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검찰이 장례식 방해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그 때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사죄하십시오"라고 외친 것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그 때 행동이 위법했냐, 적법했냐를 떠나 노 전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이 느끼듯 정치적 타살을 당했다. 현 정권은 그에 대한 도의적 책임뿐 아니라 직접적 책임도 있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국민에게 엄청난 상처이고 대한민국 역사에 큰 흠결이 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대통령과 현 정권에 묻고 싶은 게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보며 속으론 정적을 제거했다고 쾌재를 불렀던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게 정치공학적으로 이를 바라봤다면 이명박 정권의 몰역사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 4·3 항쟁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사과했다. 이명박 정부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역사적 흠결 앞에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이명박 정부의 참여정부 지우기 작업의 결정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이전에도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 각종 기관장 물갈이 등이 진행되지 않았나.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문제라든가 저를 약식기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기보단 힘으로 짓누르려는 이명박식의 통치 스타일이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70~80년대 리더십으로 21세기의 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다. 2008년 촛불집회에서 배운 것이 하나도 없다. 당시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조언했던 참모들을 다 잘랐다고 하지 않나."
- 노무현재단 출범 이후 후원금이 무려 총 26억 원이 걷혔다.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노무현 정신'이라 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갈증 아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철저한 민주주의자였다.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화두는 분권·자치·균형이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주권자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무현 정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소수의 귀족들, 시장권력-언론권력-정치권력의 카르텔 집단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철저하게 준비해 이명박이라는 전투 로봇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명박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런 유착관계를 끊어내야 한다. 과거의 김대중·노무현을 현재의 이명박과 비교하지 말고 우리가 그 분들을 극복해나가고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해야 한다. '노무현 시대로 돌아가자'가 아니라, 노무현을 계승하면서 그것을 확장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단순한 답습은 또 다른 퇴행이다. 미래의 노무현과 현재의 이명박과의 싸움이 돼야 한다."
"호남당으로 부산 출마한 노무현... 국민참여당과의 연대, 통합 수준 돼야"
- 백 의원이 생각하는 새로운 가치가 무엇인가.
"신영복 교수를 대단히 존경하는 편이다. 서양의 존재론적 인식이 아닌 동양의 관계론적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도 다시 정립할 수 있고 사민주의적인 북유럽의 복지체제를 획기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고민될 수 있다. 사실 일본은 이미 했다. 이번에 정권을 교체한 하토야마 정권이 아동수당을 주기로 했다는 것 아닌가. 우리에게도 그런 복지체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진보를 위해선 세계의 변화 흐름을 읽고 기초하되 그를 뛰어넘어야 하지 않겠나. 물론 노 전 대통령의 품성도 계승해야 할 것이다. 소탈하고, 서민적이었고 눈물을 흘릴 줄 알았던 그 스타일. 미셀 오바마도 남편을 누르고 최고의 지도자에 오르지 않았나."
- 노무현 정신을 잇는다고 할 수 있는 국민참여당이 주목받고 있다. 신당 창당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국민참여당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민주당과 어떤,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이 아수라장 같은 민주당에서 각각의 차이를 인정해가며 대통령 후보가 됐고 당선됐다. 이후 쫓겨나듯 탈당하셨지만…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낫다'는 생각이다. 노무현 정치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무 것도 얻지 못했을 때 그를 보좌했던 안희정·서갑원·백원우·정윤재 등은 다 민주당에 남아있었다."
- 왠지 서운함이 느껴진다.
"참모로 있었던 우리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얻었던 분들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당시 측근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노 전 대통령이 우리를 불러들여 '절대 나서지 마라, 세력을 만들려고 하지 마라, 열심히 지역구 활동하고 공부해라'고 말하셨다. 국민참여당만이 친노를 대표한다? 조금 서운하다. 다만 우리가 노무현의 참모로서 '우리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었고 그런 여유도 없었다는 생각은 든다."
- 국민참여당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연대 전선' 구축 가능하겠나?
"국민참여당이 연대를 말하고 있다. 신뢰하고 같이 하고 싶다. 그러나 과연 성사될 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찍는다. 차라리 당면한 과제인 '반MB'를 위해선 연대가 통합의 수준이 되었으면 한다. 노 전 대통령이 경선 때 내걸었던 구호가 '통합과 개혁'이었다. 그 통합의 정신으로 부산사람이 호남당으로 끊임없이 출마했다. 영남당 하나 만들면 충분하게 지역 맹주 할 수 있단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몰랐던 게 아니다. 그런 것을 볼 때 친노의 분열로 전체 민주 진영이 무너졌다는 역사적 후과가 생길까 두렵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정치 일선에서 은퇴해 농촌·생명공동체 건설, 시민학교 등 시민사회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몸 던지며 남긴 화두 '깨어있는 시민'... 각성의 계기가 돼야"
- 2009년 연말 국회가 예산안·4대강 사업 등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예산안은 2009년 마지막날에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직도 토목CE0의 버릇을 못 버렸다. 국회를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에 대비해 자신은 돈 벌러 다니는 CEO처럼 쇼하고 있고. 또한 민주당 지도 시스템의 혼돈도 있는 것 같단 생각도 든다. 내부의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지도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 상황에서 야당의 지도부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야당의 지도부였던 적이 없어 가정하기가 힘들다. 다만 그 분은 이슈를 주도하고 스스로 판을 만들어 상대방을 그 판에 와서 싸우게 만들었다. 굉장한 전략가였다. 그 분의 입장을 지금 추론하는 것은 불경스러울 것 같고. 개인적 생각으론 4대강 죽어도 하겠다면 우리는 복지예산을 4대강 사업 예산만큼 달라고 요구할 것 같다. 토목형 예산과 복지형 예산을 놓고 한판 붙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이런 것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슈 메이킹을 하는 조·중·동이나 언론이 장악됐기 때문에 메아리가 됐을 뿐이다. 지금은 다리를 다쳐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입 다물고 노 전 대통령이 읽으라고 했던 책 보면서 공부하는 시간 갖고 있다."
-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시간을 되새길 만한 작업을 하는 것이 있는지.
"비서관 시절 정치적 사안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지시하고 말한 것을 빼곡히 적어놓은 수첩이 4권이 있다. 그것을 다시 정리하고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 출판까지 계획돼 있진 않지만 기록 작업이 끝나고 나면 수첩은 앞으로 세워질 '노무현 박물관'에 기증할 생각이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지면서 남긴 '깨어있는 시민이 돼 달라'는 화두, 국민들께서 가볍지 않게 받아줬으면 한다. 검찰 수사가 원인이 됐지만 궁극적으로 볼 땐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정이셨다고 생각한다. 온 몸으로 그 화두를 외친 것이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을 택해 노동자가 자각토록 한 것처럼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깨어있는 시민'의 각성을 이끄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010.01.03 12:5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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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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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개혁이 노짱 정신... 친노 분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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