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성문학 제 25집계성문학회가 창립 30년을 맞아 회지 25호를 발간했다.
정만진
대구 계성고등학교 졸업 동문들이 결성한 계성문학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회지 25호를 발간하고 1월 8일 자축 모임을 가져 화제를 모았다.
같은 고등학교 출신 선후배 문인들이 모여 문학단체를 결성하고 함께 회지를 발간하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창립 연도가 30년을 경과하고 회지도 25집이나 발간한 경우는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계성문학>이 이처럼 오랜 세월을 두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개교 103주년을 넘긴 전통의 계성학교 재단과 총동창회가 계성문학회를 꾸준히 지원해온 덕분이다. <계성문학>의 편집후기는 이 사실을 두고 '향토 문학계의 소중한 성과이자 계성학교의 자랑 중 한 가지라고 자부하는 계성문학이 올해에도 멋지게 발간되었다'라고 자평하고 있다.
계성학교가 배출한 대표적 문인은 김동리와 박목월이다. 계성학교는 2006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자랑스러운 계성인 10인'을 선정 발표했는데 그 중에는 김동리와 박목월도 포함되었다. 박목월의 시 <계성 학교>는 왜 이 학교 졸업생 중에는 문학가, 화가, 음악인 등 예술가가 많은지를 잘 형상화해주고 있다.
어머니의 학교여, 우리들의 소년기는 고독하였다. 어둡고 부끄러운 하늘 밑에서 벽돌 냄새 시큰하게 풍기는 복도를 서성거리며...... 연하고 가볍게 열리는 교실 문만이 우리의 전부였다.참으로 우리들의 소년기는 고독하였다. 가난과 궁핍 속에서, 동산에서 동산으로 내왕하는 핸더슨의 활달한 걸음걸이와 눈물처럼 어진 '돈낭이'의 인간성과 '말코'의 기침소리가 전부였다.혹은 열 시에 시작되는 예배시간의 박영출의 걸걸한 기도소리와 안두화 목사의 구약 성서와 신앙으로 통하는 긴 복도로 멀리서 끌고 오는 슬리퍼 소리와.물론 우리들은 그 자신이 무엇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혹은 자각하지 못했다. 다섯 시면 저무는 겨울날, 차가운 계단을 내려오면서, 문득 뒤돌아보면 연짓빛 놀에 검은 영상으로 화하는 본관과 앙상한 숲과 가슴에 서리는 상물 같은 향수 속에서.어머니의 학교여. 개나리가 봉오리 맺는 3월 초순에 우리는 떠나왔지만, 그 날 미나리 냄새 풍기는 바람 속에서 우리가 다짐한 것은 하나의 씨앗이 되었다. (중략)오늘도 우리의 핏줄의 핏줄, 영혼의 水脈에 물줄기를 자아올리는 근원적인 샘, 신앙의 요람, 천진스러운 꿈의 바탕.어머니여.어머니의 학교여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