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끝나고 개강을 하면 난 친구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를 겪곤 한다. MBC 드라마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의 한 장면.
MBC
"누구냐. 넌..."
영화 <올드보이>의 명대사? 아니다. 개강 후 캠퍼스에서 마주친 대학 동기들에게 던지는 충격과 공포의 한마디다. 혹시 경험해 본 적 있는가? 내 이름을 살갑게 부르는 누군가를 전혀 기억해내지 못할 때 느끼는 당혹감을 말이다. 반갑게 인사하는 걸 보면 분명 친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내 앞에 서있는 이 여자가 도무지 누구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답답해 미치겠는 기분을 말이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나 안면인식장애 있나..'하고 좌절하며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하는, 그러나 이 당혹감의 원인은 언제나 그녀들의 확 바뀐 얼굴, 바로 성형수술에 있었다는 오싹하고도 오묘한 경험을 말이다.
대학 생활이 햇수로 3년째, 동시에 '묻지마' 성형 수술을 통해 방학만 되면 업그레이드되는 동기들의 얼굴을 목격한 지도 햇수로 3년째다. 1년째엔 '사람이 저렇게도 변하는구나'하며 그저 감탄했고, 2년째엔 '쟤보단 쟤가 잘 됐더라'며 동기들끼리 품평을 하기도 했다. 3년째가 되니 "너도 했냐"하며 슬슬 무덤덤해지는 지경이다.
물론, 내 주변엔 성형수술 안 해도 예쁜 친구들이 더 많다. 학교에서도 성형한 친구들은 극히 일부다. 그러나 누군가 '에이~ 그래도 설마 성형했다고 친구를 못 알아 볼 정도겠어?'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고 싶다. '정말 못 알아본다'고. 얼굴의 본판이 깡그리 없어지는 마법 같은 일은 인터넷에 떠도는 '충격적인 연예인 성형 전 사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걸 내 모든 걸 걸고 장담하는 바다.
성형외과 의사 왈 "세상에,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하셨어요?"후배 K양(20)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녀는 수능을 마치고 성형수술 상담차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에게 "세상에,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하셨어요?"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는 얼굴을 '갈아엎어' 버렸다. 담당의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이 못생긴 얼굴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냐'는 의미로 그런 말을 한 것인데, 단지 얼굴이 조금 못생겼다는 이유로 그런 소릴 들었다니 내가 다 씁쓸했다. K가 우스갯소리로 "언니, 나 무슨 큰 병 걸린 사람 같았잖아. 술, 담배 때문에 몸 망친 암 말기 환자가 돼서 의사한테 꾸지람 들은 기분이랄까?"라고 말하는 바람에 포복절도 하기 전까진 말이다.
어찌됐든 그녀는 성형 수술 이후 본인의 아픈 기억마저 농담 소재로 사용할 만큼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됐다. 쌍꺼풀 수술과 앞트임, 콧대에 보형물을 넣고 코끝을 좁히는 보정 수술까지 받고 몰라보게 예뻐진 결과였다. 실제 성형 전 사진을 보면 같은 인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인데, 그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내년엔 턱을 깎아내는 안면윤곽수술까지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더 안 해도 충분히 예쁘다'며 말려 보기도 했지만, 끝내 그녀는 예쁜 외모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을 것 같다.
K양은 당시를 떠올리며 "의사 말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 수술을 하고 나니 역시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특히 수술 이후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걸 느낄 때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더구나 "성형미인이라고 밝혀도 사람들이 예쁘다고 잘해주는 걸 보면, 취업할 때도 예쁜 외모가 일종의 '스펙'처럼 작용해 유리할 것 같고, 비록 어린 나이긴 하지만 역시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외모가 중요하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나.
재밌는 건 K가 자신이 성형한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다 알리고 다닌다는 사실이었는데 '왜 그렇게 떠벌리고 다니냐, 자랑은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 "알리고 싶지 않아도 알려야 한다"는 흥미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인 즉, 코에 넣은 보형물 때문에 상대방이 모르고 코를 세게 건드리거나, 잡고 흔들거나, 얼굴을 때리면 코가 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주변에 알린다는 조금은 슬픈 사연이다. 아무쪼록 K양 턱깎는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치길. 건투를 빕니다(근데 턱 깎는 건 진짜 아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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