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노인복지센터 박양숙관장지난 10년간 안양노인복지센터를 지휘해온 박양숙
박숭규
"집에 있으면 느슨해져 저절로 할머니가 되는 것 같았는데 커플데이에 바리스타로 출근하고 부터는 20,30대로 돌아간 것 같다. 나이도 잊게 되고 또래 친구도 만날 수 있어 너무 즐겁다. 이 나이에 이렇게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었을까 고맙고 감사하다."
커플데이 바리스타 박희숙(63) 할머니.
"60이 넘어도 건강할 수 있다는 것과 일하는 데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뿌듯하다.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하루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다는 기쁨, 손자들 간식거리라도 사줄 수 있다는 능력에 보람을 느낀다."
아파트 택배 조재수(64)할아버지.
위축되고 소극적인 모습은 은퇴 후 특별한 일 없이 무료하게 일상을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늦은 나이에도 새로운 분야,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해 활기찬 모습으로 변모한 이들에게선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자신감과 당당함이 말투와 행동에 강하게 묻어난다.
노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다양한 노인문제는 이제 사회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의제가 됐다. 하지만 뚜렷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내지 못하고 걱정만 높아가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국수집, 커피전문점 등을 창업해 아직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에게 특색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제공한 시니어클럽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클럽은 2008년 7월 안양노인복지센터에 생산적인 노인일자리창출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로 박양숙(47) 관장이 총지휘를 맡고 있다. 시니어클럽은 지난해만 해도 안양노인복지센터에서 담당하는 전체 노인일자리사업의 1/3에 해당하는 230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부양받는 노인에서 사회일원 勞人으로 시니어클럽에서 노인일자리사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이유는 노인들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피부양인으로서 부담을 주는 존재가 아닌 똑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를 실현하는 존재라는 철학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박 관장은 "전국민연금제도가 88년도에 생겼지만 작년에야 비로서 수급자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퇴직 이후 삶의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건강 문제, 사회 활동소외 등 일상적인 고통에 시달려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노인 일자리 창출은 사회와 가족 안에서의 역할 상실 등 그간 잃어버렸던 노인들의 지위를 회복하는 동시에, 경제적인 도움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화는 발전의 힘박 관장이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간의 활동 속에서 여러 가지 성과를 확인 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일을 하고 계신 어르신들의 변화된 모습"이라며 "처음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오지만 일을 배우고 현장활동을 통해 목소리가 커지고 옷차림, 표정 등에 생동감이 넘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 조사한 '2009년 만족도 보고'에도 이런 점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력하는 만큼의 보상 25% ▲경제적 여유 및 사회성 향상 20% ▲신체적 정서적 건강 16% ▲자신감 향상이 11%로 조사되는 등 현장에서 확인된 지표들도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변화되는 참여자들의 힘은 시니어클럽이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카페형 커피전문점을 새로 개설하고 전통장과 김치를 제조하고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빛깔고운?'사업단을 신규로 운영해 일자리를 더 확대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박 관장은 "참여자들의 변화와 축적된 성과로 이 사업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보여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따뜻한 시선과 도전의식도 필요박 관장이 밝힌 가장 큰 어려움은 사회의 시선이다. 그는 "이사업을 처음 시작했을때 어르신들에게 일을 시킨다고 생각해 불편해하는 모습이 많았다"며 "손에 익지 않은 일을 하는 어르신들들에 대한 신뢰도 문제 제기도 많아 애를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지금은 많은 시민들이 따듯한 시선으로 봐주고 있고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어 다행"이라며 "이 사업의 발전에는 시민들의 따뜻한 시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어르신들을 동일한 사회구성으로 인정하고 어르신들이 일하는 것을 자연스런 현상이자 당연한 것으로 봐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관장은 소극적이며 위축돼 있는 노인들에게도 과감히 도전할 것을 권했다. 그녀는 "새로운 일, 제2의 인생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멋진 인생이 있고 그 속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 더 의미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숙 시니어클럽 대표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서울 등의 사회복지기관에서 17여 년 동안 근무했다. 2000년 10월 재단법인 불교안양원과 인연이 있어 법인이 위탁하고 있는 안양노인복지센터에 관장으로 부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