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전격사퇴한 강정원 전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자료사진)
이같은 'MB식 신관치'는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황 전 회장이 물러난 후, KB금융은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 금융당국 쪽에선 KB금융쪽에 사외이사제도 개편이 이뤄진 후인 올해 3월께나 차기 회장을 뽑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KB금융에선 올 1월7일 임시주총을 열어 차기회장을 뽑기로 하고, 사외인사들 중심으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었다. 게다가 현 정부인사로 꼽히는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와 이철휘 자산공사사장이 불공정 경쟁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격 사퇴해 버렸다.
이들 두 후보가 사퇴하자, 감독당국에선 강정원 후보자에게도 사퇴를 권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 후보자는 면접을 강행하면서 사외이사들로부터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기도 했다. 대신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KB 금융 이사회의 녹취록 뿐만 아니라 임직원 컴퓨터 조사와 강 후보자의 운전기사와 차량운행 일지까지 조사하면서 이른바 '보복검사' 논란이 일었다.
결국 강 내정자 역시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감독당국의 외압에 불복해 회장으로 정식 취임할 경우, 1월 중순께 예정된 금감원의 KB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강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 뻔했다. 물론 조사과정에서 은행과 지주회사 구성원의 고통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강 내정자는 31일 내놓은 사퇴의 변에서 "KB금융을 아시아 제일의 금융그룹으로 키워보겠다는 순수한 일념으로 면접에 응했으며 회장 공백기를 최소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절차가 불공정했다는 등 비판 여론이 있는 현실에서 더 이상 회장 선임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KB금융과 주주, 고객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회장 내정자 지위를 자진 사퇴하고자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정부가 단 1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은 민간기업의 CEO 선출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현행 법률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이를두고 금융감독권의 정당한 행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작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금융당국의 관치적인 행태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킨다"면서 "이는 다시 금융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혼돈과 혼란의 KB는 어디로... 당분간 경영전략 차질 빚을 가능성도당장 KB의 혼란과 혼돈은 새해 벽두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회장 인선 파문으로 인해 임직원 인사가 줄줄이 미뤄지면서, 주요 의사결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2010년 경영전략 방향에 대해 '균형성장을 통한 그룹 가치 극대화'에 두고 증권사 등을 인수해서 빠른 시일 안에 지주회사를 정식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장 선임 절차가 다시 시작되면서 이같은 전략은 좀더 뒤로 미뤄지게 됐다.
KB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이미 다른 은행들은 새해부터 영업을 강화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는데, 연말인사 등이 미뤄지면서 직원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사가 늦어지면서, 자칫 금융권 기업인수 합병 등 주요한 정책결정도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면서 "게다가 1월에는 금감원 종합검사까지 겹쳐서 이래저래 쉽지않은 새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도 정부의 관치금융 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는것을 비롯해 금감원의 항의방문과 장외투쟁을 준비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조만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다시 열어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올 3월 정기주총까지는 새 회장 선임 작업을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관치금융의 부활 논란속에 국내 최대 금융회사인 KB 금융이 어떻게 혼돈과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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