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작은 마을에 낮게 깔리는 회색빛 밥 짓는 연기를 보고도 마음이 평화로워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부뚜막에 피워놓은 불꽃은 솥을 데우고, 부넘기를 넘어 구들장을 덥히고 연기가 되어 굴뚝으로 나가는데 이 모두가 따뜻한 어머니의 체온이 느껴지는 우리들의 살림살이다.
철원 도피안사 : 이것은 굴뚝은 아니고 음식저장고로 쓰이는 구조물 같은데 한국적으로 해석된 현대건축을 보는 것 같다.
창덕궁 : 위에 구멍난 상자 같은 것은 연가(煙家)라고 한다. 특히 한국의 굴뚝은 진흙과 기와, 전돌이 조화되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데, 궁궐은 전돌과 기와와 삼화토로 화려함이 강조되어 있고 민가 굴뚝은 진흙과 기와의 곡선으로 이뤄져 부드러움이 자연스레 스며나온다.
창덕궁 : 조장(照墻-screen wall)처럼 만든 굴뚝. 경복궁 화계(花階) 꽃담처럼, 보는 즐거움과 실용성을 갖춘 굴뚝이다.
북촌의 현대 굴뚝.
장맛비에 습기와 한기를 없애기 위해 연기를 토해낼 것 같은 굴뚝.
이날은 장대비가 쏟아지던 여름날이었는데, 아무리 여름 날씨라도 따뜻한 온돌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었다. 한옥스테이를 하는 안채 노란 백열등 아래에서 한지방문을 열고 비오는 밖을 내다보며 밥을 먹는 한옥체험객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전남 해남 대흥사 일지암 : 초의선사가 머물었던 곳이다. 유배 가던 추사도 찻물을 끓이면서 추운 마음을 달래며 초의선사와 함께 여기서 머물지 않았을 런지.
이 굴뚝은 처음부터 이런 형태로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와공의 마음 가는대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은 와공이 이처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불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쏟으면 부처님 형태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생각난다.(서산 마애삼존불)
이 절 뒤에는 석불입상과 칠불석상이 있는데 칠불석상은 경주 탑골 사면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 연상된다. 이곳을 가면 봉황면 운흥사와 불회사를 들러 우리나라 대표 석장승 볼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불교가 전래되었을 때는 석불의 얼굴모습이 매우 인자하고 심지어 관능적인 미까지 겸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게 만드는 굴뚝.
완주 송광사와 화암사, 변산 내소사는 대웅전 내부를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대웅전 자체가 반야용선으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궁금하신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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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굴뚝.
마지막으로 익살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완주 송광사 굴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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