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6일 밤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77일간 점거농성을 벌였던 노동자들 중에서 귀가조치된 한 노동자가 경찰버스에 태워져 평택역 광장에 내린 뒤 아이를 안고 귀가하고 있다.
권우성
여주가 집인 김길용(가명)씨는 쌍용자동차 기숙사에 머물면서 주말부부 생활을 하며 쌍용자동차에 다녔습니다. 지금은 해고자이자 실업자입니다. 개인택시를 할까 싶어 택시 면허를 땄지만 1억이라는 돈이 있어야 개인택시를 살 수 있다는 말에 포기합니다. 아내가 학교 보조교사로 나가 한달에 오십만 원을 벌고 있습니다. 백십만 원씩 받던 실업급여는 오는 4월 22일이 되면 끊깁니다. 그전에 어떤 일자리든 구해야 하는데, 앞날이 깜깜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지금 잠을 못자요. 회사에서 받은 배신감이 떠나지 않아요. 아침까지 잠을 설치죠. 새벽에 일찍 일어나 멍하니 있는 거예요. 걱정이 되어서. 무얼 하긴 해야 되는데 받아주는 데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다니던 학원을 그만 둔 자식들을 보고 있자면 김길용씨 가슴은 미어터집니다. 좀 못 먹고, 못 입더라도 자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가르치겠다는 마음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김길용씨. 이제는 학원비가 아니라 급식비를 고민해야 할 때가 멀지 않았습니다.
올해 마흔살인 최영호씨는 지난 2월 12일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최영호씨는 자신이 석방되어 집에 돌아간 날, 책상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을 잊을 수 없습니다.
"집에 딱 갔는데 그게 있더라고요. 책상 위에 대출, 신용대출 용지가 있더라고요. 아내가 쓰지는 않았는데 어디서 받아놨는지 그게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아, 마음이……, 지금도 계속 씁쓸하죠."신용대출 신청서 앞에서자신이 없는 동안 신용대출 신청서를 눈앞에 두고 수십번을 멈칫멈칫 했을 아내. 최영호씨는 직장을 구하는 일보다 아내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게 먼저입니다. 아내는 최영호씨에게 애원했습니다. 그깟 회사 그만두고 희망퇴직하고 나오라고. 아내는 물었습니다. 가정이 우선이냐, 동료가 우선이냐? 최영호씨는 희망퇴직 대신 부당한 해고에 맞선 파업을 선택합니다. 그 선택은 해고자 낙인 위에 전과자 낙인을 더 찍게 됩니다. 아내는 남편의 선택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서운함마저 지울 수는 없습니다. 그걸 최영호씨는 압니다.
고등학교 때 만난 첫사랑이 지금의 아내입니다. 칠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고, 이제 이십년지기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아내와 함께 인생을 걷고 싶습니다. 석방된 뒤로 집에서 설거지와 청소를 도맡아 합니다. 너무 가까운 존재라 잊고 지냈던 아내에게 다시 이십년 전 첫사랑의 마음으로 다가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병역의무를 마치고 쌍용자동차에 입사했을 때 최영호씨의 소망은 소박합니다. 이곳에서 평생 일하고 싶다. 사랑하는 이와 결혼해서 아이들도 키우고 노후를 준비하겠다. 쌍용자동차에서 쫓겨나는 순간, 그 꿈은 흐릿하게 사라집니다. 이제 어떻게든 살아남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옥쇄는 봉쇄가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