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석 열사 추모시, 슬픈 노래가 되다

제주 노래패 '노래세상 원' 김하균씨가 노래로 만들어

등록 2010.01.08 14:18수정 2010.01.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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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혹한 추위 속에서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범국민장'이 치러지고 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민주화의 암흑기도 다시 시작됐고, 일년 전에 그 슬픔 수레바퀴에 깔린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도 엄혹한 바퀴를 비켜설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몇일전 한 분이 한곡의 노래를 보내왔다. 기자가 쓴 노수석 열사의 추모시에 곡을 붙인 노래였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노래패 '노래세상 원'의 김하균씨가 이 시에 직접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른 것이다.
(링크 http://flvs.daum.net/flvPlayer.swf?vid=YICBxjlSoB8$)

노래를 들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나는 슬픔 상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 중 상당수가 설마 우리 민주화가 후퇴될 것인가에 대한 자신감에 빠진 것에 대한 자괴감과 실제로 부딪히는 현실이 눈에서 겹쳤다. 과연 정치는 발전하는 것이며, 다시 전두환, 박정희 시대와 같은 정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착각을 비웃듯이 진행되는 이 시대의 끝은 무엇일까.


이런 슬픈 상황 속에 기자는 잠시 그 시의 시절을 생각해봤다. 불혹을 넘긴 나에게 정치의 기억은 전두환 시절이 끝나던 87년에 시작됐다. 고3인 그해 하교 길에 안양 시내를 통과해야 하는데 시위로 차가 막혀 우회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던 것이 처음이다. 그해 대학에 들어갔다면 막 달구어진 민주화 열풍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나른데 정신이 팔렸다가 근대를 마치고 92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대학 4학년이던 95년 가을 '미디어오늘'에서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시절에 역사를 배웠고, 사회과학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사회생활은 어찌보면 운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습을 막 때던 96년 3월 나와 동기 강을영씨, 김동원 선배는 노수석군의 사망소식을 듣고 국립의료원으로 급히 취재를 갔다. 보수 언론이 사건의 진상을 감출 것이 명확했기에 우리가 보완취재를 해야 했다.

언론의 보도 내용은 서서히 이상하게 돌아갔지만 우리는 무기력하게 그곳을 지켜야했다. 비가 서서히 내리고 있었다. 응급실에 얇은 스크럼을 짠 학생들 그리고 입구의 나트륨 등, 그리고 전경들의 장막이 있었다. 학생들과 전경의 거리는 불과 5미터 남짓했다. 새벽 2시경 그 두 장막을 뚫고, 노수석 군의 어머니와 누이가 들어왔다. 사무실로 돌아와 취재수첩에 썼던 짧은 메모를 기사가 안 써지는 시간에 옮기고, 그 자리에서 '한겨레'로 보냈다. 이틀 후에 '독자의 시'란에 이 시가 실렸다.

그런데 지난해 후반기 한 사람이 어렵사리 찾았다며 나에게 이 시를 노래로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리고 지난주 악보와 공연화면을 보내왔다. 

노수석 열사는 1999년에 연세대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으며, 2003년에 국가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해마다 3월29일을 전후해 연세대에서는 추모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지금의 학생들이 노수석 열사를 역사의 어느 부분으로 이해할지 모르지만, 오랜 외국생활에서 귀국한 만큼 올 행사에는 한번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래는 내가 기자가 쓴 추모시의 전문과 곡을 붙인 악보다. 

어머니 머어언 길 올라 오시네
                            -고 노수석 추모시
어머니 머어언 길 올라 오신다
광천터미널 오는 길은 오죽하고
빗속을 달리는 고속버스 속에서는 오죽하실까
내 입학식 오실 때, 한걸음 가쁜 그 길이
오늘은 천길이실텐데 어찌 오실까
억만의 무게를 끌고 억겁의 시간으로
어머니 올라오신다


어머니 오셔서 내 몸 보시면 어떠실가
친구들이 지키고 있는 내 차가운 몸 보시면 어떠실까
나를 쫓던 전경 형들은 병원을 둘러싸고 있구나
차가워지는 내 영혼을
빗속에 빛나는 나트륨등의 따스함으로라도 녹이고
어머니 기다려야 할텐데

어머니 억겁을 지나 저기 오시네

어머니 머어언 길 오신다 노래 악보 제주 노래패 노래세상 원의 김하균씨가 곡을 썼다
어머니 머어언 길 오신다 노래 악보제주 노래패 노래세상 원의 김하균씨가 곡을 썼다조창완

#노수석 #김하균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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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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