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재임시절 회사에 1,8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2009년 8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성호
소시지 제조과정 같은 통계 작업이처럼 숫자와 통계를 가지고 수작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문득 미국의 어느 통계학자가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야기 내용은 이렇다. 통계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은 마치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방에서 까만 고양이를 찾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처럼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통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마치 소시지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먹지 못한다. 소시지는 생선이나 고기에서 내장 등 버리다시피 하는 부위들을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마지막 소시지 제품은 맛이 있지만, 그 제조 과정을 들여다보게 되면 지저분한 부위가 많아 소시지를 먹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통계도 그 만드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마지막으로 나오는 '깔끔한' 결과처럼 그렇게 깔끔하지가 않고 지저분하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전한 통계학 교수는 통계가 이런 한계와 문제점이 있는 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경고했다. 통계학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기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으면 소시지 맛만 가지고 이러네 저러네 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어쨌거나 감사원도 도표 하나를 만드는 일에서조차 소시지 만들 듯 지저분한 공작을 했고, 그 공작 끝에 나온 도표조차도 "위에서 내려 온 논리에 잘 맞지 않는다"며 보도자료에서 빼버렸다.
그렇게 심사위원회는 '감사 실시'라는 정해진 방향을 향해 힘차게 진군하고 있었다. 결국 심사위원회는 2008년 5월 21일, 뉴라이트 3개 단체에서 국민감사를 청구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전광석화처럼 KBS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를 의결했다.
이 증언에서 인용된 국민청구감사 심시위원회 회의록은 전체 회의록이 아니다.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2008년 가을 국정감사 때, 민주당 의원들은 이 회의록과, 8월 5일 감사 보고서를 채택한 감사위원회 회의록의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를 거부했고, 이 증언에서 일부 내용이 밝혀진 국민감사청구 심사위원회 회의록의 경우, 발언자 이름을 삭제한 채 부분적인 열람만 허용했다. 감사원이 왜 그렇게 회의록 내용에 민감해 하면서 공개를 거부하는지, 독자 여러분들은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동물농장' 같은 회의 내용이 공개되었을 때 어떤 파장이 있을지 그들 스스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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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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