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의 간담회 모습
박주선
아이들과의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주말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의 말을 떠올리며 어머님들께도 질문을 드렸습니다. "혹시 수진초등학교에서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된 이후, 국가나 성남시에 옷이나 집을 사달라고 하신 분 계세요?"
학부모님들은 어이없는 질문이라는 표정을 짓거나 박장대소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집이나 옷을 사달라'고 요구한 부모님들은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아이들 밥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면서, '밥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결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부모님 마음입니다. 결국 윤증현 장관의 걱정은 전혀 쓸데없는 걱정인 셈이지요.
수진초등학교 고영숙 교장선생님께서는 '전면무상급식'은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넘어 선생님들의 상처나 업무부담까지도 치유해 주었다고 했습니다. 급식비를 연체한 아이들에게 급식비를 독촉하고, 부모님께 급식비를 내 줄 것을 안내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밥 먹는 것'과 관련해 아이들을 독촉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심적 고통과 행정적 절차의 번거로움 등 문제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제 전면 무상급식이 되어 '밥 문제'로 인한 선생님의 상처는 없어졌다는 것이지요.
교장선생님께 새롭게 배운 사실도 있습니다. '전면 무상급식'은 사교육비 경감대책라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주변에는 미술학원이 많습니다. 왜인지 아세요? 맞벌이 부모님들이 많아서 입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는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도 그곳에서 해결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1,2학년 어린이들은 점심을 해결할 곳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부모님 중 한 분이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어 다른 대안을 찾는데, 그게 바로 미술학원입니다. 학교를 마치고 미술학원으로 가면 그 곳에서 점심을 먹이고 어린이들을 돌봐줍니다. 이제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됨에 따라 1,2학년 어린이들도 학교급식이 가능해졌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미술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12시에 학교수업을 마치더라도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방과후 학교의 특기적성교육으로 연결되어 학원비 부담이 덜어지는 것은 물론, 보다 다양한 교육으로 연결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부자감세'만 철회해도 '의무교육 무상급식' 재원은 충분하다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합니다. '포퓰리즘', '사회주의' 주장에 이어 '부자급식'이라며 정치적 수사를 남발합니다. 헌법이 정한 '의무교육의 무상성'에 초ㆍ중학교 무상급식을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의무교육기간이 아닌 고등학교는 물론 유치원 등 보육기간까지 합쳐 서울시 1년 필요예산이 1조라는 식으로 비용을 부풀리기에만 여념이 없습니다.
'돈이 없어 굶는 아이, 상처받는 아이'의 고통은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부자 감세'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감능력은 너무도 대단합니다. 지난 2008년 '1억원 이상 고소득자, 건설재벌, 3주택 이상 집부자/땅부자'에 대한 '부자감세'가 5년간 무려 90조원입니다. 2009년 재정건전성 악화로 인해 '부자감세'를 2년간 유예키로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세규모를 줄였음에도 그 규모는 5년간 무려 66.5조원입니다.
'부자감세'는 중앙정부 재정은 물론 지방재정, 그리고 지방교육재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08~09년 세제개편으로 인한 지방교육재정 감소효과를 분석한 결과, 2010년 2조 4,178억원, 2011년 2조 8,733억원, 2012년 2조 8,313억원 등 5년간 무려 10조 8,545억원이 감소됩니다.
'의무교육 전면무상급식'으로 인한 추가재정규모는 연간 1조 7천억원입니다. 부자감세만 철회하더라도 초ㆍ중학생 전체에 대한 무상급식을 하고도 수천억원의 교육재정이 추가로 확보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물을 막아 강을 죽이는' 4대강 사업 22조원,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한 8조원의 추가예산, 지자체장의 얼굴을 알리는 데 사용되는 수천억원의 홍보비용 등 전면 무상급식을 위한 재원 마련 방법은 너무도 많습니다.
'부자정당' 한나라당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한나라당은 '부자감세'는 '부자감세'가 아니라고 우기더니, 이번에는 '의무교육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라고 우겨댑니다. '예산 타령'을 넘어 '사회주의', '포퓰리즘'을 넘어 '옷과 집까지 사줘야 하느냐'며 부모님 마음을 짓밟습니다.
취임 초부터 '부자들의 세금 깎아주기'에는 올인하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부자의 마음은 알지만 가난한 아이의 마음, 그리고 가난한 학부모의 마음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천상 부자정당'이요, '특혜정당'이기 때문이지요.
수진초등학교 방문 후의 저의 생각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의무교육 무상급식은 경제규모 10위권인 우리나라에서는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일이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다시는 '밥 먹는 문제'로 고통받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면을 빌어서나마 수진초등학교 5학년 9반 어린이들과 학부모님, 그리고 교장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방문은 제게는 뜻깊은 만남이요, 정치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계기였습니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님께는 뜻밖의 만남이요, 부담스러운 자리였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님의 바람, 그리고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박주선 기자는 국회의원(민주당 최고위원)이며, 지난 1월 '의무교육 무상급식'을 위해 초중등교육법을 발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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