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방송 강화하고, 시청자 무시하는 KBS

시민사회 공개질의 한달째 답변않는 KBS 김인규 사장

등록 2010.02.02 20:08수정 2010.02.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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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가 수신료 인상 관련 공개질의한 데 대해 김인규 사장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며 답변을 미뤘다. KBS가 공개질의 3주째가 되는 2일까지 성의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은 시민사회와의 최소한의 소통과 시청자에 대한 기본 예의를 무시하는 불량한 태도이다.

 

시민사회는 연초 김인규 KBS 사장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잇따른 수신료 인상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 점을 지적하고, 공영방송의 공적 안정성 확보와 공공서비스 강화의 맥락에서 수신료 인상에 대한 해법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지난 달 12일 시민사회의 요구를 담은 공개질의서(미디어행동)를 김인규 사장 및 최시중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김인규 사장은 질의에 대한 답변 대신 관제방송을 향한 발걸음만 재촉했다. 예능, 교양, 드라마까지 장르를 막론하고 정부 협찬을 받은 홍보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특히 농림수산부의 협찬을 받은 <과학카페 : 식품의 과학-쇠고기 검역> 편은 미국산 소고기를 노골적으로 홍보해 물의를 일으켰다.

 

관제방송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직원에겐 어김없이 징계를 내렸고, 사내 노동차별을 해소하기는커녕 계약직 아나운서에 팩스 해고 통지라는 충격적인 일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비정규직 시행을 앞두고 연봉계약직 420여 명을 계약해지 했지만, 이로 인해 얻은 비용절감이 전체인건비 기준 0.4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밝혀진 것이다. 사태가 이러할진대 월말에는 시청료 거부 의사를 가진 네티즌의 자발적인 행사에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하는 추태를 벌이기까지 했다.

 

KBS는 지난 달 27~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제시하지 않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수신료 거부와 정치정세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공영방송이 관제방송으로 변질되는 시점에서 수신료 인상에 동의해줄 시민은 없다. 시민사회 동의 없는 인상 추진이란 어떠한 정당성도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시도 자체가 무모한 일이란 걸 깨달았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시민사회는 공영방송 KBS를 포기하거나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의 수신료 거부 의사는 공영방송 기반 와해가 아니라 공영방송이 바로 서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시다. 김인규 사장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네티즌들의 수신료 거부 운동이 그 열망의 이면이자 관제방송 KBS에 대한 시청자의 분노라는 점을 직시하고, 시민사회와의 교통 및 사회적 논의를 배제한 수신료 인상은 어떤 경우에도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울러 시민사회가 공개 질의한 데 대해 김인규 사장은 준비가 안 되어 할 수 없다는 태도가 아니라, 현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답변하는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2010.02.02 20:08ⓒ 2010 OhmyNews
#KBS수신료 #김인규 #시청자 #미디어행동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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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행동은 미디어공공성 관련 법, 정책 개선 및 투쟁,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를 목적으로 결성된 언론시민사회단체 연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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