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동조합에서 탈퇴해 새 KBS지부를 설립한 엄경철 노조위원장.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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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KBS 사장이 여러 개혁정책을 내놨다. NHK형태로 메인뉴스의 포맷을 대폭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NHK 방식에 대해 내부적으로 분석 중이다. 뉴스의 형식변화보다는 그 형식에 무엇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형식은 부차적이다. 물론 현재 1분20~30초짜리 뉴스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많았다. 형식변화도 예전부터 요구가 있어왔다. '김 사장이 무엇을 담기 위해 이 변화를 꾀하는가'하는 점이 핵심이라고 본다. 이런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이런 형식이 필요하다, 이런 논의가 없다. 형식변화만 강조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앵커와 편집팀이 7~8개의 아이템 주제를 선정해 메인뉴스를 끌고 가게 되면 그들의 영향력이 커진다. 어떤 주제를 선택하느냐, 어떤 뉴스를 다루느냐는 전적으로 앵커와 편집팀의 결정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김 사장 입장에서 보자면 뜻이 맞는 구성원이 세워지면,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좋은 구도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1분20초짜리 뉴스에는 분명 기자 자율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게 바뀌면 기자 자율성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회적 논쟁이 되고 있는 세종시, 4대강, 미디어법 등에 대해 1분20초짜리 뉴스에서 다 담기는 어렵다. 심층적 접근을 통해 논쟁을 보여주고 국민에게 담론의 장을 열어주는 구실을 하겠다면 동의하지만, 그것 없이 무조건 형식만 변화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조치라고 생각한다."
- 정권의 홍보도구로 전락하지 않겠나 하는 우려도 나온다. "섣불리 재단하고 싶지는 않다. 김 사장 스스로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 포부를 믿고 싶다. 그렇게 가면 좋겠다. 김 사장이 생각하는 공영방송의 길과 철학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많은 기자 피디그룹이 생각하는 길과 김 사장이 생각하는 공영방송이 다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공영방송은 수신료로 운영된다. 인상은 불가피하다. 수신료 청구 대상은 서민 약자다.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길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과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우리 사회에서 공영방송의 길은 약자의 편에서 강자에 맞서고, 시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평한 룰이 적용되는지 조명하고 감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런 시도 없이 상징적인 말의 수사를 통해 공영방송으로 가겠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 김 사장이 유독 NHK모델을 선호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나."김 사장이 사내에서도 또 회사를 떠난 뒤에도 공영방송을 연구하고 고민해왔다고 하는데, 어디서도 그가 NHK모델을 강조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NHK는 잘 아는 것처럼 일본 국회에서 예산통제를 많이 받고 있어서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에 역주행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그런데 그걸 꺼내 지금 KBS를 그렇게 만들겠다는데 우려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공영방송 모델은 BBC 모델이다. 탐사보도를 통해 정부와 충돌도 일으키면서 공영방송 역할을 하고 있다. 사내에서는 NHK 모델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김 사장과의 첫 번째 전선이 될 걸로 보인다."
피디저널리즘 죽이기- 김인규 사장은 이른바 기자와 PD가 결합된 형태로 보도직군, 이렇게 신입사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기자와 피디 구분 없이 저널리스트 직군으로 뽑겠다는 건대, 이미 서양에서는 기자와 피디를 구분하지 않고 뽑는다. 우리도 한 14년 전에 뉴스피디 개념이 있었다. 뉴스에 필요한 피디를 따로 뽑았다. 기자가 취재도 하고 편집도 하다보니까 취재가 약해지니 기자는 취재에 전념하고, 뉴스피디가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문화에서 조금 빠른 시도여서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그걸 다시 하겠다는 건대, 어떤 형식의 방송조직문화를 만들려고 하는지 아직 정확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나오면 그때 문제지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번 시도에 대해 피디직군에서는 피디저널리즘을 약화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김 사장이나 보도국 간부가 갖는 생각은 피디는 균형감각 없이 취재해서 일방으로 흐른다, 기자와 같은 균형성 객관성 훈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방향을 설정하니 공영방송 프로가 비판을 부른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정방송이란 말은 모호하다. 진실을 추구하다보면 누구에게는 분리하고 어떤 쪽에는 덜 불리할 수 있다. 오히려 기계적 균형을 통한 현실인정이 문제다. 피디저널리즘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탐색해 진실을 알리겠다는 거다. 따라서 김 사장의 정책에 비판과 우려가 존재한다."
- 김인규 사장은 취임 초부터 수신료 인상을 중점적으로 표방했다. "이론적 정당성만 따지자면, 공영방송은 수신료만으로 운영되는 게 맞다. 그래야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갖고 일할 수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은 현실적 제도다. 수신료 부담이 늘어나면 국민적 저항이 생긴다. 너무 많은 돈을 부담하면서까지 공영방송을 봐야 하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핵심은 공영방송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KBS가 변한 길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영방송의 길이었나 반성이 필요하다. 신뢰도 1위의 KBS가 올해 2위로 추락했다. 이때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면 국민적 저항이 수반된다. 수신료 인상이 국민에게 박수받는 일인가 따져볼 일이다."
"지난 1년간 KBS 변화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