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뜰에 쌓인 눈
최오균
백석과의 사랑을 못다 이룬 자야는 일찍이 성북동에 배밭골을 사들여 청암장이라는 한식당을 운영했다. 그리고 이곳은 뒤에 다른 사람들에 의하여 제3공화국 시절 국내 3대 요정의 하나였던 '대원각'이 되었다.
노년이 된 자야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크게 감명 받아 스님을 친견을 한 뒤에 아름다운 회향을 생각했다. 그녀는 대원각을 시주를 하겠으니 절로 만들어 주기를 스님께 청하였다. 그러나 무소유의 삶을 몸소 실천하시는 법정 스님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야는 10년에 걸쳐 끈질기게 법정 스님께 받아주시기를 거듭 청했다. 이에 법정 스님께서도 시절 인연이 다 한것으로 생각을 하고 자야의 뜻을 받아들였다. 1995년 자야는 당시 시가 1000억원에 해는 7000여평의 부지를 선뜻 보시를 한다. 무주상 보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조건없는 보시였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아름다운 회향무소유의 삶을 살아가는 법정스님께 무소유의 삶을 실천 하는 자야의 아름다운 회향이었다. 대원각은 일부 개보수를 거쳐 1996년 12월 14일 길상사란 이름으로 도심 속에서 마음닦는 도량으로 탄생을 한다. 극락전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설법전이 지어지고, 왼쪽에는 지장전이 지어졌다.
지장전으로 가는 길에는 커다란 보호수가 한그루 있다. 그 보호수 앞 개울 건너에는 오래된 집이 한 채가 있다. 자야가 거쳐했다는 집, 길상헌(吉祥憲)이다. 그 집 뒤로 개울을 따라 작은 요사들이 언덕에 들어서 있다. 이 요사들은 전에 음식점으로 사용하던 움막들이다.
극락전은 원래 대원각 요정의 본체로 사용하던 것을 개보수를 하여 아미타부처님을 봉안하였다. 아미타불을 모신 것은 도심 가운데서 보다 많은 불자들이 이고득락(離苦得樂), 즉 고통을 여위고 안락의 길로 이끄는 터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