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화분청사기(임성호 작품)
강형구
그렇다면 왜 사기라고 부르는가. 그것은 불 때는 온도와 도자기를 빚는 흙의 재질과 관계가 있다. 섭씨 1300도 이상으로 구우면 자기가 되고, 1300도에서 1250도 사이에서 구우면 석기, 1100도에서 950도 사이의 온도에서 구우면 도기, 900도에서 700도 사이에서 구우면 토기가 된다. 그렇다면 사기는 어디에 해당하는가. 사기는 도기 정도의 온도에서 굽기에 도기에 해당한다.
당시 도공들이 온도를 올리는 불 때는 기술이 없어서 사기를 만들었을까. 아니다. 흙의 재질과도 관계가 깊다. 실제로 유럽에는 재질이 좋은 흙이 많았지만 섭씨 1300도 이상 온도를 올려 굽는 불 때는 기술이 없어 훌륭한 자기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과 우리나라는 불 때는 기술은 있었어도 좋은 재질의 흙이 없었다. A급의 흙은 백자, B급의 흙은 청자, C급의 흙은 분청사기, D급의 흙으로는 옹기토를 구웠다.
그러니까 철화분청사기는 C급의 흙으로 섭씨 1100도에서 950도 사이의 온도에서 구워졌다고 할 수 있다. 도자기는 굽는 온도가 낮고 흙의 재질이 좋지 않을 수록 잘 깨진다.
도자기는 석간주 항아리 태토와 재와 약토를 섞어 불에 구워 만드는데 참나무재와 소나무재는 알카리성으로 유약이 되고 약토로 석회질이나 규산질이 들어있는 나뭇잎 썩은 것이나 논흙 혹은 황토를 사용한다. 그렇게 만들어 불을 때면 과연 문양이며 빛깔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 못한다. 그러기에 도자기는 불이 구워 만들어 내는 불의 예술인 것이다.
임성호씨는 철화분청사기에 대하여 거침없이 말한다. 그의 해박한 달변은 가히 압도적이다. 임성호씨는 차 한 잔을 마시고 나서 다시 더운 찻물을 부어 채우고는 여러 종류의 도자기 찻사발을 가져와 보여주며 비교 설명해 준다.
첫 번째, 푸른빛이 도는 사발은 경상남도 산청에서 구워낸 찻사발인데 강도가 약하고 물이 배어나온다. 오직 찻사발로만 쓰는데 옹기토에 해당된다. 찻물이 잘 들어 선호한다. 두 번째, 문양이 곱게 새겨진 푸른 찻사발은 청자다. 청나라의 기술로 만들어 두께가 얇고 최상의 흙으로 빚었다. 세 번째, 유적천목으로 검은색 바탕에 기름이 떠다니는 모습이 생생하다. 중국 송나라 때 만들어졌다. 석기의 강도를 가지고 있다. 네 번째, 붉은 색이 감도는 서양 찻사발이다. 소 뼛가루나 나트륨(소금)이 들어갔고 분청도 발랐다. 다섯 째, 회색 토기 찻사발로 기와를 굽는 방법에서 창안한 일본 라쿠 기법으로 만들었다. 여섯 째, 계룡산 분청사기로 물고기 그림이 인상적이다. 석간주와 단미를 섞어 만들었다. 화학재료를 쓰지 않고 계룡산 흙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