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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의 시발점인 제주에서 요트를 타고 본 일출. ⓒ 임현철

태평양 일출을 보며 지리산 천왕봉 해돋이를 꿈꿨다. 어쩌면 이상향을 꿈꾸는 이들의 로망 아닐까?

그 전초전 격으로 천왕봉 오르기에 앞서, 제주 앞바다에서 요트를 타고 태평양 일출을 맛보았다. 그리고 뒤늦게 가족과 함께 세운 목표 중 하나.

'지리산 둘레 길을 거쳐 천왕봉 오르기'

올해 가족의 꿈은 지지난 주 <남자의 자격>에서 선보였던 지리산 종주와 김국진·윤형빈이 섰던 그곳에 서서 천왕봉 일출을 보는 것이었다.

아내는 처녀 시절 지리산 종주를 몇 차례 했단다. 감격스런 천왕봉 일출도 보았단다. 그 감격으로 여태껏 열심히 산단다. 아이들이 가슴에 꼭 지녀야 할 감흥이란다. 그래 올 목표를 천왕봉 오르기로 했었다.

몇 박 며칠이 될지 모르겠다. 2박 3일 내지 3박 4일이 유력하다. 단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단번에 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꿈이 너무 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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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처럼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해돋이는 이렇게 시작됐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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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해돋이가 아쉬웠지만 이것도 어딘가?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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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돋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구름에 가렸다. ⓒ 임현철

범선으로 나가사키에 오가며 본 태평양 일출

사실, 태평양 일출은 본적이 있었다. 몇 해 전인가, 범선으로 여수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하던 중 무념무상의 망망대해에서 해돋이를 보았었다. 감격적이었다. 그런데 1월 초, 결행했던 제주 여행에서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제주 중문 마린파크 내에서 '바다 위 별장'이라 불리는 요트를 타고 즐긴 태평양 해돋이. 태평양 일출은 어쩌면 천왕봉 해돋이를 보기 전 '맛보기' 같은 것이었다. 그래설까, 마냥 좋았다.

겨울, 싸늘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찾은 제주 앞바다는 태평양의 시발점이었다. 그러기에 태평양 한 가운데로 나서는 꿈을 갖는데 제격이었다. 하여, 제주 사람들이 이어도(?)를 꿈꾸는 지도 모를 일이다.

요트 갑판에 서서 수평선 너머로 숨죽이고 있던 해를 기다렸다. 이곳에서 보는 해돋이도 지리산 천왕봉 해맞이처럼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걸까? 해는 좀처럼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쌓은 덕이 없는 걸까, 자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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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전 범선으로 일본에 다녀오던 중 본 태평양 해돋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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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돋이는 자연이 빛어낸 예술이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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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돋이는 새로운 날의 시작이었다. ⓒ 임현철

 

태평양 일출을 보며 천왕봉 해돋이를 꿈꾸다

해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김영랑이 되어 <모란이 피기까지는>를 곱씹고 있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이 심정으로 간절히 해를 기다렸다. 바람이 통했을까? 외마디 감격스런 외침이 있었다.

"해다. 해가 뜬다!"

용수철처럼 뛰쳐나갔다. '새악시 볼'처럼 태양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자연의 위대함이 탄성을 뿜어내는 순간이었다. 요트 위에서 대하는 해돋이 체험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제주에서 해돋이를 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곳에서 난, 이렇게 지리산 둘레 길과 천왕봉 해돋이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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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트 창에서 본 해돋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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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앞 바다에서 맞이한 해돋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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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트와 해돋이. 새로운 기분이었다. ⓒ 임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