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는 '선거연합' 촉진자... 좋은 정치가 목표"

[선거연합논쟁① 인터뷰] 백승헌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

등록 2010.01.27 18:59수정 2010.01.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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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헌 변호사.
백승헌 변호사. 유성호
"연합정치의 성패는 국민의 평가에 달려 있다. 이번 연합정치에서는 정치권이 막판까지 서로 비난하며 후보단일화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이 지치면 감동도 없다. 연합하면 다 이길까? 그것도 아니다. 2등 줄이고 1등 늘리는 전략, 이것이 연합정치다."

연합정치가 될까 의혹의 시선이 짙다. 기껏해야 87년 민주대연합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예단이 쏟아진다. 시민사회는 민주당 이중대가 될 거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진영 야당들은 연합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표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연합정치 깃발을 들고 진보개혁진영 정치권을 모아 논의의 장을 벌린 사람이 있다. 그는 백승헌 변호사(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다.

백승헌 변호사는 지난 2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연합 안 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 같으니까 알리바이형으로 연합논의에 참여하는 수준은 넘으려고 한다"며 "이번 연합정치는 반MB연대를 계기로 한국사회의 좋은 정치를 만들어보자는 출발"이라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를 역산해 시기적으로 적어도 2월 안에는 후보문제가 진척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협의만 하면서 2월을 보낼 순 없다는 게 백승헌 변호사의 입장이다.

또한 백 변호사는 "중앙정치 못지않게 지방자치의 원칙이 훼손된 상태"라며 "다수의 힘이 지배하는 지방정치를 주민참여 정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화청사 논란 등 지방의회가 지방정부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연합정치의 성사를 위해 민주당은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대승적 관점에서 양보를 생각해야 하며 2등만 많은 선거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연합정치에 적선은 없다"


무엇보다 연합정치에 적선은 없다고 못 박았다. 백 변호사는 "이번에 양보하면 다음에 큰 것 얻는 게 양보"라며 "일방적 희생이 아니라 장단기적인 조화"라고 설명했다. 야5당 가운데 특정정당만 손해 보는 연합정치는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에 민주당이 전략공천을 기초-광역의회까지 15%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백 변호사는 "어떤 비율이 적정한지 함부로 말하기 곤란"하지만, "협상에서 당연히 내놓을 걸 내놓는 것을 양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속이 아픈 수준까지 내놔야 진짜 양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이번에 우리가 제대로 된 연합정치의 규칙을 만들어내고 야 5당이 모두 합의한다면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체험이 될 것"이라며 "사상 초유로 가치와 정책에 기반한 연합정치의 실현을 지켜보자"고 말했다.

논의수준이 상당히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언론이) 협의과정을 모두 밝힐 수 없다는 건 이해해줘야 한다"며 "국민에게 내놓을 시점이 되면 완벽한 합의가 아니어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백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알리바이형 연합논의 수준은 넘으려는 단계"

 백승헌 민변 회장
백승헌 민변 회장 김영광
- 지방선거 연합정치를 위한 '5+4 논의'는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나.
"각 정당간 편차는 있지만 현재 진지한 대화를 해나가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연합논의를 하고 있다. 비관도 낙관도 안 한다. 그러나 고비는 많다. 조정해야 할 지점도 많다. 현재 각 정당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연합논의가 수용될 수 있는가 걱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기술적 이해조정만으론 결코 성공할 수 없다."

- 주로 무엇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나.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토론 중이다. 다자간 대화 틀이다. 5차 방정식을 풀고 있다. 예컨대, A와 B가 합의해도 C와 D, E가 합의하지 않으면 다시 논의해야 한다. 그러니 논의만 많고 결과는 없는 게 아니냐? 그렇지 않다. 다만 연합의 결실이 늦어질 가능성은 있다. 시민사회는 최종적으로 국민이 동의해주는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당간 이해조정 수준을 넘어 가치가 옳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연합논의가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어떤 부분에서 충돌하고 어떤 부분에서 합의했나.
"그건 말할 수 없다. 언론에 논의과정을 상세히 밝히는 게 연합에 도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자칫 언론이 연합논의를 주도하고 후보를 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언론보도는 그래서 경계한다. 연합이 성사되는 게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 대화 틀에 들어온 5개 정당 그 어디도 판을 깨지 않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계속 대화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거다.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만날 때마다 동어반복을 계속하고 있는 건 아니다. 국민들이 보시기에 답답할 게다. 되는 건가 의구심도 많다. 그러나 좀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 연합논의의 5부 능선은 온 건가.
"조건이 충족되면 연합한다는 원칙은 서 있다. 그러나 몇 부 능선까지 왔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연합의 대원칙을 세우는 과정에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연대의 대원칙을 국민들이 동의해줄 방식인가 따져보고 있다. 무엇보다 연합 안 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 같으니까 알리바이형으로 연합논의에 참여하는 수준은 넘어서려고 하는 단계에 있다."

- 대원칙의 내용은 뭔가.
"가치중심적, 호혜적, 포괄적으로 연합하자는 것이 원칙이랄 수 있지만 이건 하나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광역-기초에서 어떻게 연합한다는 내용이 글로 정리돼야 한다."

- 너무 추상적이다.
"협의과정을 모두 밝힐 수 없는 건 이해해줘야 한다. 국민에게 내놓을 시점이 되면 완벽한 합의가 아니어도 밝힐 것이다. 이번 연합정치는 어느 시점까지 합의 못 하면 실패한 거다. 연합논의에 중간은 없다. 정치 일정상 시간이 많은 건 아니다. 6월 2일 선거를 기점으로 역산하면 적어도 2월 안에 후보문제는 진척돼야 한다. 협의만 하면서 2월을 보낼 수는 없다."

2월 안에 후보문제 진척되나

김영광
- 얼마 전 야5당 관계자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토대로 2012년 권력교체기까지 연합의 틀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는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한 계기이지 2012년 총-대선 권력교체기에 종속된 선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MB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선거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역의제가 전혀 없는 선거도 아니다. 또, 중앙정치 못지않게 지방자치의 원칙이 훼손된 상태다. 호화청사 논란 등 주민들의 이익을 많이 훼손했다. 의회 날치기만 해도 국회 못지않다. 다수의 힘이 지배하는 구조다. 이걸 깨고 주민이 참여하는 정치로 바꿔야 한다. 지방의회가 지방정부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자는 게다."

-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광역의회까지 전략공천을 1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연합후보를 위해 내놓을 '양보'의 내용으로 인식되는데.
"어떤 비율이 적정한지는 함부로 말하기 곤란하다. 그러나, 협상에서 당연히 내놓을 걸 내놓는 것을 양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여기까지 내놔야 하나, 속이 아픈 수준까지 내놔야 진짜 양보다. 물론 그 당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

그리고 연합정치의 성패는 국민의 평가에 달려 있다. 연합논의의 진척이 늦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선거 막판까지 서로 비난하면서 후보단일화 하는 모양새는 갖추지 않을 거다. 그러면 국민이 지치고 감동이 없다.

연합하면 전국에서 다 이긴다? 그것도 아니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분열된 야권 후보들과 한나라당 후보가 싸우면 한나라당이 이기는 걸로 나오지만, 단일후보가 한나라당과 붙으면 근접하거나 역전된다. 2등 많은 데서 2등 줄이고 1등 늘리는 전략이 연합정치인 셈이다. 쉽게 말하면 연합해서 이길 수 있는 지역을 늘리자는 거다."

- 민주당이 연합정치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텃밭인 호남에서 후보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혹자는 '전국연대, 호남에선 비민주당연대'를 주장한다.
"텃밭에서도 연합의 정신을 발휘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일 게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게 연합의 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호남을 양보해야 연합논의를 시작하겠다 이런 태도는 곤란하다는 거다.

야5당의 사정을 살펴보면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부자다. 내놓을 것도 다른 당에 비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당만의 양보를 요구해선 안 된다. 모두의 양보가 전제돼야 한다. 내건 유지하고, 남의 건 양보를 받는 방식으로 연합한다? 이런 연합이 가능하겠나."

- 그렇다면 5개 정당은 각각 무엇을 양보해야 하나.
"연합정치에 적선은 없다. 이번에 양보하면 다음에 큰 것 얻는 게 정치적 양보다. 일방적 희생은 없다. 장단기적인 조화일 수 있고, 큰 것을 위한 작은 것의 조율일 수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일방적 경쟁관계에 있던 정당끼리 과연 희생, 양보 이런 게 쉽진 않을 거다."

극단적 차이를 조정하는 게 연합의 과정이다


- 민주당은 서울시장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아닌 경우에 당선될 수 있겠냐고 묻는다.
 
"당선 가능성은 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다. 그러나 이걸로만 후보를 결정할 수는 없다. 어떻게 후보를 결정할 것인가, 규칙을 정해야 한다. 어떤 사람을 후보로 만들기 위한 규칙은 있을 수 없다. 어떤 경우에는 경선, 대승적 양보, 후보조정일 수 있다. 전국을 단일한 잣대로 규정할 수는 없다. 다만, 연합의 정신이 일관되는 제대로 된 규칙을 하나 만들고 합의를 일군다면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체험이 될 것이라고 본다."

- 진보신당은 한미FTA나 해외파병 같은 대외정책을 이번 선거에서 주요 정책이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외 다른 정당들은 이번 선거와 직접 관계 없는 이슈라고 치부했다.
"극단적인 차이를 조정해가는 게 연합의 과정이다. 지방선거 특성상 정책은 지역관련이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 핵심이슈에 대해 피하지 말고 대화해야 한다. 미리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 핵심 정책이 추상적 논의에서 맴도는 방식도 곤란하다."

- 원로 가운데 친민주당 인사들이 '민주당 중심으로 연대'를 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이번 연합논의는 5당이 중심이다. 정치권은 이 부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사회가 요구해서 마지못해 끌려나온 자리가 아니다. 정치권 스스로 자신들의 이익과 손해, 권리와 책임의 당사자라는 주체성을 기억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연합의 촉진자로 함께하고 있을 뿐이다. 그 배경엔 정치적 독립성이 깔려 있다. 그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시민사회 인사 가운데 특정개인을 응원하기 위해 연합 틀에 나왔다면 빠져야 한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이 있나. 역으로 묻고 싶다."

- 정치평론가들은 시민사회가 이번 연합논의로 '민주당 이중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시민사회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다만 A라는 정책이 옳다고 판단하고 있을 때 이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결과적으로 그 정당의 견해에 동의할 수는 있지만 그 당과 시민사회가 직접 연결돼 있는 건 아니다."

시민들은 연합정치에 왜 관심 없나

 지난 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진보 정치참여 단체인 '희망과 대안'의 주최로 열린 '가치와 정책에 기반한 2010 지방선거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지방선거연합을 위한 정책 방향과 선거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진보 정치참여 단체인 '희망과 대안'의 주최로 열린 '가치와 정책에 기반한 2010 지방선거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지방선거연합을 위한 정책 방향과 선거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유성호

- 야5당과 시민사회는 연합정치를 강조하지만 시민들은 별 관심 없다.
"그만큼 엄혹한 거다. 연합정치가 필요하긴 한데, 그래서 정말 할 거니? 이런 의심이 있다.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일정부분 위험부담을 안고 연합논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묻고 싶다. 정치에 무책임한 것보다 위험성을 안고라도 연합의 매개, 촉진자로서 역할 하는 게 더 필요한 것 아닌가."

- 민노당은 이번 선거목표를 한나라당 몽땅 떨어뜨리기로 규정했다. 시민사회도 같은가.
"보다 더 적극적인 목표로 이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극적 반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게다. 적극적으로 생활정치의 의제를 발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반MB연대는 계기이지 결과가 아니다. 낙선만을 위해 연합한다면 그것은 절반의 성공에 머물 것이다. 정책논의가 풍성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사회는 무엇을 목표로 뛰고 있나.
"지난 2년간 우리는 좋은 정치의 부재가 얼마나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나 경험했다. 내 생활의 불편 수준이 아니라 내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문제로 확장됐다. 나쁜 정치는 내 생활을 파괴하고, 좋은 정치는 내 삶을 좋은 쪽으로 촉진해낼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은 정치로부터 분리된 게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날 수 없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좋은 정치를 갖는 것이 이번 선거를 맞이하는 시민사회의 독자 목표다. 좋은 정치의 구성은 민주주의 균형발전, 소수의 이익을 넘어 다수에게 광범위하게 골고루 이익이 되는 정치, 선출된 소수권력이 독점하는 지배가 아니라 민관협치가 이뤄지는 게다. 무책임정치가 아니라 책임정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민주적으로 구성된다면 4대강에 대해 국민전체 여론을 이렇게 무시하고 법절차조차 지키지 않고 강행될 수 있겠나."
#백승헌 변호사 #연합정치 #민주당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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