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멈춤3분만 멈춰 보세요. 기적이 시작됩니다.
변창기
나는 늘 내 삶의 스승을 목말라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내 주변엔 그저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 뿐인지라 인생상담을 할 만한 분이 없다. 나는 아는것보다 모르는게 더 많고 알고 싶은게 더 많다. 허접한 삶을 살고 있는 터라 늘 마음이 힘들 때가 많으며 그 때 마다 누군가에겐 힘겨운 내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또 어떻게 해야 힘든 마음을 안정시켜 기쁨이 충만한 생활은 아닐지라도 평상심이나마 유지하며 살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도 참 많다.
더구나 요즘은 더 많이 힘이 든다. 처자식과 함께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동안 생계유지에 도움이 되었던 일터가 곧 사라지게 생겼다. 울산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지 10년째인데 새로운 부품공정 공사로 1년간 정규직은 유급 휴직을 하지만 15명 정도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3월 15일부로 정리해고 된다. 정규직이야 고용불안이 없이 지내다 1년후 공사 끝난 후 다시 새로운 공정에 투입되어 일할 수 있지만 나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터도 사라지고 일자리도 공중분해 되어 버린다.
하청업자는 고용보험 타먹으며 기다려 보라지만 그것도 원청에서 자리를 주어야 일자리가 생기므로 불확실한 기다림이다. 새 공정 공사 끝나는데 1년. 고용보험은 길어야 6개월 타먹을 수 있다는데 그 이후엔 어찌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그 와중에 눈에 뜨인 책이 '행복한 멈춤' 이다. 내 삶의 방향을 잡아줄 마땅한 스승도 주변엔 없고 해서 책으로 위안 삼고 있는 편이다.
'항상 불안하고 초조한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행복 발견의 법칙' 이라는 문구가 겉표지 뒷면에 있었다. 그래서 골라 사 본 책이 '행복한 멈춤' 이다. 출근길, 퇴근길이 언제나 살얼음판 같은 비정규직 생활 10년 그리고 정리해고... 무심코 들른 책방에서 우연히 본 이 한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책 내용의 주인공은 어느 대기업의 중견 간부. 어느날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사업을 시작해 굉장한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완전히 망하고 만다. 가족 모두 쪽박찬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까스로 비정규 일자리를 구했으나 그마저도 얼마후 이유도 모른채 해고 당하고 만다. 그 어려운 시기 설상가상으로 아내가 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게된다. 그러다 어린 자식 둘을 남겨 놓은 채 젊은 나이로 이승과 이별하게 된다. 그 후 몇년사이 아내의 부모님과 주인공의 어머니마저 사별하게 된다.
사업 망하고 직장 잃고 아내 잃고 가족마저 떠나 보낸 주인공은 매우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 건강까지 나빠지게 된다. 그 와중에 작은 희망이 생겼다. 주인공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남긴 부동산이 있었다. 주인공은 법적 절차 해결을 위해 어린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가게 된다.
고향에 오랜만에 온 주인공은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다. 그러다 다시 자신이 처한 현실에 직면한다. 다시 얻은 직장에 얽매인 몸에다 돈문제, 사람문제가 얽혀있어 빨리 일을 끝내고 돌아가야 했다. 볼 일을 다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비행기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 주인공은 어린시절 유난히 생각나는 선생님이 계신 학교를 찾아 간다.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기억에 남는 선생님을 잠시나마 뵙고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그러나 마침 방학때라 학교 문이 잠겨 있었다. 학교 뒤편에 있던 큰 호수나 보고 가자고 구경하러 가는데 큰 나무 그늘 아래 도인처럼 온화하게 앉아 있는 선생님을 극적으로 만난다. 선생님은 마치 주인공이 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반겨 주었다.
"나는 그동안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다네. 조만간 먼 여행을 떠날 것이기에, 자네를 꼭 만나 중요한 일을 의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 되었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마음의 도구>
선생님은 주인공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주인공은 삶이 복잡해서 이야기 할 수 없다고 한다.
"'신은 간단하다. 신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복잡하다' 라고 누군가가 말했지. 자네가 신과 점점 더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자네 인생은 더욱더 간단해지고 아름다워질 걸세. 자, 복잡한 것 같은 자네 문제들을 어떻게하면 간단하게 볼 수 있을까 알아 보기로 하세."
선생님은 옛 제자인 주인공에게 그동안 자신이 살아 오면서 터득한 마음 활용법을 알려준다.
"이것들을 사용해서 확실한 효과를 보자면 시간, 정직한 노력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네. 자네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열린마음으로 배울 준비가 되었는가?"
선생님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며 그래야 효과가 있다면서 포기하지않고 지속적으로 연습 하겠느냐고 다짐을 받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주인공도 마음의 평화와 안정된 생활이 될 수 있다면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 한다. 선생님은 마음 활용법을 파워포즈라 이름하고 3가지 원리를 말해 준다.
1)문제로부터 자신을 분리 시켜라.
2)문제가 해결 됐을 때의 기분을 느껴 보라.
3)감사하고, 또 감사하라.
선생님은 이 3가지 원리를 3분만 시간투자해 보라고 한다. 그래서 '3분 파워포즈'라고 한다. 이 3가지 원리를 꾸준히 연습하다보면 분명히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는다고 한다. 간단하면서도 효과있는 마음활용법인 거 같다.
마음활용법 3가지 원리를 내 현실에 적용시켜 보았다. 지금의 내 현실은 고용 불안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이다. 걱정거리가 잘 분리 되질 않는다. 하지만 이미 어차피 일어난 일, 걱정한다고 고용불안이 해소될 일도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걱정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고용문제를 미루고 대신 살아 오면서 있었던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본다. 짧은 3분이었지만 기분이 한결 나아짐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직장을 구해 출퇴근하는 내 모습을 그리며 그 기분을 느껴 본다. 기분이 좋아 진다.
'그래 지금의 이런 시련은 정신적으로 나를 더 숙성시키는 과정이지. 이렇게 마음공부 시켜주어 고맙다' 그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니 가라 앉았던 기분이 한결 가벼워 진다.
3분 파워포즈를 생활에 적용시켜 내는 게 쉬운일은 아니지만 분명 마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좋은 책을 내 책꽂이에 꽂아 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책에다 중요한 내용을 써놓고 보기로 하고 이 책 '행복한 멈춤'을 필요로 하는 지인들과 나누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