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졌던 김연아의 '비밀숙소'가 언론에 노출됐다. 경쟁 상대 일본 언론이 아니라 한국의 <스포츠조선>에 의해서다.
스포츠조선은 23일 0시 46분 <김연아 '비밀 숙소' 이틀만에 노출...출입인 통제 안돼>란 제하의 기사에서 "모두가 김연아의 좋은 연기와 금메달을 위해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면서도 김연아의 숙소가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며,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비밀에 부쳐왔던 김연아의 밴쿠버 숙소를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스포츠조선은 이 기사에서 김연아 숙소의 위치를 언급하면서 방의 위치와 보안 상황 등 밝혀서는 안될 정보마저 상세히 적었다. 방문객을 가장한 스토커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무방비로 침투할 수 있을 정도.
이 기사를 작성한 스포츠조선의 권인하 기자도 이같은 위험을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인들에게도 노출된다면 지금처럼 누구나 쉽게 확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거나 "혹시 스토커가 이 곳을 알 경우엔 위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는 말을 덧붙인 것을 보면.
그러나 그는 알고 있을까. "누군가가 발설하지 않는 한 노출될 위험은 없어 보였다"고 말한 그 때문에 김연아가 외부인들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게 증가했으며, 또한 "노출만 되지 않는다면 편안한 휴식이 가능해 보였다"고 말한 그 때문에 경기까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편안한 휴식을 누리고자 했던 김연아의 작은 바람이 위협받을 수도 있게 됐다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기사가 나간 직후 인터넷에는 스포츠조선의 무모함과 과잉 친절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걱정된다며 기사로 까발리는 경우는 도대체 뭐냐", "왜 이런 기사를 올렸죠? 노출을 걱정하는 척 하며 사진도 올렸네", "기사 마지막에 '노출만 안 되면 최적의 장소'라니... 기자 당신이 다 노출시켰자나!", "보안 걱정된다 하면서 저기 찾아가라고 사진도 찍어서 올렸냐?"
일전에 모 외국 통신사가 금메달에 대한 김연아의 내적 부담을 언급하며 "5000만 한국 국민들이 김연아 최대의 적"이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러나 김연아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진정한 적은 무책임한 폭로를 일삼는 일부 언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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