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잦은 비로 계절에 맞지 않게 저수지마다 물이 꽉 찼다. 심지어 물이 넘치는 곳도 있으니, 지난해 봄가뭄 기억이 아련하다. 사천시 사남면 구룡저수지.
하병주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라 했던가. 지난해 이맘때는 가뭄으로 '속앓이' 했지만 이제는 잦은 비로 속이 상할 사람들이 많을 성 싶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농민 아닐까.
아무리 기계나 장비가 발달하고 수리시설이 정비되었다고 해도 자연이 주는 기본 질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게 농사일이다. 그 중 제일은 물, 곧 하늘이 내리는 '비'다.
한국의 전통적인 겨울날씨는 춥고 건조하다. 그래서 농민들은 이런 날씨에 적응할 수 있는 작물, 보리나 밀을 주로 심었다.
그러다 봄이 돼 기온이 올라가면 구름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비가 내린다. 땅이 촉촉해지면 다시 습한 기운을 좋아하는 작물들을 키운다. 대표적인 것이 벼요, 그밖에 감자 고구마 따위다.
그런데 지난 겨울은 비가 너무 잦아서 오히려 겨울 작물들이 습해를 입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또 새로운 작물을 심으려면 논이나 밭을 갈고 거름도 흩고 해야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비에 농민들의 마음이 심란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