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군 점동면 장안리에 가면 점동초등학교 옛 안평분교가 있다. 점동에서 충주와 원주, 여주가 모이는 삼합리로 나가는 길이 있다. 삼합리는 충청북도 충주, 강원도 원주, 경기도 여주가 경계를 이룬다고 해서 붙여진 마을이름이다. 이곳을 가기 전 만나는 장안리. 옛 안평분교는 현재는'여주 한지(韓紙)체험학교'로 탈바꿈을 했다.
장안간이학교가 한지체험학교로
1935년 3월 '장안간이학교'로 문을 연 안평분교는 농촌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 해 지난 2월 10여명의 학생들을 점동초등학교로 전학을 시키고 폐교가 됐다. 이 폐교를 한지체험학교로 이용을 하고 있다. 기존의 건물을 그대로 이용한 한지체험학교에서는 인형공예, 전통한지공예, 민화, 염색 등의 체험을 할 수가 있다. 식당으로 운영하던 장소는 전시실이 되었으며, 부채, 종이그릇, 종이 등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한지체험학교를 운영하는 동양한지 대표 박성만(61)씨는 인사동에서 한지 생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40년이 넘게 전통한지 연구를 해 온 박 대표는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체험학교와 연구소를 마련하기 위해, 한지를 생산하는 전주, 원주, 안동, 강화 등 여러 곳을 다녔지만 여주가 최적지였다고 이야기를 한다.
더욱 장안리 일대는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체험학교 곳곳을 안내 해주던 박대표는 우리 한지사랑에 푹 빠져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종이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아마존, 캐나다, 인도의 수백 년 묵은 숲들이 종이 재료로 수도 없이 잘려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년생인 우리 전통한지를 만드는 닥나무는 매년 자르면 자를수록 더 좋은 나무가 되어 자라납니다. 새로 자라는 가지를 잘라 한지를 만들기 때문에, 숲을 망가트리지 않고 종이를 만들 수 있는 우리 한지야말로, 이제 전 세계의 종이 생산업체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지는 종이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아무리 우리한지의 우수성을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저도 전주 인근에 많은 닥나무를 재배하고 있지만, 더 많은 닥나무를 심어 전 세계 종이시장을 주도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만 대표의 이야기대로 우리 한지가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 나라의 종이보다도 질이 좋은 우리 한지. 이제 이곳에서 체험을 하고 나간 많은 사람들이, 그 소중함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설 전날도 쉬지 않고 손에 물을 묻히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의 한지사랑을 본다.
<한지만들기>
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재료가 되는 닥나무를 채취한다. 그런 다음 여러 단계를 거쳐 한지가 만들어지는데 제일 먼저 닥나무를 쪄낸다. 일년생 닥나무를 잘라 차곡차곡 쌓아올려 불을 지펴 찐다. 이렇게 10시간 정도를 찐 닥나무는 껍질이 잘 벗겨진다. 닥나무를 한 개씩 잡고 껍질을 벗겨낸다. 세 번째 과정은 흑피 벗기기 및 흑피 말리기다. 벗긴 닥나무 껍질을 한 움큼씩 묶어서 말리면 흑피가 되며, 이 흑피가 피닥이다. 흑피를 겨울철에 찬 냇물에 장시간 불려서 겉껍질을 벗겨내면 백피가 된다.
네 번째 과정은 잿물 내리기를 해야 한다. 한지를 생산할 때는 중성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잿물을 내릴 때는 메밀대, 콩대, 볏짚, 밀대 생석회 등을 이용한다. 이러한 재료를 태운 재에 물을 내리면 잿물이 된다. 다음 과정은 닥죽 만들기다. 백닥을 물에 불려 잿물에 넣고 한 시간 정도 삶아낸 후 1시간 정도 뜸을 들인다. 여섯 번째 과정은 자연물 표백이다. 삶은 백닥을 맑은 흐르는 물에 저어주고, 7일 정도 넣어 놓으면 자연표백이 된다. 그리고 이물질도 제거 된다.
일곱 째 과정은 고해라고 하는 티 고르기 및 두들기기다. 세척과 표백이 끝난 백닥을 물속에서 건져 내어 남아있는 불순물을 일일이 손으로 제거를 한다. 그 후 백닥을 돌판 위에 놓고 방망이로 두들겨서, 닥 섬유가 풀에 뿌옇게 풀어질 때까지 찧는다. 여덟 번째는 황촉규의 혼합이다. 황촉규 풀뿌리를 천연 풀로 사용하여 물과 닥 원료를 지통에 혼합한다. 아홉 번째 과정은 종이뜨기다. 대나무로 만든 발로 한지를 뜬다. 종이를 뜨는 방법은 외발 뜨기와 쌍발 뜨기가 있으며, 이 중 외발 뜨기가 전통방법이다.
열 번째 과정은 물빼기다. 발로 건진 종이를 차곡차곡 쌓은 후에 그 위에 널빤지를 얹고, 무거운 돌로 눌러 물이 빠지도록 한다. 열한 번째 과정은 말리기다. 젖은 종이를 펴고 비로 쓸어가면서 천천히 말려준다. 열두 번째 과정은 한지 만들기의 마지막 가정인 도침(다듬기)이다. 마른 종이를 포개어 방망이로 두드리면, 한지의 밀도와 섬유질이 좋아지게 된다. 이런 많은 작업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우리의 전통한지가 생산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지체험학교 답사는 2010년 2월 13일에 했다.
2010.02.17 16:20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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