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의 그들을 변화시킨 것은 다름아닌 축구였다

척 코너와 마빈 클로스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등록 2010.02.15 10:15수정 2010.02.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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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겉표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겉표지생각의나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겉표지 ⓒ 생각의나무

20세기 중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흑인들에 대한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세계 인권 단체가 항의를 하든 말든 정부는 흑인들의 수가 백인들보다 많아졌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법들을 만들어 흑인들을 억압하고 있었다. 흑인이나 유색인 중에 조금이라도 '사고'를 일으킨다면, 혹은 저지를 것처럼 보인다면 로벤섬 수용소로 보내버렸다. 탈출할 수 없는 곳으로 유명한, 악명의 수용소였다.

 

로벤섬 수용소는 그 악명에 걸맞게 열악한 환경에 고된 노동이 있는 곳이었다. 노골적으로 벌어지는 구타도 만만치 않았다.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절망뿐이었다. 그 상황에서 수감자들은 뭔가를 한다. 처음에는 장난감 같은 것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것이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간수들 몰래 셔츠를 둥글게 뭉쳐 미니축구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조금이나마 지옥 같은 현실을 잊어보려는 노력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들은 열망하고 만다. 정식으로 축구하는 것에 대해 꿈을 꾸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수용소에 건의한다. 축구를 하게 해달라고.

 

수용소가 그것을 순순히 들어줄 리는 만무했다. 수감자들이 먹을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끈질기게 노력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비난이 심해지면서 수용소는 그것을 만회할 요량으로 토요일에 축구를 하게 해준다. 물론 그렇게 결정하게 된 이면에는 노림수가 있었다. 고된 노동에 지친 수감자들이 축구를 제대로 할 리도 없거니와 평소에도 정치 노선에 따라 분열하는 사람들인 만큼 축구경기에서도 그것이 나타나 엉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관계자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스포츠가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는지를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수감자들은 어렵게 얻은 작은 자유를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그 자유를 체계적으로 누리기 위해 1966년 마카나축구협회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FIFA규정을 따르기로 한 뒤에 심판, 코치 등을 구성하고 세 개의 리그를 만들어 관심 있는 수감자들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다. 놀란 수용소는 그것을 탄압하려 하지만 수감자들은 거세게 저항해 지켜낸다. 믿기지 어렵지만 사실이다. 고된 노동을 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낸 '진실'이다.

 

그들은 그 힘든 노동을 하면서, 탄압을 받으면서도 축구를 하려 했고 끝까지 지키려 했던 것일까?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왜 그랬던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그 당시 수용소에서 축구를 했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 이유를 짐작케 하는데 그것이 의외로 간단하다. 스포츠는 그들로 하여금 자유와 열정, 그리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강제로 떨어져 지내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하던 그들은 인간으로써의 감정에 목이 말라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정치 노선이 다르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뭔가를 조직하고 그것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그것으로 함께 즐기고 싶어 했다. 그것을 탄압하려 하자, 그들은 구타를 당하던 때보다 더 격렬하게, 힘을 합쳐 항의한다. 그들에게 축구란 것은, 생존권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유일한 것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축구를 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게 됐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 변화란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크다. 수용소 안에서 하계올림픽을 할 정도니 오죽하랴. 그들은 스포츠를 통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것을, 인간으로써의 가치를 배웠고 실천했던 것이다.

 

스포츠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스포츠가 인간에게 힘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로벤섬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축구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에 그 답이 있다. 생생하면서도 진실한 이야기가 그 이유를 가슴 벅차게 알려주고 있다.

2010.02.15 10:15ⓒ 2010 OhmyNew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마빈 클로스 외 지음, 박영록 옮김,
생각의나무, 2010


#축구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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