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을 중심으로 '24시간 365일 연중무휴'하는 패스트푸드점이 늘어나고 있다.
허진무
한아무개씨는 두 말 없이 대걸레를 잡는다. 따로 쓰레기통이 있지만 손님들 대부분은 쓰레기를 탁자나 바닥에 그냥 버리고 간다. 자정이 지나면 점차 손님이 늘어난다. 덩달아 한아무개씨의 걸레질도 바빠진다. 매장 크기가 작은 만큼 청소도 빨라야 한다. 시끄럽고 어수선해서 손님이 오래 앉아 있을 분위기는 아니다. 그는 "대략 1시간에 30만원, 햄버거 100개쯤 팔린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손님이 떠나면 냉큼 달려가 탁자를 뒤집어 놓고 타일 바닥을 박박 닦는다. 그는 계산대에서 출입문까지를 육상선수처럼 왕복했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필사적인 청소다. 다른 손님이 오기 전에 청소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일하지만 땀이 난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퉁퉁 부어오른다. 청소는 한아무개씨의 주요 업무다. 그의 오른손 중지 밑에는 큼직한 굳은살이 있다. 매일 대걸레를 잡다 보니 손이 걸레질에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첨벙대며 대걸레를 빨고 닦고 하다보면 어느새 신발에도 물이 흘러 들어간다. 그러면 물에 불어 발이 신발 안에 꽉 들어찬다. 좀처럼 신발을 벗기 힘들 정도다. 일과가 끝나고 신발을 벗어보면 발가락끼리 네모나게 각이 져서 붙어 있다. 몹시 쓰리고 저리다.
햄버거 말고 해장국을 드셔야지 심야 패스트푸드점의 골칫거리가 또 있다. 취객이다. 아무래도 술자리는 낮보다 밤이기 마련이라, 느지막한 시간이면 취객들이 슬슬 나타난다. 일하는 점포가 유흥가 근처에 있어 더하다. 열심히 닦은 바닥에 음료수를 뿌리는 등 괜히 시비를 거는 행패는 차라리 양반이다. 장난이 도가 지나쳐 치근덕거리는 이들도 있다. 몹시 불쾌하지만 취객에게 그가 할 수 있는 말이란 겨우 "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정도였다. 상황이 웬만큼 험해지지 않는다면 홀로 '좋게 좋게' 해결해야 한다.
다른 한 쪽에는 밤을 신나게 보낸 사람들이 커피를 시키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아침 첫차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첫차 시간이 지나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로 근처 노숙자들이다. 소파를 다 차지하고 자거나 구석진 자리에 의자를 모아 누워 잔다. 가끔씩 잡상인들도 온다. 영업하기에는 눈엣가시다. 이런 불청객들이 출현하면 슬쩍 쫓아내는 일도 한아무개씨의 비공식적 업무 중 하나다. 시키니까 하긴 하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날마다 1시간씩 '봉사활동'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