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미치 조엘의 <미래를 지배하는 식스 픽셀>

등록 2010.03.02 14:10수정 2010.03.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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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는데, 당신의 모든 이메일 계정에 로그인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만약 중요한 점심 약속을 앞둔 상황에 당신의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상상하는 것조차 '끔찍한' 일이지만 어느 날 밤 이 세상에서 모든 인터넷이 사라진다면?

 

나는 지금, 디지털 예찬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미 디지털시대는 십 수 년 전에 '혁명'처럼, 그러나 '조용히' 우리들 곁을 찾아왔다. 1997년 초,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필자에게 여자 친구가 물었다. "이메일 주소가 뭐야?" 당시로서는 대수롭지 않게 그저 그 친구에게 색다른 취미가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우리는 이메일이 없다면 어떤 업무도 처리할 수 없다.

 

바로 지금, 여러분도 이 글을 인터넷에 접속하여 읽고 있지 않은가. D신문을 수십 년간 애독하던 필자의 아버지도 더 이상 종이신문을 뒤적이지 않는다.

 

너무나 뻔한, 그러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a <식스 픽셀> 표지 저자는 세상의 블로거들을 향해 넓은 디지털의 바다에서 어떻게 ‘최고의 블로거’가 될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식스 픽셀> 표지 저자는 세상의 블로거들을 향해 넓은 디지털의 바다에서 어떻게 ‘최고의 블로거’가 될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 8.0

▲ <식스 픽셀> 표지 저자는 세상의 블로거들을 향해 넓은 디지털의 바다에서 어떻게 ‘최고의 블로거’가 될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 8.0

미치 조웰의 <미래를 지배하는 식스 픽셀>은 이런 디지털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안내서이다. 혹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구태의연하다고 느끼는가? 하지만 생각해보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 상의 수많은 블로그에는 얼마나 많은 포스트가 올라오고 있는지를.

 

이 책에서 저자는 세상의 블로거들을 향해 넓은 디지털의 바다에서 어떻게 '최고의 블로거'가 될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세계 최고 마케터들의 온라인 마케팅'이라는 책의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듯 이 책은 '마케팅'에 대해 말하지만, 특정 제품에 관한 마케팅이 아니라 '블로그를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이른바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디지털 마케팅은 하룻밤 새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기존의 광고 체계에서는 강렬한 광고를 내보낸 후 판매가 급신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악순환의 고리가 존재한다. 광고를 많이 할수록 관심도 높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는 빠르게 줄어들고 판매도 급감한다." (p.50)

 

이 경고는 어떤 회사의 마케팅 관계자에게 하는 경고가 아니다. 바로 블로거, 평범한 블로거들에게 하는 충고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원칙들을 요령 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 요령은 바로 저자 자신이 마케팅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블로거로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깨달은 원칙들, 그리고 잊지 않은 원칙들을 경험담을 토대로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흔히 지나칠 수 있는 '댓글'에 대해서도 그는 말을 잊지 않는다. "나는 댓글을 써준 사람은 절대 잊지 않는다"(p.59)라고. 이처럼 <미래를 지배하는 식스 픽셀>의 저자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우리가 흔히 잊고 있는 것들을 순리적이면서 경험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

 

블로그라는 현상에 대한 진지한 접근

 

자,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인 미치 조웰이 1차적인 목표로 삼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세속적'인 눈으로 보자면, 그것은 당연히 우리가 '파워 블로거'라고 이야기하는 영향력 있는 1인 미디어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토록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에 대해 말하는 데 있어 그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책 한 권을 파는 데 꼭 유명 대학출신의 MBA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MBA들이 제시하는 마케팅 전략이 종종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말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험 매슬로(Abraham Maslow)의 인간 욕구 5단계설은 매우 유명한 이론이다. 그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한 단계는 자아실현으로, 온라인 채널이 가장 집중하는 분야이다."(p.33)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은 왜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물론 그는 성공한 마케팅 전문가이다. 저자 소개의 일부분에서 나타나듯 그는 "블로그 마케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필자의 신뢰 또한 이런 정보들에서 연유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이 설득력이 있는 까닭은 바로 인간의 심리를 잘 꿰뚫어보고 있다는 점이다.

 

잠깐 위에 인용한 부분을 함께 읽어보자. 지금 그는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말하면서 '인간 욕구 5단계설'이란 것을 인용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심리학 서적을 몇 권 읽었다거나 특정 분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그는 이 디지털의 세계에 '훔뻑' 빠져있는 우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꿰뚫어보기 위해 인간학 혹은 심리학 서적을 상당히 읽어낸 듯하며, 그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즉,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나열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실용적이면서도 상당히 이론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인맥 구축을 위한 로드맵, 혹은 디지털 시대의 인간학

 

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묻고 싶다. 왜 블로그를 운영하는가? 물론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이유 중에는 '인맥 구축' 역시 포함될 것이다. 인맥 구축이란 말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오늘날 많이 회사들이 홈페이지 외에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아마도 어떻게 새로운 사람들을 고객으로 유치할 것인가 하는 고심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마케팅이란 말, 고객 유치란 말이 평범한 네티즌들에게는 불필요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미래를 지배하는 식스 픽셀>에서 최종 목표로 삼는 지점은 아마도 이 지점일 것이다. 우리가 변화무쌍하게 발전해나가는 디지털의 세상에서 어떻게 인맥을 구축하고, 어떤 인간으로 적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그러니까 저자는 온라인 마케팅에 대해, 그리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면서도 이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내고 있다. 아마도 이 책에 '디지털 시대의 인간학'이라는 말을 붙인다 해도 저자에게 과찬은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3.02 14:10ⓒ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지배하는 식스 픽셀 - 세계 최고 마케터들의 온라인 마케팅

미치 조엘 지음, 서동춘 옮김,
8.0, 2010


#식스픽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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