 연 1,208명이었고, 대전지역은 연 5,303명으로 나타나 있다. 그에 따라 서울에서는 롯데호텔과 롯데월드호텔이, 대전 방면에서는 유성호텔과 유성 리베라 호텔이 각각 VIP를 위한 본부호텔로 지정됐다.
이를 통해 두 가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현재 여수처럼 당시 대전에도 마땅한 특급호텔이 없었고, 현재 '여수의 특급호텔 대안'으로 떠오른 부산의 역할을 당시는 서울이 맡았다는 점이다. 물론 그 때 대전보다도 지금의 여수는 훨씬 열악한 상황이다. 유성을 바로 옆에 둔 대전과 달리 여수엑스포 1차 권역으로 분류되는 여수는 물론 인근 도시에도 고급호텔이 없기 때문이다.
기반시설로서 호텔이 갖는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대전이 올해 '국제회의도시'로 지정됐지만 컨벤션센터 주변에 특급호텔이 없어, 최근 숙박시설 확충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엑스포 당시 특급호텔이 있었다면, 16년 만에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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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근 부산지역 특급호텔을 이용하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궁즉통(窮卽通), 어찌 보면 딱 '그짝이다'. 여수시민으로서는 입맛이 싹 가시는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여수의 굴욕'이라고 할까.
호텔로 향하는 길에 택시기사는 "그것이야말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챙겨 가는 꼴 아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다음날 만난 또 다른 택시기사도 "결국 돈 없는 것이 죄 아니겠냐"며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더욱 찬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수YMCA 등 지역 시민단체 임원, 학자, 종교인 등으로 구성된 '여수엑스포시민포럼'의 류중구 공동운영위원장(60·남)은 "4대강 사업 같은 걸로 예산이 많이 빠져나갔으니, 여수엑스포와 같은 중요한 국책 사업의 재정 확보가 어렵게 된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지역 여론"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와 같은 지역 여론에는 귀를 닫고 눈감아 버리는 식의 '최신 유행'을 따를 수 있다. 어쨌든 국가적인 행사이니 말이다. '부산행'은 이른바 국익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차선책일지 모른다. 강동석 조직위원장 말처럼, 여수 엑스포를 벗어나 '남해안엑스포'로 확장되는 것이 훨씬 국가적일 수도 있다.
여수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허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07년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는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해양·환경 관련 개도국 지원프로그램인 '여수 프로젝트'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지구적 협력을 도출할 수 있는 계기로 '여수선언'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향후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국가적 약속을 여수란 이름에 담은 것이다. 동시에 그와 같은 노력의 표본으로 여수를 주목해달라는 주문을 전 세계에 공언한 셈이다. 따라서 여수엑스포는 '여수선언'의 유효성 또는 신뢰도를 국제사회로부터 평가받는 자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정작 행사가 열리는 여수에 마땅한 특급호텔이 없다면?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도 여수와 관련 있다. 17일(현지시간)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제18차 당사국 총회의 한국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까지는 한국 개최가 유력한 편이다. 2012년 총회는 아시아 차례로 이미 중국, 일본, 인도 등이 한국 개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최 후보도시로 여수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여수엑스포와 같은 해 열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데다가, 당사국 총회에서 논의될 내용이 본질적으로는 '여수선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여수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각인시킬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도'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