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직후 벽에 나붙은 정승화 계엄사령관 담화문
성낙선
70년대는 61년에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1972년에 유신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장기 독재를 획책하던 시대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박정희가 79년 10월 26일 심복 김재규가 쏜 총탄에 맞아 쓰러질 때까지 억압과 통제의 그늘 아래 짓눌려 살아야 했다. 밤 12시가 되면 전 국민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그 시절, 대낮에 길거리에서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일들이 지금도 가끔 우스꽝스런 삶의 일화로 등장하고 있다.
그 시대의 청소년들 역시 암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아버지 세대가 식민지시대를 거쳐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지독히 불운한 시대를 살았던 것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유복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 세대에 상당히 많은 것을 빚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과거보다는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더 관심이 많아 당시의 억압적인 사회 체제에 늘 불만을 품고 반항했다.
그 세대가 지금은 아버지 세대가 되어 현재 이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의 아버지 세대가 보기엔 참으로 미덥지 않은 청춘들이었을 텐데, 어느새 그들 역시 세월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분명 앞선 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았던 그 세대가 겪은 학창시절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사회 전체가 군사적으로 일체화되어 있던 70년대에 역시 군사문화에 찌든 학교를 다녀야 했던 사람들의 기억에는 어떤 것들이 자리 잡고 있을까. 지금부터 그 세대가 학교를 오가며 걸었던 길에서의 일상, 그 시대의 낡은 기록들을 살짝 들여다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