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엔 '친이'만 줄줄이... 소수파 설움 당한 친박
특히 이날 한나라당의 세 번째 의원총회에서 친박계는 소수의 설움을 톡톡히 당했다. 아직 한 번도 발언하지 않은 의원들에게 발언 기회를 먼저 주다 보니 숫자가 많은 친이계 의원들만 줄줄이 단상에 섰다. 결과적으로 이날 의총에서는 세종시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의총 시작 전 "친이, 친박이 번갈아 토론할 수 있도록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한 번도 발언하지 못한 의원들이 우선"이라고 일축했다.
발언 기회를 독점하다시피한 친이계 의원들은 다양한 주장으로 친박계를 난타했다.
친이계 최대모임인 '함께 내일로' 대표를 맡고 있는 안경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정의(正義)"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560만표 이상의 압도적 지지로 이 대통령이 당선됐고 그 정권이 지금 이어지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내놓은 안과 또 다른 안이 경합을 할 때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대통령이 내놓은 안이 정의이고 옳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김대중-노무현의 성공사례와 김영삼-이회창, 노무현-정동영의 실패 사례를 보면 현직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현직과 차기가 협력하는 구도가 최상"이라고 박 전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친이의 '세종시 망국론'... "백제 공주로 옮겨가 패권 잃어"
최병국 의원은 삼국시대를 언급하면서 '세종시 망국론'을 들고 나왔다. 최 의원은 "과거 한강을 지배하는 자가 한반도를 지배해 왔다"며 "백제는 고구려에 밀려 공주, 부여로 옮겨가면서 한반도에서 패권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탈무드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탈무드를 보면 양 한 마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앞에 수십 마리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러워 하느님에게 많은 양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들어주지만 양을 나눠가지자, 또는 양을 잡아서 같이 먹자고 하면 벌을 내린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정치 사찰설'을 제기한 친박계 의원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장 의원은 "정치 사찰이다, 정치공작이다 하면서 정치권 밖에 있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이름까지 들먹이는 것은 대통령 때리기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런 발언한 분들은 사실을 규명해야 하고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소수의 설움을 당한 친박계는 의총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정현 의원은 "친이계가 박근혜를 공격하려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이런 식의 의총은 무의미 하다, (친박) 의원들과 보이콧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 "박근혜 흠집내기 의총 보이콧 검토"
그는 "세종시 원안이 박 전 대표 앞 마당을 넓히자는 공사도 아니고 혼자 잘먹고 잘살자는 법도 아닌데 새빨간 거짓말로 흠집내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한쪽에서는 화합하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욕하고 창을 찌른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도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맹비난했다.
유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가 청와대 고위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4일에 앞서 1월 초에도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요청했지만 박 전 대표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이 누구에게 회동을 제의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청와대 체통과도 관련있는 것인데 박 전 대표의 경우 마치 거절당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듯이 말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청와대는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오늘 아침 박형준 정무수석과 통화를 했는데 박 수석이 '사실 관계가 잘못됐으니 대변인을 통해 바로잡겠다'고 해놓고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이 계속 될 수록 접점을 찾기는 커녕 친이-친박간 대립만 격화되면서 한나라당이 출구 없는 세종시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2010.02.24 18:57 | ⓒ 2010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다수파 친이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정의" 소수파 친박 "박근혜 죽이기 의총 보이콧 검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