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가 망가뜨린 디지털 카메라. 휴대전화로 찍어 글자가 잘 보이지 않지만, '렌즈 에러, 카메라 재시작'가 보인다.
김동수
"여보 카메라가 고장났어요.""방금 전에 당신이 찍었잖아요.""내가 찍을 때는 괜찮았는데.""그럼 누군데.""방금 체헌이가 카메라를 만졌는데.""막둥이가, 김 막둥이 빨리 와.""왜 부르세요.""너 카메라 만졌지. 카메라가 고장났다.""제가 안 그랬어요.""엄마가 네가 방금 전까지 만졌다고 하던데. 거짓말 하지 말고. 바른 말해. 네가 고장냈지.""……""어떻게 했어. 렌즈를 돌렸지? 지금 '렌즈 에러'라는 글이 보이지. 에러라는 말은 고장 났다는 말이야. 알겠어.""예 내가 돌렸어요.""김 막둥 너 앞으로 한 달 동안 컴퓨터와 텔레비전 금지다. 알겠어.""……""왜 대답을 안 해.""예."얼마나 화가 나던지. 한 달 동안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금지시켰습니다. 막둥이는 우리집 가전제품 고장내는 데 선수입니다. 엄마가 혼수품으로 가지고 온 텔레비전, 오디오, 냉장고와 아빠가 사 준 지구본 등등. 한 번 손이 스치면 남아나는 가전제품이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가전제품을 망가뜨렸는지 지난 2009년 2월 22일 쓴
<"엄마도 유리창문 깼잖아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집에서 가장 값나가는 디지털 카메라를 망가뜨렸습니다.
"아니 어떻게 렌즈를 돌려버리니. 아빠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그냥 돌려 봤어요.""잘 안 돌아가지. 그럼 돌리면 안 되는거야. 막둥아 이제 너도 초등학교 3학년이야. 3학년 쯤 되면 해서는 안 되는 일쯤은 알 수 있잖아. 디지털 카메라 렌즈를 돌리면 안 되는 것쯤은 알 수 있잖아.""그냥 돌려봤어요.""그냥 돌려봤다고!"어이가 없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아내가 혼수품으로 가져왔던 텔레비전을 망가뜨렸을 때는 웃어 넘겼지만 디카는 산 지 얼마 안 됐고, 3학년쯤 되면 이제 생각도 있어야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답답했습니다.
"
내 용돈 모아서 디지털 카메라 사 드릴게요.""네 용돈 모아 카메라 산다고? 엄마가 일주일에 용돈 얼마 주신는데?""천원요.""뭐라고! 천원?""너 디지털 카메라가 얼마인줄 알아."
"잘 모르겠어요.""아마 30만 원은 주어야 할 수 있다. 30만 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알아?""아니요.""일주일 용돈 1천원을 1년 모으면 얼마야.""5만원쯤 돼요.""그래 형아 말대로 5만원쯤 된다. 그럼 몇 년을 모아야 30만원이 되는지 막둥이 말해봐.""6년 모아야 30만원이에요.""그래 6년 모아야 한다. 6년 후면 막둥이 중학교 2학년이다.""중학교 2학년때까지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수 있겠어?""……""앞으로 카메라 같은 것은 조심해서 만져 알겠어?""예. 알았어요."나는 실리콘으로 창틀 메우고, 막둥이는 디지털 카메라 망가뜨린 하루였습니다. 오래만에 꾸중을 들은 막둥이는 잠깐 동안 울먹였지만 금방 웃으면서 온 집안을 뛰어다닙니다. 막둥이 모습을 지켜 본 아내는 대단한 배짱을 가진 아이라고 웃었습니다. 우리 막둥이 손을 스쳐가도 망가지지 않는 디지털 카메라, 누가 만들 수 없나요. 그리고 오늘과 내일 비가 많이 온다는데 제발 물이 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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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창틀 메우고, 막둥이는 디카 망가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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