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삼형제 한 장면
조정림
시댁에 가야한다는 남편의 말에 어영은 '내가 왜 우리 집 차례를 걷어치우고 자기네 집에 가야하냐'고 대답한다. 이러한 어영의 태도에 도대체 이해할 수 없고 이기적이라며 비난이 쏟아졌다.
개인적으로 어영의 태도가 충분히 공감된다. 나 또한 어영의 상황이라면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막장이니 뭐니 하며 문제시 삼고 있다. 시댁에서 차례를 모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드라마의 내용도 잘 모르고, 기사 검색을 통해 본 이 드라마는 막장이라 칭할 만한 부분도 많았다는 건 인정한다.)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안타깝기만 하다. 나의 상황은 친정 쪽에 식구도 많고, 시댁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차례 모시고 바로 친정으로 갈 수 있어 큰 불만은 없다. 하지만, 만약 내가 차례를 친정에서 모시고 시댁에서 나머지 명절을 보낸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시댁, 친정 구분 없이 상황에 따라 명절을 보낼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음 하는 바람이다. 기계적인 평등을 이야기한다고 비난 받을 수 있으나 이미 남녀 구분이 없어지고 양성평등이라는 가치가 소통되는 사회라면 제사와 명절 문화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고된 일 때문에 명절이 싫지만, 그에 못지않게 명절을 보내는 시댁, 친정에 대한 구분된 인식이 더욱더 힘들게 만든다. 나의 경우 시댁 분위기가 운 좋게도 남녀 구분 없이 명절음식을 만들고, 친정에 가는 시간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비해 빠른 편임을 밝힌다. (물론, 대가족의 설거지는 여자의 몫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