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중학교 1, 2학년은 별로 마음이 즐겁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주 23일에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주관하고 부산교육청에서 문제를 낸 <전국연합학력평가>와 24일에 보는 중간고사 때문입니다. 이 시험은 교과부 주관도 아니고 결과 공개도 되지 않지만 일제고사 점수를 잘 받고 싶은 일부 학교들은 시험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기말고사를 일제고사 다음날로 미룬 것입니다.
일제고사가 성탄 선물?
중학교 기말고사는 보통 12월 초에 치러집니다. 그런데 올해는 일제고사에 대비해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는 뒤로 미루고 다른 교과만 시험을 본 학교들이 생겨났습니다. 마음 같아선 이 시험으로 기말고사를 대체하고 싶었겠지만 교과부가 중간, 기말고사에 반영하지 말라고 보낸 공문에, 10월 일제고사를 중간고사로 대체한 인천의 중학교들이 징계받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탓에 나온 고육지책입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7교시까지 강제보충수업을 한 데다 성탄 전야에 기말고사를 봐야 합니다. 교사들은 방학 때 나와 시험지를 채점하고 통지표를 내보내려면 연말이 다 지나가게 생겼습니다. 산타의 선물은커녕 저주받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법적 근거도 없는 시험 강행 중단해야
교과부장관은 초중등교육법 9조 1항(학생평가), 62조(권한위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10조(학생 평가)에 의해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권을 위임받았습니다. 행정조사법에 의거한 행정조사권의 일환이며, 그 목적이 교육과정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나마도 전수평가가 아니라 표집평가입니다.
학생의 학업 성취도 평가는 시․도 또는 지역 교육청별로 일정 수의 학교를 표집하여 몇 개의 학년과 몇 개의 교과를 대상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한다. - 7차 교육과정 해설서
작년부터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통해 등급을 매기고 학교 서열을 매기는 것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위임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감들이 보는 시험은 법적 근거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강원도교육감은 작년 12월 초등학교 4, 5학년 일제고사 때 단체협약에 따라 시험을 보지 않고 수업을 한 교사 4명을 해임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안민석 의원에게 법적 근거를 대라는 추궁을 받고,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강원도교육감을 형사고발했고, 해직교사 행정소송과정에서 시행근거 자체에 대한 법률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내려 보낸 공문을 보니 강원, 인천, 경북, 제주만 시행근거가 없고, 다른 교육청은 전에 없이 자세한 안내가 따라붙었습니다(관련기사 : 충북교육청, 일제고사 노력상). 시도교육청마다 제시한 근거는 대동소이한데, 모아보니 대략 7개로 정리가 됩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0조(관장사무)
초 · 중등교육법 제7조(장학지도), 제23조(교육과정 등)
전국 시 · 도교육감협의회 합의사항(2007. 9. 12)
'09학년도 중학교 1,2학년 전국연합 학력평가시행계획(부산시교육청,2009.4.29)
'09학년도 중학교 1,2학년 전국연합 학력평가시행기본계획(2009.11.27)
교육인적자원부 고시 1997-15(제7차 초·중등교육5과정 고시)
교육인적자원부 고시 2007-75(2007년 개정 교육과정 고시)
한편 경기도 교육청은 내년 3월 진단평가를 보지 않겠다고 한 것에 이어 이번 시험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었습니다. 전북교육청도 학교 자율권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고 합니다.
내년 7월 대비 5학년 겨울 보충 학습 계획
그럼 초등학교는 어떨까요? 10월에 본 일제고사 결과가 이번 주에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숱한 논란을 의식했는지 성적표 겉표지만 화려해졌습니다. 이 결과에 따라 내년 1월에는 전국 학교의 등수가 매겨지겠지요.
한편 충북지역에서는 여름 보충수업에 이어 5학년 겨울보충소식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성적이 부진한 학생만이 아니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충수업입니다. 올해 하도 분란이 많아서였던지 전체 교사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5학년 교사만 불러 협의해서 잘 모르는 학교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 11월 19일 열린 <2010년 학업성취도 평가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내년도 교과부 일제고사가 7월로 당겨진다는 시안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점수를 올리려면 이번 방학밖에 없지요? 그 덕에 3월에 부진아도 덜 나오고 7월까지 긴장감이 계속되면 일석이조의 효과입니다.
시험 개선안이 확정되지 않은 탓인지 머뭇거리다 방학 계획 다 나온 뒤에 갑자기 불러서 일방적으로 바꾸는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인지 도교육청에서 교감회의를 통해 전달한 것인지는 확인 중입니다.
일제고사 폐지가 대안
교과부는 12월 17일에 학생의 학습부담을 줄여준다며 2009개정교육과정을 확정발표했습니다. 학교마다 집중이수제와 수업시수 20% 증감권을 통해 획일적인 교육을 벗어나 학교의 특색을 살리고 자율권을 발휘하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전국을 한 가지 시험문제로 평가하는 일제고사는 폐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제고사는 이미 교육행위를 벗어나 교육과정 파행에 아동학대의 도구로 전락해서 폐지 외에 대안이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학생들도 같은 날 일제고사로 더 이상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교과부에 중지권고를 내려달라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위원회(이하 사회권 위원회)는 11월 24일 부모의 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공교육 체계를 정비하고 학교 간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는 일제고사를 제고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이제 2009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의 일을 마무리하고 잘못한 일은 용서를 빌기도 하는 시기입니다. 올해는 새 천년 첫 10년을 돌아보는 각종 기획행사도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빌어 교육당국과 시도교육감이 학생들의 행복한 연말연시를 위해 일제고사를 폐지하면 얼마나 좋을까 소망을 빌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일제고사가 하루 빨리 폐지되어 학기 중에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방학에는 푹 쉴 수 있는 기본인권이라도 지켜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2009.12.19 12:01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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