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장 강의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수강생들. 남녀 대학생도 여럿 보였다.
조종안
김연철 소장은 2000년 6·15 공동선언은 '햇볕정책'으로 통용되는 '포용정책'의 꼭짓점이라며, 남북관계 역사를 '접촉이 있었던 시대'와 '접촉의 시대', 동시에 '합의만 하던 시대'와 '실천하던 시대'로 구분했다.
휴전(1953년) 이후 김영삼 정부 시절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이산가족 상봉이 6·15선언 이후 관례로 이루어졌고, 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분야별 회담이 체계적으로 열렸으며, 남한이 중국에 이어 북한의 제2교역상대국이 되었을 정도로 경제협력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서해에서 군사적 충동이 두 번이나 일어난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평화관리 능력이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김대중 정부가 우발적 충돌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북한의 사과 의사를 확인하고, 긴장 고조 가능성을 차단하고, 평화협력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선택한 것은 '용기'였다고 평가했다.
사실 1999년 서해에서는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지만, 동해에서는 금강산 관광선이 출항했다. 이렇게 미래의 평화를 보여주는 김대중 정부의 탄력적인 안보 관리는 국민이 안심하고 본업에 종사할 수 있었고, 외국기업들의 투자유치에도 성공적으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김 소장은 접촉을 통한 북한의 변화가 미흡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근본주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접촉이 가져온 변화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접촉의 부재가 가져온 '냉전의 풍경'들, 김대중 대통령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과거의 낯익은 대립과 증오'들이 춤을 추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를 향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햇볕정책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김 소장은 햇볕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상징하는 개념이라며, 나그네 옷을 벗기는 방법 중 강풍보다는 햇볕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솝우화에서 유래하였음을 설명했다. 영어로는 'Sunshine Policy', 중국에서는 '陽光政策'이라고 부른다는 것.
김대중 정부 대북정책의 공식 명칭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은 클린턴 행정부 대외정책 원칙이었던 '개입과 확장'(Engagement and Enlargement Policy) 의미를 내포한 것이며, 서독의 브란트 정권이 추진했던 '동방정책'의 기본개념, 즉 '접촉을 통한 변화'와 같은 개념으로 풀이했다.
김 소장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많은 오해와 갈등이 있었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념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정책에 대한 선호가 다를 수 있으나 햇볕정책을 둘러싼 비판은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을 바라보는 인식론과 대북정책의 방법론이 구분되지 않고 있음을 가장 중요한 오해로 꼽았다. '포용정책'을 '유화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시각이 대표적인데, 유화정책은 1930년대 후반 영국의 체임벌린 내각이 히틀러의 팽창정책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정책이고, 포용정책은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경제개혁을 유도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퍼주기론'으로 대표되는 남북경제협력을 비판하는 부정적 시각을 극복하는 문제도 중요하다며 ▲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에 대한 인식 공감 ▲ 각종 소비재 기술표준을 비롯한 이동통신, TV 전파 방식 등 표준 문제 ▲ 남북경제협력 상실을 꼽았다.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 심화는 결국 남북한의 표준격차를 더욱 벌려놓을 것이고, 모두가 통일비용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경제협력은 분업을 의미하는데, 남북경제협력이 지금처럼 주춤거린다면, 남북 경제공동체 꿈은 멀어질 것이고, 중국 중심의 새로운 동북경제권이 형성되어 우리에게 힘겨운 도전이 될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현 정부 들어 가장 안타까운 일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래 비전 실종'이라며 정부의 공식 담론에서 '평화'라는 단어가 사라졌고, 평화체제에 대한 비전이 사라졌으며, 종전 선언 의지가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냉전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김 소장은 포용정책을 비판하는 시각들은 대부분 '친북이기 때문에'를 내세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필자는 '김대중이기 때문에'를 덧붙이고 싶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이 했던 '민족'이란 말도 김대중이 하면 색깔론으로 몰았고, 서거 후에도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