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더 푸른 섬 '돌산도'에 숨은 보물

들녘에 갓 지천, 수확 손길 분주... 갓 김치 특산품

등록 2009.12.23 10:28수정 2009.12.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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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돌산도에 넘실대는 갓. 겨울을 푸르게 만들어주고 있다.
여수 돌산도에 넘실대는 갓. 겨울을 푸르게 만들어주고 있다.이돈삼

절기상 대설이 지나고 동지도 지났건만 여수반도 남쪽 끝자락에 달린 섬 돌산도는 여전히 푸르름으로 넘실대고 있다. 섬의 들녘을 온통 초록으로 뒤덮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돌산갓'. 돌산도는 알큰하고 새콤한 맛을 자랑하는 갓의 주산지다. 어느 쪽으로 눈을 돌리더라도 갓이 지천이다.

돌산도의 갓 재배농가는 900여 가구. 섬이 갓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돌산도에서 갓이 본격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0년대 말부터. 보리보다 소득이 높자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후 돌산도가 갓 재배의 적지로 판명나면서 여수를 대표하는 작물로 떠올랐다.

돌산도가 갓 재배 적지가 된 것은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드물 정도로 온화한 날씨 덕분이다. 눈 구경도 어렵다. 이런 푸근한 날씨에다 짭짤한 바닷바람과 황토흙은 돌산도를 갓 재배 주산지로 만들어 주었다.

옛날 돌산갓으로 담근 갓김치는 임금님 밥상에도 자주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톡 쏘는 맛 때문에 갓을 기피하기 일쑤다. 하여 지금 돌산도에서 주로 재배되는 갓은 청색 갓. 쏘는 맛이 덜하고 씹는 맛은 좋다. 톡 쏘는 맛이 느껴지는 적색 갓은 재래종인데, 성장속도가 느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최기운 돌산갓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이 돌산갓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기운 돌산갓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이 돌산갓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돈삼

 돌산갓. 예전에 많이 심었던 적색은 사라지고 청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돌산갓. 예전에 많이 심었던 적색은 사라지고 청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이돈삼

"이게 그 유명한 돌산갓입니다. 돌산갓의 독특한 맛은 기후와 토양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만들어내죠. 따뜻한 해양성 기후와 알칼리성 사질토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갓에 비해 부드럽고 쉽게 물러지지 않아요."

'돌산갓김치 정보화마을' 최기운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돌산도에서 재배되고 있는 갓은 '만생평경대엽종'. 이른바 청색갓이다. 지금은 도시개발로 사라진 세꾸지마을에서 처음 청색갓이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중반부터 돌산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최 위원장의 공력이다.

"1986년쯤으로 기억해요. 세꾸지마을의 한 지인으로부터 갓 씨앗을 얻어 텃밭에 심었죠. 키우기 어렵지 않고 소득에도 큰 보탬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웃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죠."


 여수 돌산도 둔전마을에 사는 한 주민이 갓을 수확해 손질하고 있다.
여수 돌산도 둔전마을에 사는 한 주민이 갓을 수확해 손질하고 있다.이돈삼

 방금 수확해 손질한 갓. 알큰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방금 수확해 손질한 갓. 알큰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이돈삼

이 때문인지 갓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무농약 재배는 기본이다. 병해충은 인근 산에서 구한 각종 약초로 만든 생약으로 없앤다. 해서 여름이면 생약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지낸다. 새로운 생약을 개발할 때마다 밀려오는 희열은 수확의 기쁨과 맞먹을 정도다. 한해 두해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스레 무농약 농법이 이뤄졌다.

갓에 대한 그의 열정은 재배 방법에서도 드러난다. 갓 농사는 수분과 온도만 알맞으면 사시사철 6모작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는 2모작을 고집한다. 1년에 2번 이상 재배하면 돌산갓만의 고유한 향과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갓을 출하할 때도 꼼꼼하게 처리한다. 나름의 원칙 때문이다. 어린 갓은 절대 출하하지 않는다. 최상의 품질만 골라서 한다. 직거래를 통해 가격도 더 받는다. 그러면서도 국내산 재료로 갓김치를 담그지 않는 곳이라면 절대 팔지 않는다. 그동안 거래해 온 단골 거래처에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돌산갓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그와 정보화마을 주민들의 몸부림이다.

 갓 수확 준비. 갓 재배 농민이 그동안 갓 위에 덮어놓았던 보온덮개를 벗겨내고 있다.
갓 수확 준비. 갓 재배 농민이 그동안 갓 위에 덮어놓았던 보온덮개를 벗겨내고 있다.이돈삼

 갓 수확. 보온덮개를 걷어낸 밭에서 아낙들이 돌산갓을 수확하고 있다.
갓 수확. 보온덮개를 걷어낸 밭에서 아낙들이 돌산갓을 수확하고 있다.이돈삼

돌산갓김치 정보화마을은 죽포, 두문포, 봉림, 방죽포, 승월 등 5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마을 주민들은 갓을 재배해 농가당 평균 200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게 주업은 아니다. 부업이다. 정보화마을 지정은 지난 2002년 이뤄졌다.

이 마을 주민들은 지난 2002년부터 갓김치를 직접 담가 팔고 있다. 모두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무농약 인증 갓만 사용한다. 방부제나 인공조미료도 전혀 넣지 않는다. 대신 멸치 액젓에다 주민들이 직접 기른 마늘, 고추 그리고 천일염 등 천연 양념만 쓴다. 돌산갓김치의 알싸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이유다. 가격은 1㎏에 5000원.

최기운 운영위원장은 "앞으로 돌산갓김치 맛의 표준화를 이루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집집마다 갓김치를 담그고 있지만 그 방식이 달라 맛도 조금씩 다른 것이 현실. 하여 농촌마을 종합개발 사업이 유치되면 마을센터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돌산갓김치 맛의 표준모델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라는 게 최 위원장의 얘기다.

 갓 수확. 요즘 여수 돌산도에 가면 밭에서 갓을 수확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갓 수확. 요즘 여수 돌산도에 가면 밭에서 갓을 수확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이돈삼

 갓김치. 알큰하고 새콤한 맛이 특징이다. 옛날 임금님 밥상에도 자주 올랐다고.
갓김치. 알큰하고 새콤한 맛이 특징이다. 옛날 임금님 밥상에도 자주 올랐다고.이돈삼

#돌산갓 #여수 #돌산도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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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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