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봉암수원지 둘레길로 내려가는 길에서
김연옥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일지 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갑자기 학창 시절 때 배워서 꽤 친숙한 이조년의 시조를 김호부 선생님이 읊기 시작했다.
이조년의 형제들은 우애가 남달랐다고 전해지는데, 형 이억년(李億年)과의 금덩어리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되고 있다.
어느 날 그들이 함께 길을 가다가 금덩이를 우연히 주워 하나씩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타고 가다 아우인 이조년이 금덩이를 강물에 던져 버리게 된다. 형이 놀라서 그 이유를 물어 보니 형이 없었으면 금덩이를 혼자 독차지할 수 있었는데 하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형도 가지고 있던 금덩이를 미련 없이 강물에 던졌다는 내용이다.
팔용산 정상에 서면 마산 무학산(761.4m), 창원 천주산(638.8m)과 봉림산(566m)이 눈앞에 펼쳐지고 진해 천자봉(465m)도 아스라이 보인다. 우리는 1.5km에 이르는 봉암수원지 둘레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 5월에 준공된 마산 봉암수원지(등록문화재 제199호, 경남 마산시 봉암동)는 1970년대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른 절대 용량 부족으로 1984년 12월에 폐쇄되었는데, 지난해에 그곳에 둘레길이 조성되었다.
우리는 이조년 형제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누면서 수원지 둘레길을 한 바퀴 빙 돌았다. 그의 다섯 형제들은 이름이 참 독특하다. 맏형 이백년(李百年), 이천년(李千年), 이만년(李萬年), 이억년(李億年), 그리고 막내 이조년((李兆年)으로 5형제 모두 문과에 급제했다고 한다. 아이를 바라보는 기쁨과 사랑이 갈수록 커진다는 뜻일까, 형제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 때는 어떤 깊은 뜻이 있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