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비 비... 저수지 물이 넘친다!

때 아닌 '겨울 장마'로 그 전 겨울 강수량의 3배

등록 2010.03.06 18:15수정 2010.03.0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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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의 잦은 비로 계절에 맞지 않게 저수지마다 물이 꽉 찼다. 심지어 물이 넘치는 곳도 있으니, 지난해 봄가뭄 기억이 아련하다. 사천시 사남면 구룡저수지.
2월의 잦은 비로 계절에 맞지 않게 저수지마다 물이 꽉 찼다. 심지어 물이 넘치는 곳도 있으니, 지난해 봄가뭄 기억이 아련하다. 사천시 사남면 구룡저수지.하병주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라 했던가. 지난해 이맘때는 가뭄으로 '속앓이' 했지만 이제는 잦은 비로 속이 상할 사람들이 많을 성 싶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농민 아닐까.

아무리 기계나 장비가 발달하고 수리시설이 정비되었다고 해도 자연이 주는 기본 질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게 농사일이다. 그 중 제일은 물, 곧 하늘이 내리는 '비'다.

한국의 전통적인 겨울날씨는 춥고 건조하다. 그래서 농민들은 이런 날씨에 적응할 수 있는 작물, 보리나 밀을 주로 심었다.

그러다 봄이 돼 기온이 올라가면 구름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비가 내린다. 땅이 촉촉해지면 다시 습한 기운을 좋아하는 작물들을 키운다. 대표적인 것이 벼요, 그밖에 감자 고구마 따위다.

그런데 지난 겨울은 비가 너무 잦아서 오히려 겨울 작물들이 습해를 입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또 새로운 작물을 심으려면 논이나 밭을 갈고 거름도 흩고 해야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비에 농민들의 마음이 심란한가 보다.

 둘 중 어느 것이 여름이고 또 겨울일까. 왼쪽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2008년 9월 19일 모습이고, 오른쪽은 2010년 3월 6일 경칩일에 찍은 구룡저수지다. 물이 찬 모습만으론 계절이 뒤바뀐 듯하다.
둘 중 어느 것이 여름이고 또 겨울일까. 왼쪽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2008년 9월 19일 모습이고, 오른쪽은 2010년 3월 6일 경칩일에 찍은 구룡저수지다. 물이 찬 모습만으론 계절이 뒤바뀐 듯하다.하병주

실제로 최근 2년간 강수량을 분석해보니 지난 겨울이 그 전 겨울보다 비가 3배나 내렸다. 2008년 11월~2009년 2월까지 강수량이 71.9mm인 반면 2009년 11월~2010년 2월까지는 218.9mm를 기록했다. 이는 경남 사천 기준이지만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저수지마다 물이 넘친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즈음에 저수지물이 저절로 넘쳐흐르는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다. 지난해 이맘때, 행여 못자리에 댈 물조차 없을까 가슴 졸이며 관정을 뚫느니 식수대책을 세우느니 했던 일은 어느새 까마득한 옛일이 되고 말았다.


사실 이번 겨울비가 집중된 것은 지난 2월이다. 1월만 해도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했고 기온은 평년보다 더 내려갔다. 모처럼 주요 하천이 꽁꽁 얼어붙어, 얼음 위에서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빼곡하지 않았던가.

그러던 게 2월 들어 기온이 급격히 올라갔고 추위다운 추위도 없었다. 평년의 3월 기온과 비슷했다는 게 기상청 분석이다. 온도가 올라가니 비가 잦아졌고, 비 내린 날이 11일이나 됐다. 그것도 며칠씩 연달아 내릴 경우가 많아 '겨울장마'란 말이 등장했던 것이다. 강수량도 133mm를 기록해, 웬만한 여름철 월강수량과 같았다.


 "올해 모내기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만 날씨가 이상하니 한편으론 걱정이야!" 저수지에 가득 찬 물을 보고 내뱉은 농민의 말에 심란함이 묻어 있다.
"올해 모내기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만 날씨가 이상하니 한편으론 걱정이야!" 저수지에 가득 찬 물을 보고 내뱉은 농민의 말에 심란함이 묻어 있다.하병주

이 잦은 비가 3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1일과 4, 5일에도 비가 내렸고, 오늘(6일)과 내일도 비소식이 예보돼 있다. 게다가 기상청의 날씨 전망에 따르면 4월 초순까지 평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기온도 더 오를 전망이어서 각종 꽃피는 시기가 일주일쯤 앞당겨질 것이란다.

그나저나 잦은 겨울비와 봄비에 마음이 푸근해진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산불예방에 힘쓰는 사람들이다. 예전 같으면 비상근무를 밥 먹듯 했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였다고. 역시 어딜 가나 빛과 그림자는 함께이다.

잠자던 개구리가 튀어 나온다는 경칩! 아무래도 마른 개울보다는 '졸졸' 경쾌한 물소리가 있어 더 반가울 듯하다, 적어도 개구리에게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뉴스사천 #경칩 #장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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