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대첩도. 왜군의 조총에 돌과 창, 검, 활로 맞서고 있는 조선군. 조선군은 흙으로 성을 쌓고 성 밖에 목책을 둘러 방어했다.
고양시
당시 왜군은 명나라의 참전 후 퇴각을 거듭해 서울에 집결해 있었다. 그에 따라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행주산성이 왜군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작용했다. 왜군으로선 당연히 행주산성에 진을 친 조선군이 목에 걸린 가시와도 같았을 것이다. 그 가시를 제거하기 위해 왜군이 행주산성을 겹겹이 둘러싼 게, 1593년(선조 26) 2월 12일이다.
양쪽 모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이 전투에서, 수적으로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던 조선군은 부녀자까지 동원해야 했다. 이때, 앞서 설명문에서 본 것처럼 부녀자들이 치마에 돌을 날라 석전을 도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국운을 건 전투에 부녀자들의 치마까지 동원해야 했던 것으로 봐서 당시 정황이 얼마나 격렬하고 처절했는지를 알 수 있다.
행주대첩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의 하나이다. '대첩(큰 승리)'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행주대첩은 임진왜란 중 전세를 바꾸는 매우 중요한 전투 중에 하나였다. 이 전투에서 부녀자를 비롯한 의병과 승병 등 민초들이 전면에 나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행주산성은 '행주(의)치마'로 상징되는 민초들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위한 건 이들 민초들이었다.
▲행주산성 정상에서 내려다 본 방화대교. 가운데가 덕양정, 오른쪽이 대첩비각.
성낙선
▲행주산성 정상에서 내려다 본 강변북로와 한강 둔치. 그 위로 구불구불 이어진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성낙선
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바람이 무척 부드럽다. 전략적 요충지답게 사방이 확 트여 있어, 뭔가로 꽉 막힌 속을 달래기 좋다. 사방에 거칠 것이 없으니, 산 정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호연지기가 느껴진다. 절벽 아래를 지나가는 도로며 다리 등, 세상이 아주 조막만해 보인다. 임진왜란 당시 산성 위에 버티고 선 조선 사람들 눈에 산성 밑에 진을 친 왜군이 좁쌀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온난화 탓에 봄날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올해 봄은 지난 해보다 더 짧아질지도 모른다. 지난 해 봄이, 오는 듯싶더니 어느새 가버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날이 좀 더 따뜻해지기를 기다렸다가는, 봄이 오는 줄도 모르고 앉아 있다가 여름을 맞이할 수도 있다. 꽃샘추위 몇 번, 황사 몇 번 맞이하고 나면, 바로 여름이 시작될 것이다. 날이 좀 추운 듯싶다 해도, 이때가 봄이려니 서서히 산과 들로 나들이를 나서 볼 일이다.
▲이제 막 꽃을 피우려 하는 개나리. 만개할 날이 얼마 안 남은 듯.
성낙선
어떻게 갔다 왔나?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한강 난지공원에서 방화대교까지는 자전거도로를 죽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가양대교를 지나 들판 중간에 전철 교량이 들어서고 있는데 그곳에서 잠시 헷갈릴 수 있다. 그 앞에서 공사 구간을 '오른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전거도로가 왼쪽으로 나 있어 헷갈릴 수 있다. 무시하고, 공사장 앞에서 오른쪽 흙길로 올라선다. 그러면 곧 이어 다시 왼쪽으로 자전거도로를 만날 수 있다.방화대교 밑으로 천이 하나 흘러든다. 창릉천이다. 행주산성으로 올라가려면 이 천을 건너야 한다. 여기에서부터는 길이 조금 까다롭다. 방화대교 오른쪽에 천을 건널 수 있는 낮은 수중보가 하나 있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대부분 물 밖으로 드러나 있어 건너기 쉽다. 비가 내려서 보가 잠겨 있을 때는 창릉천을 따라 계속 올라가야 한다. 약 1km를 거슬러 올라가면 다리가 나온다.천을 건너서 오른쪽으로 흙길을 가다 보면, 자유로로 이어지는 제방로(2차선 도로)가 나온다. 제방로를 타고 자유로 쪽으로 향하다 보면, 자유로 앞에서 자연스럽게 우회전하는 길을 만난다. 그 길 끝에서, 왼쪽으로 굴다리가 나타난다. 굴다리를 지나면 다시 도로가 나오는데, 그 도로를 건너 오른쪽으로 보이는 '원조 국수'집 옆의 샛길로 들어선다. 계속 올라가면 짧은 오르막길이 나오고, 그 오르막길 끝이 바로 행주산성이다.
▲행주산성 가는 길. 왼쪽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1) 방화대교 오른쪽 수중보 2) 제방로 3) 자유로 밑 굴다리 4) 행주산성 들머리
성낙선
[맛집] 원조 국수 |
'원조 국수'집 앞에 자전거들이 여러 대 주차해 있다. 원조 국수집은 자전거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다. 자전거를 타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제공 받는 곳이기도 하다. 메뉴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2가지, 각각 3천원이다. 3천원이라는 싼 가격에 다른 국숫집의 1.5배 이상 되는 양으로, 자전거인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곱빼기도 달라고 하면 주는데, 양이 엄청나다. 위장이 큰 사람이 아니면 함부로 시키지 않는 게 좋다. 곱빼기라고 돈을 더 받지는 않는다. 똑같이 3천원. 싸고 양만 많았으면 그냥 평범한 국숫집 중에 하나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집은 맛에서도 딴 소리 안 나오게 만든다. 주말에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최근 근처에 별관을 낸 까닭인지, 기다리는 시간이 꽤 줄어들었다. 선불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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