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한민교회 박선호 목사.
박성규
"지난해 화재로 교회 전소 후 어르신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분들을 위해 교회 재건보다 급식소를 먼저 마련하고 싶다."
박선호(54·충남 아산 한민교회) 목사는 요즘 마음이 불편해 어찌할 줄을 모르며 지내고 있다. 하루하루가 고문을 당하며 사는 것과도 같다.
자신 때문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죄송함이 마음 속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한민)교회에 오는 것을 낙으로 삼으셨던 분들입니다. 어르신들에게는 쉼터이기도 했고, 집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런 화재에 갈길 잃은 어르신들지난해 12월 7일 오후 4시경 원인 모를 화재로 충남 아산시 용화동 574번지에 소재해 있던 한민교회가 전소돼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2시간여에 걸친 소방대원들의 필사적인 노력과 안타까움에 발발 동동 구르던 주민들의 염원에도 목조건물로 된 교회는 처참한 모습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한민교회는 생활이 어려운 지역 저소득층 가정의 어르신들이 쉼터로 삼고, 때로는 집으로 여기던 곳이다. 수년 동안 어르신들에게 급식봉사를 해왔으며, 외로운 어르신들에게는 친구가 돼 줬던 곳이다.
두 달여 가까이 되는 현재 어르신들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급식소를 찾아다니며 끼니를 채우고 있다. 일부 어르신들은 다른 급식소를 찾지 않고 한민교회가 다시 재건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수시로 박 목사에게 연락해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다.
교회가 거처였던 박 목사는 안식처가 없어진 뒤 여관방을 전전하다 지금은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숙소를 얻어 가족들과 임시로 지내고 있다.
'한민교회'는 '사랑의 급식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