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로봇 물고기'
참여사회
4대강 문제와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모순은 팔당에서 발견된다. 팔당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천혜의 농업 입지이다. 이 비옥한 땅을 일구는 분들, 수고스럽지만 유기농이라는 노고를 피하지 않았다. 명실 공히 '저탄소 녹색성장'의 표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통령되기 전 이곳을 들러 사진도 여러 방 찍을 만큼 애정을 뒀다. 그러나 이곳의 80%가 콘크리트로 뒤덮일 모양이다. 자전거 도로, 공연장 짓기 위해서 말이다. 또 주변엔 제방으로 두를 모양이다. 이런 '반환경적 작태'는 그런데, '친환경 사업'인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친환경 사업 하느라 유기농토를 갈아엎는다? 이런 모순이 어디에 있을까? 정부는 경찰의 호위 속에 이곳에서 측량 작업을 벌였단다. 이에 반발하는 농민들은 그러면 '친환경 사업에 반기를 드는 '반(反)환경 세력'이 되는 셈인가. 모순은 모순을 낳는 셈이다.
세종시 수정 약속 뒤집으며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건설을 원안대로 하면 나로서도 좋다"라며 자신의 '세종시 수정 입장'의 진정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으로 이명박이 좋은 점'은 꽤 있다. 세종시 건설에 들어갈 비용을 줄이면 가뜩이나 재정악화로 4대강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행정부처 이전을 없던 일로 하면 MB의 지지기반인 수도권 부동산 부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다. 대표일 때 세종시 건설에 합의해 줬지만, 지금은 당권이 없어 운신의 폭이 좁은 박근혜 전 대표를 '약속 파기'의 한 책임 당사자로 몰아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 수 있다. 또한 이로써 '권력자가 마음먹으면 뭐든 한다'는 교훈을 입증하게 되면 자신의 정국 주도권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세종시 건설은 충청도라는 특정지역의 사업으로 그 의미를 한정해서는 안 된다. 서울에 집중된 인구 및 경제력을 분산시켜 지역이 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 차원의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이런 취지를 모를 리 없을 이명박 대통령은 그래서, '효율성 제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KTX로 인해 서울과 40분대로 좁혀진 교통망과, 전화는 물론 화상회의까지 가능한 최첨단 통신망을 떠올려 보자. 여전히 '효율성 제로'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 관철 의지를 재확인하며 "충청도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가 했던 약속 가운데에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안될 거라고 한다. 이건 모략이다. 저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다."(20007. 11. 27)라는 것도 있었다. 혹시 이 약속을 나중에 "양심상 세종시에만 특혜 줄 수 없다"라며 뒤집는 것은 아닐까. 이 상상은 모략일까. 그러나 수시로 모략은 진실이 되고 있다.
언론 자유 '권력의 노예' 전락한 언론·검찰KBS는 '이명박의 사람'이 사장 자리에 올랐다.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는 뉴라이트가 구성원 다수를 점했다. SBS는 어떨까. MB의 시중,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SBS를 "쉬운 상대"라며 코웃음 쳤다. 방송 3사는 이렇게 함락돼 가고 있거나 함락됐다고 인식되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 친화적 언론 기업 집단도 방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미디어법이 파행과 위법에 물든 채 통과됐다. 통과된 법에 따라 부여될 방송 채널을 얻고자 조중동은 더욱 노골적으로 '권력의 노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익구조가 열악한 나머지 방송 신문도 '광고 수입'이라는 '밥줄'에 얽혀 '알아서' 처신하고 있다. 언젠가 부터 '정권 비판적 기사'가 점점 축소되더니 이제는 '정권 친화적 기사'마저 노골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KBS 정연주 사장 및 신태섭 이사 해임. MB특보 출신 김인규과 구본홍, 각각 KBS와 YTN 사장에 취임. 신경민, 손석희, 김제동 등 친정부 성향이 아닌 진행자의 교체. MBC 'PD수첩' 제작진 기소 및 이메일 내용 공개. 시사 프로그램 대폭 축소 및 친기업 성향의 프로그램 전진 배치. YTN 노조원 해고 및 '돌발영상' 제작자 교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구속. 정말 정신없는 지난 2년이다. 언로는 막혔다. MB에 대한 비판은 금기시 또는 자제됐다. 과거 정권 때에 기자실을 없애는 것을 '언론자유의 말살'이라 운운하며 엄살 피우던 우리네 언론인들,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혹시 죽었을까. 그렇다면 저항하다가 죽었을까 아니면 무방비 상태로 찍소리 못한 채 죽임 당했을까. 한편 권력자의 사주를 받아 붙잡고 가두고 욕 먹이는 '악역'을 마다않는 검찰. 검찰도 이 정권 들어 자신의 자존심을 죽여 버리고 말았다.
부활 예고된 반환점, 지방선거 '표로 심판하자''바닥까지 가야' 상승세를 전망할 수 있다. 경제 지표가 그렇다. 많은 이들은 2009년을 더 추락하기 힘든,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바닥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2010년 전망을 '희망적'으로 본다. '상승할 일'만 남았다며 말이다. 근거는 다양하다. 이명박 정부의 '반환점'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이뿐 아니다. 반환점 '턴' 기념 빅 이벤트가 있다. '지방선거'이다.
앞서 소개한대로 이명박 대통령은 "나에겐 더 이상의 선거가 없다"라고 했지만,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한나라당원에게는 수많은 선거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거듭되는 중간선거의 패배 결과를 무시하며 'My way'를 택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왕따'의 길만 남을 뿐이다. 친박은 물론 친이 조차 '이명박 대통령과 묶여 정치적 순장을 당할 수 없다'며 갈 길을 따로 택할 것이란 이야기이다.
지금 젊은층의 '투표로 복수하자'는 결기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바닥으로 치닫는 민주주의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정치 무관심층에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표로 주류를 이뤘던 '적극 투표층'에 심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낮은 투표율로 상징되는 재보선에서 야당 성향의 표가 늘상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나라당의 향후 지방선거, 총선, 대선 전망을 어둡게 하는 단서이다.
'투표 심판층의 확대'의 원인 제공자는 누구일까. 집회와 시위, 인터넷 의견 개진 등 다양한 '정권 불만 표출 수단'을 완전히 억눌러 결국 투표에 의한 심판에 집중하게끔 만든 현 권력이다. 게다가 서민 지원 축소, 전세대란, 전무한 학자금 대책, 물가 폭등, 농가 부채 폭증, 노골적인 지방 홀대 등 서민들의 '심판거리'를 현란하게 양산한 당사자 역시 현 권력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든다. "나를 때려줘"라는 이들이 이 세상에 이명박 정부와 마조히스트 말고 또 있을까'라는.
"MB 주변의 하루살이들, 긴장하시라"2009년. 사법부를 권력의 추종기관으로 만들려 했던 한 대법관의 비행이 발견됐다. 언론은 확실히 장악됐다. '정치의 실종'은 이젠 새롭지도 않다. 시민단체는 거듭되는 탄압 속에 빈사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 뿐. 그래서일까. 현 정권은 이 국민에게 '권력에게 저항하지 말라'며 끊임없이 무력감을 부추기고 있다. '저항하려면 하라. 그 비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라는 교훈을 남기며, 질 게 뻔 한 재판전도 불사하며 비판세력을 압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무력감의 내면화'를 걱정한 탓일까. "싸울 방법을 모르거든 담벼락을 향해 욕하기라도 하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말을 유언처럼 남기고 떠났다.
시민이 문제의식을 가질 때, 그리고 실천력을 가질 때, 그러니까 권력을 무서워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건강해진다. 민주주의의 건강함은 시대에 희망이 있음을 말한다. 국민은 쫄지 않았다. 2010년, 그래서 희망이 있다. '이명박'에게 양심은 물론, 운명까지 담보로 헌사한 하루살이들, 긴장 좀 해야 할 거다.
덧붙이는 글 | 김용민 시사평론가의 글입니다. 이 글은 <참여사회> 12월호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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