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책 표지
푸른숲
나이를 무색케 하는 노련한 답변이 돌아온다.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고건혁씨는 소속된 밴드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장기하와 얼굴들>, <치즈 스테레오>, <아마도 이자람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아침> 등 각 밴드들의 얼추 5%씩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가 이렇게 배후조종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지독한 음치였기 때문이다.
"심각한 음치였기 때문에 본격적인 음악활동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음악을 참 잘하더군요. 저를 흥분시키는 음악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 좋은 음악을 팔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 붕가붕가레코드는 속된 말로 음악을 빌미로 돈 좀 만져보려고 만든 그런 곳인가? 이렇게 '팔아먹고 싶다'는 말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오해를 풀기 위해서 붕가붕가레코드가 내세우고 있는 모토,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이해해야 한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잘 풀려서 음악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조건이 되었지만 그것은 특수한 경우이고요. 붕가붕가레코드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붕가붕가레코드의 목적입니다."붕가붕가레코드 사람들은 이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해서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독특한 방식으로 음반을 제작하고 판매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으라 했다.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면 된다. 이름 하여 '수공업 소형음반' 제작. 이들에게 녹음실은 곧 음반을 찍어내는 공장이기도 했다. 이들은 한데 모여서 공CD에 음악을 녹음하고 케이스에 인쇄된 라벨지를 붙인 후에 비닐 포장기를 빌려와서 직접 포장을 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도 이런 싸구려 환경 속에서 탄생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경우 300만 원을 투자해서 4억 원을 벌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붕가붕가레코드의 취지에 맞게 1/N로 수익을 나눕니다. 제가 대표를 맡고 있지만 그것도 제가 하는 역할을 나타내는 이름일 뿐입니다. 우리는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회의 때도 누구에게나 동등한 권한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