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는 전태일과 천막 안의 추모객.
오도엽
1970년 전태일의 항거는 한 가난한 노동자의 동정 받아야 할 분노의 목소리가 아닌 저 프랑스 시민혁명 정신에 버금가는 인간 선언이었다. 여기서 전태일에 대해 굳이 구구절절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럼 묻고 싶다(오해마시라! 6월 민주항쟁 기념식처럼 귀 단체가 주관이 되어, 대통령이나 장관을 모시고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에서 행사를 열어달라는 말이 아니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전태일 40주년을 몰라서 언급하지 않았는가? 알면서도 뺀 것인가? 노동자는 낄 자리가 아니라서 당연히 뺀 것인가? 위에서 '바른 사관에 기초한 참된 민주주의' 운운했는데, 노동자는 이 기준에 합당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무엇인가를 기대하거나 무엇을 비판하려고 이 말을 끄집어 낸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권 3년차를 맞이하여 더욱 민주주의에 대한 '타는 목마름'의 외침이 많은 2010년, 다시 민주주의를 이야기 하고 싶어서다.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며 서민을 말한다. 시민을 말하고, 풀뿌리를 이야기한다. 물론 들러리로 비정규직이며 노동자라는 말도 양념처럼 끼워 넣기도 한다.
노동자는 모름지기 이 땅의 다수를 이루는 서민이자 시민이고 민주주의의 풀뿌리다. 노동자가 쓰지 못하는 민주주의는 언제든지 독재로 회귀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말한다. 2010년 새해 첫날 이명박 정권에 첫 번째로 날치기 당한 민주주의가 노동법이고 노동자들의 권리다. 언론악법을 막지 못해 금배지를 버리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야당의 우두머리들은 새해 첫날 또 다시 민주주의 날치기 현장에 여전히 금배지를 달고 있었다. 진정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 '항거'로 자신들이 그토록 국민들에게 욕하고 씹어대던 한나라당의 독주에 무능력이 아닌 동조를 한 것이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에게 표를 몰아주면 통합 무엇인가를 꾸려 운영하겠다고.
정녕 이명박 정권을 독재라 여긴다면, '한나라당 독주구도'를 '흔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다시는 독재로 회귀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이 바람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말하는 이들에게 부탁한다. 민주주의의 풀뿌리, 서민의 다수, 시민의 대부분인 노동자, 바로 노동자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조직하고, 연합하고 연대하자고.
전태일 40주년. 기념하거나 기억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화려한 행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의 염원에 전태일의 정신, 전태일의 인간 선언, 전태일의 실천을 아로새기고 행동하면 된다.
10년 주기의 뜻 깊은 역사적 사건이 줄을 잇는 2010년, 가장 초라한 한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이 기념이 아닌 혼불로 피어올라 참된 민주주의를 여는 여정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2010년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전태일 40주년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만의 한 청년 노동자가 있어서.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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