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돌산도에 넘실대는 갓. 겨울을 푸르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돈삼
절기상 대설이 지나고 동지도 지났건만 여수반도 남쪽 끝자락에 달린 섬 돌산도는 여전히 푸르름으로 넘실대고 있다. 섬의 들녘을 온통 초록으로 뒤덮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돌산갓'. 돌산도는 알큰하고 새콤한 맛을 자랑하는 갓의 주산지다. 어느 쪽으로 눈을 돌리더라도 갓이 지천이다.
돌산도의 갓 재배농가는 900여 가구. 섬이 갓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돌산도에서 갓이 본격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0년대 말부터. 보리보다 소득이 높자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후 돌산도가 갓 재배의 적지로 판명나면서 여수를 대표하는 작물로 떠올랐다.
돌산도가 갓 재배 적지가 된 것은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드물 정도로 온화한 날씨 덕분이다. 눈 구경도 어렵다. 이런 푸근한 날씨에다 짭짤한 바닷바람과 황토흙은 돌산도를 갓 재배 주산지로 만들어 주었다.
옛날 돌산갓으로 담근 갓김치는 임금님 밥상에도 자주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톡 쏘는 맛 때문에 갓을 기피하기 일쑤다. 하여 지금 돌산도에서 주로 재배되는 갓은 청색 갓. 쏘는 맛이 덜하고 씹는 맛은 좋다. 톡 쏘는 맛이 느껴지는 적색 갓은 재래종인데, 성장속도가 느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