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2010년도 경기도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놓고 정회가 되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유성호
2. 최근 우리 사회의 교육 양극화는 더욱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교육비는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가난한 아이와 부자 아이에게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말은 이미 같은 말이 아니다. 도교육청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는 교육 양극화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첫째로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요즘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자고 학원에서 공부한다고는 하지만, 학원 갈 형편이 되지 못하는 서민, 저소득층 자녀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학교가 교육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무상급식에 예산이 지나치게 배정되면 교육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청의 주장대로라면 서민, 저소득층 자녀들은 질 낮은 교육서비스를 제공받으며, 밥까지 굶어야 한다.
물론 도의회 역시 중장기적으로 초중고생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다만,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할 다른 주요 교육 사업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충분한 교육예산이 확보되기 전에는 서민, 저소득층 위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이 온당하다.
서민생활을 외면한 반대를 위한 반대는 그만하라3. '저소득층'이라는 딱지를 꼭 붙여야 하나도교육청은 지난 반론을 통해 월평균소득 200만 원 이하 가정에 대한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한나라당의 안에 대해 "새로운 저소득층으로 규정되고 편입된 아이들이 눈치를 볼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이는 현실을 외면한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지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각종 지역사회 서비스 선정의 기준이 되는 전국 4인 가구 월평균소득인 391만 1천 원의 50%인 195만 5천 원을 참고로 하여 선정된 이 지원기준은 지방공무원 재직 10년 미만, 본봉 37만 원의 회사 택시기사 등과 같은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키고, 소득 재분배와 사회 양극화 해소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도교육청에서 우려하고 있는 '저소득층 딱지'의 문제는 저소득층을 어디까지로 규정하느냐에 방점을 둘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아이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무상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궁리해야할 문제다.
급식지원비를 곧바로 학교계좌로 이체하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사생활 보호에 각별히 유의해주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급식비지원을 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
무상급식 대상자를 뽑는 과정에서도 학생을 개입시키지 않고, 부모와 선생님 사이에 서류를 주고받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처럼 이 문제는 철학이나 심오한 공리를 둘러싼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문제다. 도교육청이 개선의지만 갖고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급식 근본주의'를 경계한다4. 보트․요트 '쇼'에는 113억 펑펑 쓰면서...김동선 공보담당은 지난 반론의 말미에 경기도가 주최한 국제보트쇼와 요트대회를 거론하며 무상급식 사업과 단순 비교, 경기도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보트․요트 쇼가 이런 이유로 비난받는다면 전국의 모든 레저, 문화산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보트․요트산업은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대형선박 건조 부문에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대형선박 만큼이나 부가가치가 큰 보트․요트에서는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이 산업을 발전시키면 대형선박 못지않은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트․요트 쇼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상급식 문제와 연관 지어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급식 근본주의적인 자세다. 김 공보담당과 같은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도교육청은 교육정책홍보 사업에 18억 같은 예산을 '펑펑' 쓸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 자녀의 끼니걱정을 먼저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저소득층부터 무상급식 하자더니"공약 4. 서민,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급식, 지역공부방, 방과 후 학교 집중지원으로 교육기회평등을 실천하는 학교공동체로 만들겠습니다." (2009.3.17 교육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발표한 '7대 정책방향 및 10대 공약')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 초등학교 자녀들을 우선으로 해서 무상 급식을 해나가겠다." (2009.4.9 YTN FM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김 공보담당은 반론을 통해 초등학교 5, 6학년 무상급식을 '김상곤식 교육정책'이라 규정하였다. 김 공보담당께 '김상곤식 교육정책'이 정녕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김상곤 교육감은 2009년 3월 17일 교육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7대 정책방향 및 10대 공약'을 발표하며, 10대 공약의 네 번째 공약으로 서민,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급식을 내세웠다. 교육감 당선 이후에도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무상급식 추진을 수차례 언급했다.
결정적으로 김상곤 교육감은 당선직후인 2009년 4월 9일 모 라디오 방송 전화인터뷰에서 핵심공약이 어떤 것들이냐는 앵커의 질문에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 자녀들을 우선으로 해서 무상급식을 해나가겠다"는 답을 직접 하기도 했다.
"교육으로 장난치면 국민들의 엄청난 심판이 있을 것"이라며 정치공세를 편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 또한 참여정부 시절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재임 당시 2006년 2월 2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권철현 의원의 질의에 "우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폭을 늘려 나가는 것이 현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지난 몇 개월간 경기도의회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한 현실적 해답이자,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의 요지이기도 하다.
김상곤 교육감은 그동안의 구태의연한 낡은 정책 기조에서 새로운 미래지향적 정책 기조로 바꾸어 나가겠다고 하면서, 구태의연한 '말바꾸기'를 일삼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